삼성생명의 계약승계제도, 민원 유발 가능성 우려

삼성생명 (86,400원 ▲1,000 +1.17%)이 다음달 국내에서 처음으로 시행하기로 한 ‘보험계약 승계 프로그램’이 논란을 빚고 있다. 삼성생명은 안정적인 고객 관리가 가능해진다고 설명하지만 소비자 민원을 유발할 가능성이 있다는 지적이 나온다.

10일 보험업계에 따르면 삼성생명이 보험업계 최초로 시행한다고 밝힌 ‘보험계약 승계 프로그램’을 두고 삼성생명 전속 설계사들이 동요하고 있다. 이 제도는 설계사 경험이 5년을 넘고 보유고객이 300명 이상인 우수 설계사가 후배 설계사에게 자신의 고객과 계약을 승계하는 프로그램이다. 삼성생명 설계사 3만5000명 중 이 조건이 충족되는 설계사는 6000여명이다.


삼성생명은 계약을 물려주는 설계사를 ‘멘토’로, 계약을 물려받는 설계사를 ‘후계자’(멘티)로 설정하고 멘토에게는 연간 100만원의 지원비를 약속했다. 후계자가 멘토에게 물려받은 고객과 새 계약을 체결하면 멘토와 후계자가 일정 비율로 수수료를 나눠 갖게 된다. 일부 보험사가 부모와 자녀 설계사간 계약 승계를 시행하고 있긴 하지만 동료나 선후배 승계는 이번이 처음이다.

보험업계는 이 제도가 시행되면 고객 민원이 제기될 것으로 전망했다. 한 생보업계 관계자는 “고객 동의를 받고 계약을 넘겨준다고 하지만 현실적으로 한 설계사가 관리하는 고객만 수백명인데 승계 절차가 제대로 진행될지 의문”이라며 “고객이 대수롭지 않게 생각하고 동의했다가 나중에 담당 설계사가 바뀐 걸 알고 민원을 제기할 가능성이 있다”고 지적했다. 삼성생명의 한 설계사는 “고객도 처음 인연을 맺은 설계사가 아니라 다른 설계사와 새로 관계를 맺어야 한다면 불만스럽지 않겠나”라고 말했다.

설계사간에 음성적으로 고객·계약을 매매하는 ‘뒷거래’가 일어날 가능성이 있다는 우려도 있다. 고객을 다수 보유한 고령 설계사가 금전적인 대가를 받고 자신의 계약을 신입 설계사에게 넘겨줄 수 있다는 얘기다. 일부 설계사들은 계약을 승계하라는 압박이 가해질 수 있다는 불안감도 갖고 있다. 이에 대해 삼성생명 관계자는 “계약 승계는 설계사가 자율적으로 판단해 결정하는 것"이라며 "계약 승계를 희망하는 설게사에 한해서만 제도를 실행할 것"이라고 설명했다. 또 "고객에게 마케팅 동의를 받는 등 민원이 제기되지 않도록 만전을 기할 것”이라고 덧붙였다. 이에 대해 금감원은 오는 3월 제도 시행 전에 고객들의 민원 유발 요소를 없앨 구체적인 방안을 삼성생명에 제출하라고 요구했다.


삼성생명이 ‘국내 최초’를 내걸고 ‘보험계약 승계 프로그램’을 도입하려는 것은 우수 설계사들의 이탈을 사전에 차단하기 위한 포석으로 풀이된다. 우수 설계사의 보유 계약을 후계자와 공유하게 되면 설계사 이탈률이 낮아질 것으로 판단하고 있는 것으로 분석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