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미약품 데자뷔' 제약株 질주, 2월에도 계속 갈까

한미약품 연구센터에서 연구원들이 연구에 매진하고 있다. 사진=한미약품

# 연휴 친지들간의 돈 얘기는 끝이 없다. 전세난에 시달린 얘기며, 백만원대 월세를 내 허리가 휜 얘기까지. 돈 번 얘기도 빼놓을 수 없다. 주식에 관심있는 어른들 사이에선 '지난해 한미약품 같은 주식이 없겠냐'는 궁금증이 끊이질 않는다. 한미약품까진 아니지만 제약주 얘기를 해주면 솔깃해할만 하다.


43.08%, 19.39%, 14.21%, 41.30%

이 숫자는 바로 지난 5일 기준 종근당 (99,200원 ▼2,400 -2.36%) 일양약품 (13,850원 0.00%) 녹십자 (109,100원 ▼1,500 -1.36%) 셀트리온 (172,900원 ▼4,200 -2.37%)의 연말대비 주가 상승률이다. 코스피, 코스닥 지수가 지난 연말 대비 각각 2.21%, 0.15% 하락한 데 지난해부터 시작된 바이오주에 대한 관심은 좀처럼 식지 않고 있다.

지난해 한미약품이 1조원이 넘는 수출계약 소식으로 ‘대박’을 터뜨리자 연구개발(R&D) 성과에 대한 기대감이 반영되면서 각 시장의 지수 수익률을 크게 상회하고 있는 것.

올 연초부터 종근당의 일본 기술수출, 삼성바이오에피스의 엔브렐 바이오시밀러 ‘베네팔리’의 유럽 품목승인 소식, 오는 9일 셀트리온 바이오시밀러 ‘렘시마’의 미국 식품의약국(FDA)허가를 위한 공식 관문인 자문위원회의 일정 등을 앞두고 업종 전반에 대한 관심이 더욱 확대되는 모습이다.


김주용 키움증권 연구원은 “국내 제약 바이오업체들의 해외시장 진출이 증가하고 있으며 신약 R&D가 점자 주목을 받고 있어 글로벌 B2B(기업대기업)가 확대되는 점이 긍정적”이라고 평가했다.

수급상으로도 제약 바이오주는 외국인의 ‘러브콜’을 받으며 상승탄력을 강화하고 있다. 올들어 코스피 시장에서 매도세를 이어가고 있는 외국인은 종근당 한미사이언스 유한양행 동아쏘시오홀딩스 등을 사들였으며 코스닥 시장에서는 쎌바이오텍 오스템임플란트 동국제약 휴온스 등을 매수종목 상위에 올렸다.

시장에서는 바이오주의 상승 배경으로 풍부한 유동성을 들고 있다. 유동성이 풍부해지면서 모험자본 등이 대규모 R&D가 필요한 바이오주에 몰리고 실제로 우수한 결과가 나타나기도 했기 때문이다. 이와 함께 저성장 기조 속 성장 업종을 찾다 보니 인구 노령화 등에 대한 수혜가 기대되는 의약주에 대한 관심이 지속되고 있다는 평가다.

특히 한국 제약주의 경우 이제 막 글로벌 임상성과 및 사업개발 성과를 확인했다는 점에서 성장주로서의 가치가 더욱 빛나고 있다는 분석이다.

주가도 이에 화답하고 있다. 셀트리온은 지난해 2월5일 52주 최저가 4만2000원을 기록했으나 1년후인 지난 2일 12만2100원으로 거의 3배가량 급등했다. 종근당은 기술수출 계약 외에 대웅제약의 뇌기능개선제 ‘글리아티린’ 국내판권을 가져오게 되면서 올 매출이 7500억원에 이를 것이란 분석 등이 주가 상승의 원동력이 되고 있다.

녹십자는 지난해 4분기 실적이 예상치에 미지치 못했으나 R&D 비용이 큰 폭으로 증가한 것이 오히려 긍정적인 평가를 받았다. 투자자들이 당장의 실익보다 미래 성장 가능성에 더 무게를 두고 있다는 얘기다.

김성재 대우증권 연구원은 “바이오 기업의 투자기준은 단기적인 사업성과 보다는 그것을 창출하는 원동력, 즉 펀더멘털에 기초하는 것이 적절하다”고 강조했다.

다만 외국인의 수급이 부메랑이 될 수 있다는 지적도 이어진다. 매수 기조인 외국인이 매수로 전환할 때 주가 상승률이 높은 제약주부터 팔아치울 가능성을 배제할 수 없기 때문이다.

오승훈 대신증권 글로벌마켓실장은 “환율과 유가가 진정되면 외국인의 수급에 변화가 올 수 있는데 이렇게 되면 지금까지 좋았던 성장주, 제약보다는 대형주, 수출주에 관심을 갖는 것이 바람직하다”고 지적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