설연휴 해외여행族 증가, 기업경기 불황이 '한 몫'

설 연휴를 하루 앞둔 5일 오전 인천국제공항 출국장이 해외여행을 떠나는 인파로 북적이고 있다./사진=뉴스1

#1. 외국계 기업에 다니는 A씨는 이번 설 연휴에 가족과 함께 3박4일간 동남아 여행을 다녀오기로 하고 항공권 예약을 했다. 설 연휴는 토요일과 일요일, 대체휴일을 합해 5일이지만 A씨는 회사에서 연차 휴가 사용을 권장한 덕분에 오는 11일과 12일 휴가를 내 총 9일을 쉰다. 지방에 계시는 부모님께는 해외여행을 다녀온 다음 길이 좀 덜 막힐 때 다녀올 계획이다.

#2. 대기업에 다니는 미혼의 B씨는 친구와 함께 이번 설 연휴에 홍콩을 2박3일간 다녀온다. 인천에 있는 가족들과는 여행을 다녀온 뒤에 시간을 보낼 예정이다. B씨 역시 목요일과 금요일 연차 휴가를 신청했다.


올해 설 연휴 기간을 이용해 해외로 나가는 여행객이 지난해보다 많아질 것으로 예상된다. 지카 바이러스 공포가 확산되고 원/달러 환율은 1년 전보다 9.1% 상승하는 등 부정적인 요인이 있지만 저유가로 비행기삯 부담이 줄어든데다 기업들의 '연차 소진 독려'로 연휴 기간이 길어져 국제선 항공권 구하기가 하늘의 별따기가 됐다.

5일 항공업계에 따르면 국내 항공사들의 설 연휴 해외노선 예약률은 지난해 수준을 앞질렀다. 대한항공의 설 연휴 항공권 예약률은 80.43%로, 지난해 설 연휴보다 0.65%포인트 상승했다. 중국 노선만 77.49%로 지난해 같은 기간보다 6.35%포인트 낮아졌을 뿐 일본과 동남아, 대양주, 미주, 유럽, 구소련 등 대다수 노선의 예약률이 상승했다.

아시아나항공도 올해 설 연휴 국제선 예약률이 84.4%로, 지난해보다 0.5%포인트 상승했다. 제주항공 역시 주요 노선인 인천∼나리타 구간 예약률이 96%, 인천∼세부 노선은 87%로 각각 4%포인트 상승했다.


항공업계는 항공권 예약률이 높아진 것은 계속된 유가 하락으로 항공기 유류할증료가 0원으로 떨어져 비용 부담이 줄어든 점을 꼽는다. 대한항공의 인천∼뉴욕 항공기의 경우 2014년 2월 유류할증료가 왕복 286달러에 달했지만 지난해 2월 30달러로 하락하고 올해는 '0'이 됐다. 2년 전에 비해 1인당 왕복 30만원 이상을 아낄 수 있다.

늘어난 휴일도 한몫을 했다. 한국경영자총협회의 조사에 따르면 기업들의 올해 설 연휴는 평균 4.6일로, 전년 대비 0.3일 증가했다. 특히 설 연휴가 7일 이상이라는 기업은 2.6%로 지난해 0.7%의 4배에 가깝다.

대체휴가를 포함한 공식 연휴 일수는 지난해와 같지만 경기 악화 때문에 휴가를 늘린 것으로 보인다. 경총에서 조사한 기업의 68.2%는 올해 설 경기가 전년보다 악화됐다고 봤다.

재계 관계자는 "기업들이 연차 휴가 수당 부담 때문에 설 연휴에 붙여서 휴가를 쓰도록 독려하고 있다"며 "이에 근로자들의 실질적인 연휴 기간이 늘고 해외 여행을 하는 데 부담도 줄어든 것으로 보인다"고 말했다. 실제로 LG그룹을 비롯한 상당수 기업이 올해 설 연휴에 붙여 연차휴가를 사용할 것을 독려하고 있다.

설 상여금 지급 기업이 73.8%로 전년대비 4.3%포인트 감소했지만 먹고 입는 것보다도 여행 등 여가에 들어가는 비용은 덜 줄이는 것으로 나타났다. 통계청이 지난해 11월 발표한 ‘2015년 사회조사 결과’에 따르면 19세 이상 성인들이 가구의 재정상황이 악화된다면 제일 먼저 소비를 줄일 지출항목은 ‘외식비(49.2%)’이며, '문화여가비(30.8%)'는 식료품비(32.8%), 의류비(31.8%) 다음이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