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부자증세 VS 감세확대" 美 대선 우리와 닮은꼴

"나를 뽑아주세요" 미대선전에 뛰어든 유력후보들. 맨위 왼쪽부터 시계방향으로 민주당 힐러리 클린턴 후보, 버니 샌더스 후보, 공화당 마르코 루비오, 도널드 트럼프 후보. 사진=AP, 뉴시스

미국 대선이 대장정에 들어간 가운데 민주와 공화 양당 각 후보자들의 정책도 주목을 받고있다. 대선 이후 신정부의 정책은 전세계 정치경제 전반에 막대한 파장을 미칠 수 있는 만큼 우리 정부도 미국 현지 대사관에 파견된 재경관들을 통해 후보자들의 경제분야 공약과 대선 동향을 예의주시하는 상황이다.


8일 미국 재경관들이 기획재정부에 제출한 '미국 대선후보 경제정책 비교 보고서'에 따르면, 기본적으로 민주당은 정부의 적극적 개입을 통한 큰 정부를 기조로 복지확대, 중산층 감세와 부자증세, 공정무역, 친환경 산업육성 등의 진보적 정책 어젠다를 앞세우고 있다.

소득과 부의 불균형을 시정하고 성장과 공정성을 함께 아우르는 개혁정책을 추진하겠다는 것이다. 노동분야에서는 최저임금 인상과 노조의 교섭력 강화, 유급휴가 촉진 등 노동여건 개선대책을 마련했다. 세제에서는 고소득층에 대한 증세와 중산층 세금인하를 중심으로 한 세제개혁안을 추진하고 있다.

반면 공화당은 민간의 자유로운 경제활동을 옹호하는 작은 정부를 지향하며 시장의 효율성을 강조한다. 보편적 감세와 자유무역, 전통에너지 산업을 보호육성하는 보수적 정책기조가 두드러진다.

개인과 기업의 왕성한 경제활동을 위해서 소득세와 법인세 인하를 주장하고 중앙정부의 권한을 축소해 주정부에 이양하되 정부지출의 대폭삭감을 통한 균형예산 달성에 무게를 둔다. 반이민 정책을 앞세워 이민자에 대한 통제와 까다로운 국경시스템도 요구한다.


물론 개별 후보자의 공약은 당의 정책을 근간으로 하지만 다소 차이가 있기도 하다.

먼저 세제의 경우 민주당은 고소득자에 대한 증세 기조에 방점이 찍혀있다.

가령 클린턴은 대표적 부자증세방안인 버핏세(연소득 100만달러 이상자에 최소 30%세율부과)에 추가적으로 연소득 500만 달러 이상 고소득자에는 4%의 추가세금을 부과하는 정책을 연초 발표했고 일자리와 이윤을 해외반출하는 기업에 대한 '탈출세'를 신설하자고 주장하기도 했다.

【로체스터=AP/뉴시스】버니 샌더스 미국 민주당 대선 경선후보를 지지하는 여성이 4일(현지시간) 뉴햄프셔주 로체스터에서 열린 유세 행사에 참석해 샌더스 후보를 '번(Bern)'이란 애칭으로 적은 종이를 들어보이고 있다. 2016.02.05

【디모인=AP/뉴시스】버니 샌더스 미국 민주당 대선 경선 후보가 1일(현지시간) 아이오와주 디모인에서 연설하기 전 주먹쥔 손을 치켜 올려보이고 있다.

반면, 샌더스는 모든 소득별 누적조세시스템을 도입할 것을 주장해 민주당 기조와는 다소 결이 다르다. 지난해 10월 18일 미국 ABC와의 인터뷰에서 "상위 1%뿐 아니라 모든 소득구간에 한해 어느 정도 증세가 불가피하다"고 주장한 바 있다. 민주당 클린턴 후보가 진보적 자본주의 성향인데 반해 샌더스는 민주적 사회주의자로 분류되는 것과 무관치않다는 지적이다.

공화당은 버핏세가 경제활력을 떨어뜨리고 탈세를 조장할 우려가 있다며 반발하는 상황이다. 전반적인 감세를 통해 일자리 창출과 경제회복을 주장하는 쪽이다. 조지 부시 대통령 시절의 감세정책인 '부시감세'를 영구화하고 개인소득세를 전구간에 걸쳐 인하하자는 방안도 내놓고 있다. 또 상속세의 최저한세를 폐지하고 기업의 국제경쟁력 강화를 위한 법인세 인하, 연구개발(R&D)투자에 대한 조세감면 영구화, 기업의 해외소득에 대해 국내투자시 송금면세 등 강력한 감세조치를 주장한다.

반면, 트럼프는 기존 공화당 기조에 반하는 부자증세 공약을 내세워 전통적인 공화당 지지자들이 반발하고 있다.

노동, 일자리 정책에 있어서도 양당과 후보들의 정책은 평행성을 그린다.

민주당의 경우 지난 10여년 이상 정체된 임금문제를 해결하기 위해 최저임금을 인상하고 노동조합 운동을 활성화하는 쪽이다. 클린턴의 경우 현 7.25달러인 최저임금을 12달러로, 샌더스는 아예 15달러까지 인상할 것을 주장하고 있다. 샌더스의 경우 최저임금 상승으로 인한 실업률 상승의 부작용 해소를 위해 1조달러 규모의 인프라 투자확대와 신재생에너지 등 환경보호 일자리 창출을 대안으로 제시하고 있다.


반면 공화당은 감세로 경제활력을 회복해 2020년까지 1200만개 일자리를 창출한다는 방침이며 노동조합을 약화시키기 위한 반노조법도 추진중이다. 임금인상에 대해서도 대체적으로 반대 입장이다. 도널드 트럼프 후보는 지난해 11월 정치전문지 폴리티코와의 인터뷰에서 "현재의 임금도 충분히 높고 세계와 경쟁하기 위해서는 임금인상을 할수 없다"고 밝히기도 했다.

의료개혁에서도 민주 공화 양당의 입장이 첨예하다. 민주당은 오바마케어를 지속추진하고 보험회사의 횡포를 막아 의료비 부담을 완화하자는 기조인데 반해 공화당은 막대한 추가 재정적자를 초래할 오바마케어 폐지를 주장한다. 샌더스의 경우 우리나라처럼 전국민 국영단일 건강보험을 제시해 주목된다.

에너지 역시 마찬가지로 민주당이 에너지 안보는 강화하되 기후변화 대응을 위한 지속가능한 청정에너지 개발과 에너지 효율성 향상에 주력한다는 입장인데 반해 공화당은 화석에너지를 포함한 에너지 자원의 적극적인 개발과 수출로 에너지안보와 경제성장, 일자리 창출을 도모한다는 방침이다.

공화당의 경우 기후변화 대응에 부정적 반응이 많은데 이는 공화당의 지지기반에 전통적인 에너지 기업들이 대거 포함되어있기 때문으로 풀이된다.

금융분야 역시 양당의 정책은 대척점에 서 있다. 민주당은 금융회사에대한 규제강화와 투명성 확보를 위해 시행중인 '도드-프랭크법'을 넘어서는 금융규제책 추가도입을 주장한다. 클린턴은 도드프랭크법 도입정신을 살려 대형은행 규제를 강화하고 그림자금융에대한 감독강화 등을 내세운다.

샌더스는 이보다 더 나아가 지난 1999년 빌클린턴 대통령 시절 폐지된 '글래스-스티걸법'(상업은행의 투자은행 겸업금지)을 부활시켜 대형 금융자본을 분할시키는 동시에 금융거래세 부과를 추진하는 등의 강력한 제재책을 주장하고 있다.


반면 공화당은 금융기관의 영업자유를 억누르는 도드-프랭크법을 폐지하자는 입장이다. 공화당은 도드-프랭크법 제정의 근간이 된 2008년 금융위기에 대해 당시 주택가격 거품의 원인은 월가의 은행이 아닌 정부의 잘못된 저금리 정책에 기인한다고 주장하고 있다.

이밖에 미국 정가의 뜨거운 감자인 재정적자 해소 해법에 대해서도 민주당은 부자증세와 대기업에 대한 감세제도 폐지 및 건강보험 비용인하 등을 제시하는 반면, 공화당은 정부규모와 기능축소, 오바마케어 폐지를 통한 재정효율화를 강조하고 있다.

교육개혁에 대해서도 민주당은 중산층 교육기회 확대와 무상교육 등 평생교육지원 등을 거론하는 반면 공화당은 교육정책은 연방이 아닌 지역정부 권한으로 이행되어야 한다는 입장이다. 크루즈와 카슨 등 일부 후보들은 자녀들을 집에서 교육하는 홈스쿨링 제도 활성화를 주장하는 상황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