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고의 3년' LS전선, "올해가 터닝포인트"

"지난 3년 우리는 살아남기 위해 힘든 노력을 했다. 이제 위기에서 기회를 잡을 때다"

구자엽 LS전선 회장은 올해 초 임직원들에게 '경영2기'를 선언했다. 2013년 회장 취임 후 3년간 '선택과 집중'을 통해 LS전선의 기초 체력을 키워왔던 그가 '성장'을 강조하고 나선 것.


구 회장은 "외형적인 성장도 간과해서는 안 된다"며 "올해부터는 육성 사업과 미래 사업을 통해 새로운 터닝포인트를 만들어야 한다"며 이같은 특명을 내렸다. 초고압과 해저케이블 등 현재 집중 육성하고 있는 사업과 초전도, 하네스&모듈(H&M) 등 미래 사업에 박차를 가해 매출을 늘려야 한다는 주문이다.

구 회장이 '외형 성장'을 언급한 것은 최근 매출 상황과 연관이 있다. 2012년 5조668억원에 달했던 LS전선의 연매출은 △2013년 4조5461억원 △2014년 4조310억원 △2015년 3조5127억원 등 매년 줄었다.

이같은 매출 감소의 가장 큰 원인은 원재료, 특히 동 가격의 하락 때문이다. 2011년 평균 톤당 8821달러였던 LME(런던상품거래소) 동 가격은 2014년 평균 톤당 6860달러로 낮아진데 이어 지난해 12월에는 평균 톤당 4629달러로 떨어졌다. 특히 올해 1월15일 동 가격은 톤당 4310달러를 기록, 2009년 이후 7년 만에 최저점을 찍었다.


전선의 원가구조에서 약 80%는 전기동 등 원재료가 차지한다. 동 가격이 떨어지면 원가도 덩달아 낮아진다. 문제는 전선 제품 가격도 전기동 가격에 연동돼 움직인다는 점이다. LS전선은 직전 2개월치 LME 동 가격을 구입물량에 따라 가중평균한 수치에 일정 마진을 더해 제품가격을 산정한다.

전기동 가격이 상승할 경우 제품 가격이 높아져 매출액이 증가하고, 마진폭 증가에 따라 수익이 개선될 수 있다. 반대로 전기동 가격 하락 시 제품 가격이 낮아져 매출액이 줄고, 마진폭 역시 감소하면서 수익이 타격을 입을 수 있다. 동 가격과 제품가격간 시차는 평균 1.5개월. 동 가격이 급변해 판매가격이 이를 반영하지 못하는 경우 그만큼 수익이 줄어든다.

매출이 줄어드는 혹독한 악조건 속에서도 LS전선의 수익성은 오히려 개선됐다. 2011년 0.05%, 2012년 1.78% 수준이던 LS전선의 영업이익률은 구 회장 취임 후인 2013년 2.99%, 2014년 2.52% 등 2%대로 높아졌고, 지난해에는 3.30%를 기록하며 '레벨업' 됐다. 지난해 영업이익은 1159억원으로 전년 대비 13.9% 증가했다.

이에 대해 LS전선은 △효율적인 생산라인 가동에 따른 생산성 향상 △수익구조 개선 △고부가 제품 판매 확대 등을 수익성 개선 요인으로 꼽고 있다. 부가가치가 낮은 저압·중압 케이블은 외주 생산 등을 통해 가공비를 줄였고, 특수운송 입찰관리를 강화해 물류비를 절감했다.

LS전선 관계자는 "특히 지난해에는 초고압 및 해저케이블 등 고부가 제품 판매 확대에 주력한 것이 주효했다"고 밝혔다.

최근 LS전선이 고부가 제품 확대에 주력하고 있는 것은 글로벌 선두업체들을 따라잡기 위한 전략적 움직임이다. 지난해 3분기 말 기준 LS전선의 영업이익률은 2.89%로 △프리스미안 5.24% △제너럴 케이블 5.26% 등 선두권과는 아직 거리가 있다. 이들 선두 업체들은 전체 제품 포트폴리오에서 초고압전선 및 해저케이블 등 고부가제품 비중이 상대적으로 높다.

전기차 부품시장 공략에도 박차를 가할 계획이다. 올해 초 LS전선은 세계 10대 전기차 업체인 중국 베이징자동차(BAIC)와 전기차용 하네스(자동차 전자제어장치와 통신모듈을 연결해 전원을 공급하고 각종 센서를 제어하는 제품) 공급 계약을 체결했다.

이미 LS전선은 중국 전기차 시장 1위 BYD, 중국 2위 자동차 제조사인 둥펑자동차에도 제품을 공급하고 있다. LS전선은 중국 하네스 시장에서 약 6%인 시장 점유율을 2020년 10%대로 끌어올리겠다는 계획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