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입'은 자유롭게 '해지'는 '방문必'?

# 직장인 최미연씨(가명·31)는 약 5년간 사용하던 KT (34,550원 ▲250 +0.73%)의 '에그(와이브로)' 서비스를 해지하는 데 한 달을 보냈다. 올레 플라자에 직접 방문하거나 웹페이지에서 내려받은 서류를 작성해 팩스로 송부해야 한다는 고객상담사의 안내대로 해지 절차를 밟을 여건이 못돼서다. 최씨는 평일 시간이 여의치 않고, 팩스 사용도 어려웠다. 그러던 중 인터넷에서 올라가 있는 '모바일 해지' 방법을 보고 상담사에 다시 물으니 그제서야 보다 쉬운 방식을 알려줬다.

최근 미국 OTT(Over the Top)업체 넷플릭스가 국내 시장에 진출하면서 '해지절차가 간편하다'는 점을 장점으로 내세워 화제가 됐다. 국내 통신·방송 이용자들이 최씨처럼 해지 과정에서 불편을 겪고 있다는 점을 간파한 홍보 전략이었던 셈이다. '이용자 편의'를 외치는 통신사들이지만 '해지 절차' 만큼은 그렇지 못한게 현실이다.


◇ 참을 수 없는 번거로움 '해지 절차'= 최씨가 겪은 불편한 서비스 해지 절차와 상담 사례는 1~2년 전부터 지적됐다. 고객센터 상담 매뉴얼만 변경하면 되는 간단한 개선조차 이뤄지지 않은 것. 최씨는 "상담사가 처음부터 모바일을 통한 해지 방법을 알려주지 않고, 방법을 물어봐야만 대답해준 것은 일부러 가입을 유지시키기 위한 꼼수 아니겠냐"고 분통을 터뜨렸다. 이어 "금융 상품도 인터넷과 전화를 통해 해지가 되는데, 통신 상품이 더 까다로운 것은 이해할 수 없다"고 말했다.

통신·방송 분야에서 해지절차에 대한 이용자의 불만은 이 상품에만 그치지 않는다. 한국소비자연맹이 지난해 정보통신서비스 관련 상담을 분석한 결과 해지 관련 상담 비중이 전체의 41.9%에 달했다. 이는 가입자 이탈을 방지하기 위한 통신사들의 조치가 과도하다는 의미기도 하다.

경쟁사 간 가입자 확보전이 치열한 IPTV(인터넷TV) 시장에서는 해지를 막기 위한 통신사들의 꼼수가 또 다른 '호갱'을 양산한다는 비판도 있다. 해지 의사를 밝힌 고객에게 공짜 서비스를 제공하는 사례가 많아지자, 이를 악용해 이득을 취하는 사례가 빈번해 정상적으로 서비스를 사용하는 고객이 오히려 '호갱'이 되고 있다는 것.


◇ 간편한 해지는 언제쯤…"4월쯤 결합상품 인터넷 해지"=소비자단체들은 이용자 권리 보호를 위해 가입 절차와 차등없는 '해지 절차' 마련이 시급하다고 주장한다. 이용자의 해지의사를 과도하게 막는 것 또한 이용자 권리 침해라는 얘기다.

정부는 지난해 발표된 결합상품 개선안에 따라 현재 결합상품 해지 관련 약관과 법규 등도 일제히 정비 작업이 진행 중이다. 통신사들도 이에 맞춰 오는 4월쯤 결합상품 인터넷 해지시스템 구축을 완료할 예정이다. 결합상품과 함께 다른 상품들도 해지 절차를 간소화하고 편의성을 높이도록 개선해야 한다는 지적이 나온다.

정지연 한국소비자연맹 사무총장 "사업자 편의적인 입장에서 해지 절차를 만들고 소비자를 불편하게 만드는 경향이 있는데 가입과 해지 절차에 차별을 둬서는 안된다"며 "사업자의 시각이 바뀌어야 해결될 문제"라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