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장님은 출장 중"…사면초가 中企 '수출이 답'

#코넥스에 상장된 의료기기업체 원텍의 김정현 대표는 올들어 국내보다는 해외에 머무는 시간이 더 많다. 지난달에는 최신 의료기기용 부품을 구매하기 위해 독일 프랑크푸르트를 방문하고, 곧바로 프랑스 파리로 건너가 세계미용성형학회( IMCAS)에 참석했다. 그는 파리에서 그리스와 스웨덴 등에서 온 주요 바이어들과 저녁 늦은 시간까지 미팅을 갖는 등 바쁜 일정을 소화했다.

김 대표는 지난 주말에 잠시 한국에 들어와 내달 서울 삼성동에서 열리는 국제의료기기전시회(KIMES) 준비 상황을 점검한 이후 다시 일본 바이어 미팅을 비롯해 미국 워싱턴DC에서 열리는 전미피부학회(AAD)와 중국 광저우서 개최되는 미용엑스포 참석을 위해 비행기에 몸을 실었다.


현재 일본 도쿄에 머물고 있는 김 대표는 "수출물량이 늘어나면서 지난해 매출이 전년대비 60% 이상 늘어난 287억원을 달성한 것으로 추산된다“며 ”일찌감치 해외로 눈을 돌린 덕택에 올해도 전년대비 80% 정도 성장을 기대한다“고 말했다.

중소기업 CEO들이 연초부터 출장가방을 풀지 못하고 있다. 극심한 침체에 빠진 내수시장에선 ‘답이 없다’는 절박한 심정으로 중국과 미국, 유럽 등 해외시장을 누비고 있다. 새로운 성장의 돌파구를 찾기 위해서다.

정부도 올들어 저성장의 늪에 빠진 우리 경제에 활력을 불어넣기 위해 중소기업의 수출확대에 그 어느 때 보다 강한 드라이브를 걸고 있다.


5일 중소기업청에 따르면 우리 기업들은 지난해 5269억달러의 수출액을 기록했다. 이중 중소기업의 수출액은 964억달러로 비중은 18.3%를 차지했다.

국내 중소기업수가 320만여개에 달한다는 점을 고려하면 대기업 주도의 수출 양극화가 여전한 셈이다. 더구나 국내 중소기업 가운데 제품을 수출하는 업체의 비중은 2014년 기준 2.7%에 불과한 실정이다. 독일(10.9%)을 비롯한 영국(11.0%), 네덜란드(9.4%) 등과 비교하면 큰 격차를 보인다.

이에 따라 기술 경쟁력을 갖춘 중소기업의 수출기업화가 저성장에 신음하는 우리 경제에 다시 활력을 불어넣기 위한 당면과제로 부상하고 있다. 박성택 중소기업중앙회장은 “중소기업 가운데 수출기업 비중을 현재 2.7%에서 향후 4∼5%로 끌어올리면 저성장 늪에 빠진 우리 경제가 다시 성장세를 회복할 수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정부 및 관련협단체에서도 올들어 중소기업 해외진출을 확대하기 위한 전방위적인 지원사격에 나서고 있다. 박근혜 대통령은 지난달 18일 중소기업인 신년인사회에서 “내수 위주 중소기업의 수출기업화를 적극 지원할 것"이라며 중소기업의 해외진출을 독려했다.

중기청은 최대 수출시장인 중국을 겨냥한 ‘차이나 하이웨이’(중국 진출지원 특별사업) 예산을 지난해보다 3배 늘어난 150억원까지 확대했다. 연내 200개 기업을 중국에 진출시킨다는 계획이다.

중소기업진흥공단은 중소기업 수출지원 인프라 강화에 나선다. 현재 중국, 미국 베트남 등 전 세계 20곳에 설치된 수출전초기지인 수출인큐베이터를 연내 베트남, 칠레 등 23개로 늘린다는 계획이다. 중기중앙회는 지난달 베트남 호치민에 현지 사무소를 개설한데 이어 올 하반기엔 중국 상하이에도 거점을 마련 현지 지원을 강화한다는 방침이다.

중국의 경제성장 둔화 등 해외시장 환경에 부정적인 요인도 있지만, 한·중 자유무역협정(FTA), 한·베트남 FTA 등 새로운 기회 요인도 상당하다는 것이 중기업계의 판단이다. 다만 중기업계에서는 차제에 범정부차원에서 중소기업 수출지원과 관련 계획부터 집행, 사후관리까지 원스톱으로 지원할 수 있는 시스템이 필요하다는 지적이 나온다. 현재 정부부처들이 시행중인 수출지원 사업만 68개에 달한다.

박 회장은 “중소기업을 대상으로 수출을 비롯해 수입과 투자, 제휴, 기술무역까지 망라한 형태로 지원할 수 있는 '신글로벌화 전략'이 필요하다"며 "중복사업은 통폐합하고 수요자 중심의 지원정책에 '선택과 집중'을 해야 한다"고 강조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