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수입신고서 공개로 식약처 공무원 '甲질' 막아야"

최근 수입신고서·식품위생 단속계획서·수입실적 현황 등 비공개 행정정보를 유출하고 수입식품 통관을 도와주는 대가로 금품을 받은 식품의약품안전처(식약처) 공무원 2명이 수사기관에 붙잡혔다.

식약처 소속 공무원들은 해당 산업계인 의약품, 화장품, 식품 등의 관련 분야 종사자들에게는 어려운 존재다. 하지만 어려운 이유는 법령에 근거한 철저한 단속 때문이어야 한다. 뇌물과 부당 거래를 통한 불법적 관행 때문이어선 안 된다.


식약처 직원들의 비리 문제가 주기적으로 발생한다. 그러나 식약처의 대처는 언제나 동일하게 해당 직원의 개인적인 비리로 치부하며 조직 내 기강확립을 강조한다. 하지만 이번에도 식약처 내부적으로 문제 발생을 예견하지 못했고 감사시스템도 작동하지 않았다. 비리 발생이 단속과 수입 영역에 한정되어 있기 때문에 이 영역의 개선책을 찾아야 한다.

문제의 핵심은 수입검사 관련 정보가 비공개란 점이다. 어떤 물건을 수입하려면 최초 수입 시 정밀검사를 받고 그 후엔 서류검사만 받으면 된다. 그런데 수입업자가 유사한 제조 공정과 동일한 원료로 만든 같은 유형의 제품을 수입할 경우 다른 수입업자가 제출해 통과한 수입신고서를 활용하면 통관이 쉽다. 그래서 이 사실을 아는 수입업자들은 이 정보를 노린다.

빈번하게 수입되고 유형이 정해져 있는 제품의 경우 아예 수입신고서 내역 중 일부를 공개해 활용하도록 하는 방법을 생각해 볼 수 있다. 수입절차를 간소화시킬 수 있으며 불필요한 정밀검사 비용도 아낄 수 있다.



영업자 개인의 영업비밀이 포함되어 있기 때문에 공개 자체가 어렵다는 주장도 있다. 안전성에 문제가 있을 수 있다는 주장도 가능하다.

하지만 수입신고서 중 영업비밀에 필요한 부분은 공개하지 않으면 된다. 또한 안전성 문제도 실제로 같은 유형이고 동일한 원료가 사용되는 제품이면 큰 문제가 발생하기 힘들다. 문제가 발생한다 하더라도 정밀검사를 한 경우와 비교해 본다면 비용이나 효율성 측면에서 유사할 것이다.

어떤 사건이 발생하면 그 발생한 사건을 해결하는 것에만 급급할 것이 아니라 근본적인 문제점은 없는지 파악해야 한다.

작년에 식품업계 전체를 추락시킨 백수오 사건도 마찬가지다. 식약처는 당시 보도자료 배포에 신경을 쓰고 단속 활동 홍보에만 치중했다. 그러나 이 사건은 이엽우피소가 국내에서 재배되는 경위와 현황을 미리 파악했더라면 얼마든지 예방할 수 있는 사건이었다.

문제 해결 방법을 지금과는 다른 각도로 찾아야 한다. 시스템적으로 개선 가능한 부분은 없는지 확인해 보는 노력이 필요하다.

스카이특허법률사무소의 김태민 변호사는 1973년 태어나 변호사시험 1회에 합격했다. 식품영양학이라는 전공을 살려 식의약 관련 사건을 주요 분야로 삼아 일하고 있다. 머니투데이 더엘(the L)에서 식품과 의약품 관련 칼럼을 연재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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