"'6만명 성매매 의심 장부' 공개한 진짜 이유는…"

/사진제공=라이언 앤 폭스

"기자 김웅이 살아 있다는 걸 보여주고 싶었다."


김웅 '라이언 앤 폭스' 대표(46)는 지난 23일 서울 서대문구 사무실에서 머니투데이와 만나 이같이 말했다. 세간의 관심이 집중된 '강남 성매매 의심자 6만명 리스트'를 그가 공개한 이유다.

물론 김 대표는 현재 기자가 아니다. 그가 이끄는 라이언 앤 폭스은 '정보 에이전시'를 표방한다. 국내에서는 다소 생소한 업체인데, 김 대표의 설명을 빌리면, 미국을 비롯한 해외발 고급 정보를 원하는 한국인들과 해외 현지 정보상들을 연결·제공하는 '에이전트' 역할을 한다. 다만 그는 과거 방송사와 신문사에서 일했기 때문에 ‘기자 김웅’의 정체성을 간직하고 있다고 했다.

김 대표는 스스로를 "해직 기자"라고 소개했다. 기자로서의 업무를 나름대로 즐겼지만, 상사와의 갈등을 비롯해 불운이 겹치며 해임됐다고 말했다.

김 대표는 차선책으로 '정보 에이전트'의 길을 택했다. 직접 기자를 할 수 없다면 정보를 제공해 보도의 방향을 제시하겠다는 것. '정보수집 혹은 보도자료 작성→언론에 제공→보도→여론 환기'의 방식이다. 실제로 김 대표는 세계 최대 불륜 조장 사이트인 '애슐리 매디슨'에 한국 공무원 50여명이 가입돼 있다는 사실을 언론사에 제공했다. '6만명 성매매 의심 장부' 보도 역시 그의 손을 거쳤다.


김 대표는 이같은 방식의 '간접 보도'에도 스스로 분명한 목적 의식을 부여한다고 강조했다. 가령 성매매 의심 장부의 경우, 성매매를 '불법'으로 규정해 사법적으로는 수많은 잠재적 범죄자를 양산하면서도 실제 처벌은 미미한 현행 법 체계의 앞뒤가 맞지 않는 현실을 보여주고 있다.

김 대표는 "성매매는 양자의 합의에 의해 이뤄지는데다 성매수자가 수사기관이 감당할 수 없을 정도로 많다는 정황이 이번 장부로 드러났다"며 "6만여명을 모두 범죄자로 간주하는 게 성매매 범죄 근절을 위한 올바른 대안인지, 우리 사회에 질문을 던지고 싶었다"고 말했다.

김 대표는 라이언 앤 폭스를 통한 간접 보도로 아무런 '금전적 이익'을 얻지 않는다. 그는 "이 일은 아무런 대가가 없다. 일종의 재능 기부"라고 말했다. '정보 에이전트' 활동 가운데 취득한 정보를 활용해 '공론의 장'에 논쟁적 이슈를 던질 수 있다면, 그것만으로 당초 세웠던 목표를 이뤘다는 게 김 대표의 판단이다.

스스로를 "독립 저널리스트"로 정의한 김 대표는 기자 경력을 통해 습득한 정보의 취득·가공·유통 기법을 활용, 새로운 형태의 언론 활동을 하는 셈이다.

그에게 취재원은 최고의 자산이다. 김 대표는 "해직된 내게 여전히 제보를 해주는 주변 사람들에게 감사하다"며 "그들의 신뢰를 바탕으로 '정보 에이전시' 사업을 지속하면서도 다시 일선 취재 현장에 복귀해 기자 생활을 병행하고 싶은 욕심도 크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