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자본잠식' 현대상선, 벌크선사업부 매각… 5400억원 유입

머니투데이

장시복 기자

↑ 에이치라인해운이 보유한 벌크선. /사진=에이치라인해운

현대상선 (14,970원 ▲310 +2.11%)이 벌크전용선사업부를 국내 토종 사모펀드인 한앤컴퍼니 계열 에이치라인해운에 매각키로 확정했다. 이로써 현대상선은 총 5400억원 가량의 현금이 대거 유입돼 유동성을 확보하게 됐다.

현대상선은 5일 "벌크전용선사업부를 사모펀드(PEF)인 한앤컴퍼니가 보유한 에이치라인해운에 매각하는 본 계약을 체결했다"고 밝혔다. 벌크전용선사업부는 한전 자회사, 포스코·글로비스 등 16건의 장기운송계약과 선박 12척을 갖고 있는 알짜 사업 부문으로 꼽힌다.

이번 매각은 에이치라인 해운이 현대상선에 매매 대금 1억 달러(약 1200억원)를 지급하고, 3억5000만 달러(약 4200억원)의 차입금을 떠안는 방식이다. 다음 달 중으로는 거래 작업을 종결할 예정이다.

에이치라인해운은 2013년 한앤컴퍼니가 한진해운의 벌크전용선사업을 인수해 세운 회사로, 한앤컴퍼니가 지분 95%를 보유하고 있다.

당초 현대상선은 지난해 현대벌크라인이란 자회사를 만들어 벌크전용선 사업부를 넘기고, 현대벌크라인을 담보로 3000억원대 영구채 발행을 추진했다. 그러나 신용등급 하락과 현대증권 매각 불발 등 계획안이 틀어지면서 이의 대안으로 매각에 나섰다.

현대상선은 오는 4월과 7월 각각 2200억원과 3000억원 규모의 회사채 만기를 맞을 예정으로 유동성 위기에 시달려왔다. 채권단은 다음 달 말까지 현대상선이 낸 자구안의 이행 정도를 파악해 출자전환 등 지원 조치를 결정할 방침이다. 자구안에는 현정은 현대그룹 회장의 300억원 규모 사재 출연과 용선료 30% 할인 등이 담겨 있다. 부산신항만터미널 지분 등 추가 자산매각도 추진된다.

한편 이날 현대상선은 지난해 연결기준 2535억원의 영업손실을 기록했으며, 자본잠식 상태라고 공시했다. 같은 기간 매출액은 5조7665억원으로 전년대비 11.5% 감소했고, 당기순손실은 4434억원으로 적자전환했다.

현대상선의 지난해 말 기준 자산총계는 6조851억원, 부채총계는 5조6075억원 규모로, 자본총계는 4775억원이다. 이 회사의 자본금은 1조1825억원 규모로, 자본금의 63.2%가 잠식 상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