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터넷 BJ가 소개한 선물거래사이트…알고보니 사이버도박장

(서울=뉴스1) 윤수희 기자 =

© News1 최진모 디자이너

선물거래 사이트를 모방한 불법 도박사이트를 운영하며 42억원 상당의 이득을 챙긴 일당이 경찰에 붙잡혔다.

이들은 인터넷방송에서 선물거래 관련 지식을 알려주는 이른바 'BJ 리딩전문가'들을 통해 회원을 유치한 뒤 리딩전문가와 수익금을 나눠갖기도 했다.

서울지방경찰청 사이버안전과는 불법 사설 선물거래소 사이트를 운영한 총책임자 유모(38)씨와 리딩전문가 그룹을 관리한 윤모(35)씨를 자본시장과금융투자업에관한법률 위반 및 도박공간개설 혐의로 구속하고 이들을 도와 회원을 유치한 인터넷 주식방송 BJ 리딩전문가 등 나머지 일당을 불구속했다고 2일 밝혔다.

이들 일당은 2014년 11월부터 지난해 6월까지 선물 거래용 홈트레이딩시스템(HTS)과 유사한 선물거래 도박 사이트를 개설했다. 이 사이트는 주가 지수, 유로 선물, 금, 유가 등의 시세를 실시간으로 알 수 있도록 한국거래소와 연동돼 있지만 종목을 사고 파는 대신 선물 시세의 등락을 예측해 베팅을 하는 일종의 사이버 도박장이다.

이들은 인터넷방송 등에서 어떤 종목에 투자해야 할지 등의 지식을 알려주는 리딩 전문가를 통해 사이트를 홍보했고 회원 4882명을 유치했다. 리딩 전문가들에게는 회원 소개비 등의 명목으로 총 16억 원 상당의 리베이트를 제공했다.

그리고 유치한 회원들에게 지정한 계좌로 현금을 입금하게 한 뒤 이를 사이버머니로 환산해 적립시켰다.

회원들은 가짜 HTS를 통해 제공받은 각종 거래소의 시세 정보를 바탕으로 종목의 등락을 맞추는 데 돈을 걸었다. 사이트 운영자는 여기서 수익이 날 경우 회원에게 주고 손실금은 본인이 챙기는 수법으로 42억 6000여 만원의 수익을 챙겼다.

높은 수익률을 기록하는 회원은 일반 회원으로 분류해 임의로 탈퇴시키기도 했다.

이들 일당은 장래 일정 시점에 미리 정한 가격으로 매매하기로 약정하는 선물 거래의 특성상 개인투자자가 전문지식 없이는 거래를 하기 어렵고 선물거래를 하기 위해 미리 넣어두는 보증금(위탁 증거금)이 비싸다는 사실 등을 이용했다.

보통의 경우 투자자는 증권사를 통해 선물계좌를 개설하고 이 계좌에 넣어둔 보증금(위탁 증거금) 한도 내에서만 HTS에서 선물 거래를 해야 하기에 1500만원 이상의 목돈이 필요하다.

그러나 이 사이트에서는 운영자가 회원들이 150만원 정도의 금액만 입금해도 선물 거래를 할 수 있도록 대포 통장 계좌에 돈을 마련해두고 도박형 선물 거래를 유도했다. 이 계좌로 선물 거래를 하려는 회원들을 상대로 선물거래 중개 대가에 대한 수수료를 챙기기도 했다.

경찰은 "이와 유사한 미니 선물 거래 사이트를 이용한 도박조직이 더 있을 것으로 보고 수사를 확대하는 한편 불법 전문 거래 사이트를 이용한 상습 도박자에 대해서는 추가 수사 및 국세청에 통보할 예정"이라고 밝혔다.

<저작권자 © 뉴스1코리아,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