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역구 공방]김상민-박종희 수원갑 공천 '입씨름'

김경란 아나운서의 남편으로 더 유명한 김상민 새누리당 의원이 4일 같은 당 대선배에게 고발장을 날렸습니다. 받은 대상은 박종희 제2사무부총장입니다.

사건은 대략 이렇습니다. 수원갑(장안)에 출마 예정인 김 의원은 이 지역 당내 경쟁자인 박 부총장과 여론조사를 돌립니다. 김 의원은 19대 비례대표로 이곳을 지역구로 재선에 도전 중입니다. 박 부총장은 이곳에서 16대와 18대를 지낸 인물입니다.


김 의원은 리얼미터에 의뢰한 여론조사에서 '30.1% 대 20.4%'로 자신이 앞섰다며 지난해 12월28일 보도자료를 냅니다. 그러면서 "구태정치, 낡은정치를 젊고 깨끗한 정치로 바꿔야 한다는 장안구민의 민심이 반영된 결과"라고 해석했습니다.

그러자 박 부총장은 SNS를 통해 "근거없는 여론조사"라며 "현혹되지 말라"고 주문합니다. 한 언론과의 인터뷰에선 김 의원이 자체 여론조사로 보도자료를 만들고 이를 보도한 언론기사로 의정보고서를 만들었다며 홍보물 등을 배포한 것이 사전 선거운동 가능성이 있다고 받아칩니다.

곧이어 김 의원은 보좌진의 열정페이 문제에 휘말립니다. 그의 의원실 보좌진 한 명이 자신을 5급으로 채용하고 9급 월급만 줬다는 게 요지입니다. 5급은 다른 인물로 채워졌다고 주장했습니다.


박 본부장은 "돈 빼낸 사례 없는지 철저히 조사해달라"고 목소리를 높였습니다.

논란이 식지 않자 새누리당 윤리위원회는 1일 김 의원의 열정페이 사건과 함께 결혼 축의금 과다 수령, 출판기념회 신용카드 단말기 설치 등 각종 의혹을 묶어 조사하기로 결정합니다.

그러자 김 의원은 "누군가의 음해이며 명백한 허위"라고 반발합니다. 문제제기한 당사자가 '위에서 시켰다'고 문자메시지를 보냈다며 의혹을 제기합니다.

다음날 박 부총장은 수원갑 출마선언을 합니다. 그러면서 "현직 국회의원이 갑질 논란에 휩싸인 것 자체가 부끄러운 일"이라고 일갈합니다. 이날 박 부총장은 리서치앤리서치를 통해 실시한 여론조사 결과를 공개합니다. 결과는 46.5% 대 29.6%. 자신이 월등하게 앞서고 있다는 주장입니다.

이틀 뒤인 4일 새누리당은 공천관리위원으로 박 부총장을 포함시킵니다. 김 의원은 자신의 경쟁자가 후보자를 심사·결정하는 심판으로 들어간 것이라며 펄쩍 뜁니다.

그는 곧장 기자회견장으로 돌진합니다. 그리고 박 부총장을 공관위원에서 해임시키고 모든 당직에서 사퇴시켜야 한다고 주장합니다. 공정한 경쟁이 아니라는 것이죠. 그러면서 검찰에 허위사실 유포 혐의로 고소한다고 발표합니다.

이를 바라보는 시선은 엇갈립니다. 박 부총장이 서청원 최고위원의 측근인 점을 감안해 '친박의 횡포'로 보기도 하고, 재선에 눈이 어두운 비례대표의 '아군 난사'로 비유하기도 합니다.

결론은 좀 더 지켜봐야겠습니다. 새누리당 지도부는 두 전·현직 의원의 치열한 전투에 아직 관심이 없는 듯합니다.

참고로 이 지역구 현역 의원은 더불어민주당 소속 이찬열 의원입니다. 이 의원은 두 예비후보의 여론조사에서 모두 패한 것으로 나옵니다만 별로 신경쓰지 않는 눈칩니다. 아무래도 아군과의 경쟁에서 살아남아야 하는게 우선이 아닌가 싶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