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서 3억에 60㎡짜리 내집 지을 수 있다"

@머니투데이 유정수 디자이너

"땅값 차이가 있어 지역마다 다르지만 보통 3억원 안팎이면 협동조합형 주택을 지을 수 있어요. 서울의 웬만한 아파트 전셋값으로 근사한 내 집을 마련할 수 있는 거죠."(한정운 소통이 있어서 행복한 주택만들기 팀장)

날로 치솟아 오르는 아파트 전셋값과 이웃 간의 갈등, 공동체와의 단절 등을 이유로 아파트에서의 삶에 회의를 느끼는 사람들이 대안 주거형태로 눈을 돌리고 있다. 합리적인 가격으로 주거비 부담을 완화할 수 있을 뿐 아니라 공동체적 삶을 회복할 수 있다는 점에서 협동조합주택, 공유주택 등이 새로운 대안으로 떠오른다.


협동조합주택은 개인들이 주택협동조합을 구성해 자금을 모아 집을 짓는 형태다. 조합이 설계사와 시공사의 선정, 주택관리 등을 직접 도맡아 사업을 진행하고 사업 이익이 조합에 귀속되기 때문에 일반 아파트보다 저렴하게 집을 지을 수 있다는 장점이 있다. 조합원이 자금을 출자하지만 만들어진 집의 소유권은 협동조합이 갖고 조합원은 임차하는 형태로 주거가 이뤄진다.

협동조합을 구성하지 않고도 각 개인들이 돈을 모아 집을 짓는 협동조합형 공유주택도 있다. 협동조합주택은 공유시설이 없거나 부족한 경우가 많지만 공유주택은 거실·주방이나 커뮤니티 시설 등 주택의 일부를 공유하면서 주민 공동체를 형성하는 것이 특징이다. 자금을 출자한 각 개인이 주택의 소유권을 갖는다는 것도 차이다. 최근에는 협동조합주택도 공유시설과 커뮤니티시설을 강화하는 추세다.

@머니투데이 유정수 디자이너

자세히 들여다보면 조금씩 다르지만 두 주거형태는 모두 목적을 같이하는 사람들이 돈을 모아 합리적인 가격으로 집을 짓고 그 안에 살면서 공동체를 구성한다는 공통점이 있다.


국내에서는 주택협동조합 '하우징쿱'과 공동주택 마을기업 '소통이 있어서 행복한 주택만들기'(이하 소행주)가 협동조합주택 등을 공급하고 있다. 두 업체는 협동조합주택 등을 짓고 싶어하는 사람들을 모집하고 이들이 집을 완성하기까지 토지계약, 설계, 시공 등 전문지식이 필요한 부분들을 지원한다.

전셋값이 치솟고 아파트에서의 삶에 염증을 느끼는 사람들이 늘면서 최근 협동조합주택 등의 인기도 높아졌다. 한정운 소행주 팀장은 "2011년 소행주 1호가 첫 입주한 이후 갈수록 신청자가 늘어 현재는 9번째 소행주 사업이 진행되고 있다"며 "전세 보증금으로 내 집을 마련할 수 있다는 말을 듣고 점차 문의가 늘고 있다"고 말했다.

토지구입비, 건축비, 경비 등을 포함 가구당 2억원 중반~4억원 초반이면 협동조합형 주택을 지을 수 있다는 설명이다. 은평구 불광동에 2014년 입주한 협동조합주택 '구름정원사람들'의 경우 가구당 약 3억~3억5000만원을 들여 8가구 규모 전용면적 60㎡ 안팎의 공동주택을 만들었다. 지난달 서울의 아파트 평균 전세가격이 3억9741만원(KB국민은행 집계)이니 전셋값도 안 되는 돈으로 내 집을 장만한 셈이다.

건물 안에 사랑방 역할을 하는 커뮤니티 시설이 따로 마련돼있어 주민들이 주기적으로 모임을 갖는 등 공동체를 유지하는 것이 용이하다. 한정운 팀장은 "이웃 간에 단절된 아파트와는 달리 열린 공간이 있고 서로 어우러질 수 있으니 입주자들의 만족도가 상당히 높다"고 설명했다.

여러 장점이 있지만 주택과 건축에 관한 전문지식이 있어야 하고 입주할 사람들과의 갈등을 극복해야 하는 등 어려운 점도 있다. 기노채 하우징쿱 대표는 "협동조합과 공유주택에 관한 기본적인 이해 없이는 사업 추진이 힘들다"며 "중립적 조정자가 없을 경우 주택 배분과 같은 민감한 사안에서 조합원 간 불화가 생길 수 있다"고 조언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