현대차에 문전박대 당한 KAI…지분 팔까 '전전긍긍'

머니투데이

강기준 기자

경남 사천에 위치 KAI 사천공장에서 항공기를 조립하고 있는 모습. /사진=이상배 기자

한국항공우주 (49,200원 ▲150 +0.31%)산업(KAI)가 현대자동차가 보유 중인 지분을 매각할까 전전긍긍하고 있다. 앞서 한화테크윈과 두산이 보유 지분을 매각하며 주가가 하락했던 만큼 2대주주인 현대차마저 지분을 매각할 경우 기업 이미지와 안정성에 부정적인 영향을 줄까 우려하고 있다.

4일 업계에 따르면 최근 KAI 경영진은 현대자동차를 방문, 지분문제를 논의하고자 했으나 성사되지 못했다. KAI측은 현대차의 CFO(재무담당 최고책임자)인 이원희 사장과의 면담을 기대했지만 실패한 것으로 전해졌다.

KAI 관계자는 "현대차가 보유 중인 지분(10%)을 매각하지 않고 계속 보유해주기를 원하는 의사를 전달하려 했지만 확답을 듣지 못했다"고 말했다.

KAI는 최근 임원진의 자동차를 대부분 현대차로 교체하는 등 현대차를 붙잡기 위해 성의를 보여왔지만 현대차가 지분 매각 의사를 갖고 있는 것으로 알려지면서
고심하고 있다.

KAI는 내부적으로 주가가 8~10만원대에 근접할 경우 현대자동차가 지분 매각 움직임에 나설 것으로 보고 예의주시하고 있다. 현대자동차마저 지분 매각에 나설 경우 단기적으로 주가 하락으로 인한 피해가 예상되고, 해외 투자자들이 장기적으로 KAI의 미래 전망을 어둡게 보는 등 투자심리에도 부정적인 영향을 미칠까 우려하고 있다.

그동안 KAI는 해외영업에 있어 최대주주인 산업은행(26.75%)과 현대차, 한화 (26,100원 ▼150 -0.57%), 두산 (131,700원 ▼9,300 -6.60%) 등 주주로 기업안정성과 홍보 효과를 누렸기에 영업에 부정적 효과가 나타날 가능성도 있다.

앞서 지난 6일 한화테크윈은 KAI 지분 10% 가운데 4%를 블록딜(시간외 대량매매)로 매각했다. 종가 7만7100원 대비 7% 가량 할인된 가격에 3490만주를 팔며 2800억원 가량의 현금을 확보했다.

한화테크윈이 보유하고 있던 지분 10% 중 5% 이상을 팔고자 했으나 인수자측에서 부담스러워해 4% 가량만 매각했다는 사실이 시장에 알려지면서 시장에 충격을 줬다. 지난해 말 8만원을 바라보던 주가는 6만4900원으로 18% 가량 떨어졌다.

두산도 지난 11일 뒤늦게 자회사 DIP홀딩스가 보유한 KAI 지분 4.99%(총 487만3754주)를 전량 매각했다. 매각 가격은 주당 6만 2500원으로 한화테크윈보다 주당 9200원 가량 낮은 가격에 판매하며 총 450억원에 이르는 손해를 봤다. 두산은 지분 매각으로 총 3046억원을 확보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