자전거도로도 못달리는 319만원짜리 '자전거'…누가 사나 봤더니

만도 풋루스 폴딩형(접이식) 가전거. 기존 모델 대비 77만원 낮춘 319만원에 오는 20일부터 판매된다. /사진제공=만도

자전거 전용 도로를 달리지 못하는 자전거?


전기 배터리와 모터로 움직이는 전기자전거의 신세다. 전기자전거를 사실상 오토바이와 같이 취급하는 규제 때문에 국내 업체가 세계 최초로 '체인 없는 자전거'를 내놓고도 1년에 고작 국내에서 1000대 정도 판매하는 실적을 내는 데 그치고 있다.

만도는 1일 전기자전거 '만도 풋루스'를 지난해 국내에서 1000여대, 해외에서 800여대를 판매했다고 밝혔다.

만도 풋루스는 세계 최초의 '체인 없는 전기자전거'다. 자전거 페달은 발전을 하는 데만 이용될 뿐 바퀴를 굴리는 것은 순전히 전기의 힘을 이용한다.

차체는 알루미늄 합금으로 이뤄졌으며, 리튬이온배터리를 장착했다. 최고 시속 25km를 낼 수 있다. 전기로만 최대 30km를 달릴 수 있고, 중간중간 페달링을 통해 충전을 하면 총 주행 가능 거리는 45∼60km로 연장된다. 국내의 ‘굿 디자인 어워드’, 독일의 ‘iF 디자인 어워드', ‘레드닷 디자인 어워드’ 등에서 수상하는 등 디자인 또한 빼어나다.

2013년 10월 1세대 모델이 출시됐을 때만 해도 가격은 447만7000원에 달했다. 이 모델은 접는 기능이 있어 자동차 트렁크에 싣고 다니기 편하다.


지난해 2월 나온 2세대 모델은 접는 기능이 없지만 가격은 286만원으로 크게 낮아졌다. 만도는 지난해 1세대 모델 가격도 392만원으로 낮췄고, 이달 접이형 신모델을 이보다 더 낮은 319만원으로 출시했다.

이 자전거를 타기 위해서는 많은 장애가 따른다. 전기자전거는 도로교통법에 따라 ‘원동기장치자전거’ 즉 오토바이로 분류되기 때문에 일반 자전거도로나 한강 둔치에 난 길에서 탈 수 없다. 전기자전거를 운전하기 위해서는 원동기면허가 필요한데, 원동기면허를 딸 수 없는 청소년들이 타는 것도 불법이다.

고가인데다 아무데서나 탈 수 없다 보니 이용자도 제한이 있다. 만도 관계자는 "스타일을 중요시하는 20,30대, 전문직 고객이 주차 걱정 없이 짧은 거리를 출퇴근하기 위해 구입하는 경우가 많다"고 말했다.

판매점도 서울 신사동, 한남동과 부산 해운대 등 '부촌'으로 손꼽히는 지역이나 주요 백화점에 몰려 있다. 만도는 대량 판매가 가능하면 가격을 지금보다 더 낮출 수 있을 것으로 보고 있다.

국내와 달리 전기자전거는 전세계적으로 친환경 교통수단으로 각광받고 있다. 일본만 하더라도 매년 30만대 이상 판매된다. 한국의 경우 지금까지 보급된 전기자동차를 모두 합하더라도 5만대 남짓이다.

전기자전거 보급을 늘리기 위한 제도 개선 논의는 지지부진하다. 국회에서는 2012년 시속 25㎞ 미만 속력을 내고 무게가 40㎏ 미만인 전기자전거도 자전거에 포함하도록 하는 내용의 자전거 이용 활성화에 관한 법률 개정안이 발의됐다. 행정자치부도 '안전을 고려해 제한중량을 30㎏ 미만으로 조정한다'는 내용의 단서조항을 신설하자는 의견을 제시했다.

하지만 법안은 여태 상임위 문턱을 넘지 못하고 있다. 19대 국회 임기 만료와 함께 자동 폐기될 운명을 맞이할 것으로 보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