올해 놓쳐서는 안 될 핀테크 트렌드 3가지

#나서민씨(가명)는 최근 P2P(개인간) 대출에 투자하는 재미로 산다. 나씨는 P2P 대출업체를 통해 주로 1~2개월 사이에 상환이 가능한 대출자에게 돈을 빌려준다. 신용등급은 높지만 급하게 단기자금이 필요한 개인이나 자영업자가 대상이다. 고위험 대출자에 비해 금리는 낮지만 연 6~8%가량의 이자를 짧은 기간 내에 올릴 수 있어 매일 P2P 대출사이트를 찾는다.

#전속력씨(가명)는 은행에 갈 시간이 없어 금리가 거의 없는 수시입출금 통장에 수백만원을 넣어두고 있다가 최근 모바일 앱을 통해 예금을 들었다. 스마트폰 전용 상품이라 우대이율까지 챙길 수 있었다.


금융회사를 찾지 않고도 계좌를 개설하고 적금과 예금을 들고 대출까지 받을 수 있는 시대가 열렸다. 올해는 지분(증권)형 클라우드 펀딩이 허용된데 이어 인터넷전문은행까지 등장하면서 금융 서비스가 더욱 달라질 것으로 전망된다. 금융 소비자들이 올해 체감할만한 변화는 크게 3가지다. 우선 이미 친숙해진 간편결제와 간편송금이 생활 속 더욱 깊은 곳까지 침투할 것으로 보인다. 자산가들만 가능했던 지분투자와 대출도 핀테크(금융+기술)에 힘입어 일반인 영역으로 문턱이 낮아진다. 마지막으로 인터넷전문은행의 출현으로 예금 이자를 게임쿠폰으로 받는 등 기존과 다른 차원의 금융 서비스가 등장할 전망이다.

◇간편결제와 송금, 더 강력해진다=지난해부터 시작된 간편결제와 간편송금이 우리 생활 전반으로 깊숙이 파고들게 된다. 이미 삼성페이와 페이코 등 각종 간편결제 서비스를 사용하면 지갑 없이 스마트폰만으로 하루 생활이 가능하다. 근거리무선통신(NFC)으로 결제가 가능한 결제단말기 보급도 꾸준히 이뤄지고 있다. 오프라인 간편결제 서비스는 기존 카드단말기에서도 결제가 가능한 삼성페이를 제외하고는 대부분 NFC 지원이 필수다. NFC 결제 단말기 보급이 늘어나면 삼성전자에서 만드는 스마트폰을 사용하지 않는 이용자도 오프라인에서 간편결제 서비스를 이용할 수 있게 된다.

여기에 인터넷전문은행이 향후 선보일 ‘앱투앱 결제’는 카드나 현금 없이도 거래가 가능한 제3의 간편결제 시스템으로 꼽힌다. 앱투앱 결제는 모바일 앱(애플리케이션)으로 결제하는 것을 말한다. 카드사나 결제 중개사를 거치지 않고 인터넷전문은행인 카카오뱅크가 중개해 결제가 이뤄지는 방식이다. 쉽게 말하자면 간편한 계좌이체 서비스라고 할 수 있다. 카드에 비해 불편할 수는 있지만 중간 수수료가 없어 구매자와 판매자에게 줄어든 수수료만큼 혜택을 줄 수 있다는 장점이 있다.


간편송금은 외환까지 확장될 전망이다. 올초 ‘외국환거래법 시행령 및 거래규정 개정안’으로 은행이 아닌 핀테크 업체나 외국계 기업 등도 외화송금이 가능해졌다. 국내에서 간편송금 서비스를 제공하고 있는 핀테크업체 토스는 외환으로 서비스 확장을 계획하고 있다. 미국에서 멕시코 근로자를 타깃으로 간편 외환송금 서비스를 제공했던 경험이 있는 핀테크업체 페이원도 국내에서 해외로 외환송금 서비스를 준비하고 있다. 은행을 통하지 않고도 해외로 자금 송금이 얼마든지 가능해지는 것이다.

사진=머니투데이DB

◇서민 배 불려줄 핀테크=지난 1월25일부터 지분형 크라우드펀딩 제도가 시행되면서 일반인이 참여할 수 있는 투자의 기회가 넓어졌다. 크라우드펀딩은 크게 후원형과 지분형, 대출형으로 나뉜다. 후원형 클라우드펀딩은 다수의 대중을 대상으로 소액의 기부금을 받아 음반을 제작하거나 책을 출판하고 전시회를 여는 방식이다. 기부한 후원자들에겐 음반이나 책, 전시회 초청권 등을 제공한다.

지분형 크라우드펀딩은 유망한 초기 단계의 기업을 미리 발굴해 투자하는 것이다. 일반 투자자들도 이제 “5년 전에 카카오에 투자했으면 지금쯤 엄청난 수익을 거둘 수 있었을 텐데”라며 부러워할 필요가 없다. 지분형 크라우드펀딩 플랫폼 사이트에서 자금을 유치하는 기업들을 면밀히 살펴보고 유망한 기업을 골라 소액을 투자할 수 있기 때문이다. 지분형 크라우드펀딩 플랫폼 사이트로는 와디즈, 오픈트레이드, 유캔스타트 등이 있다.

대출형 크라우드펀딩(P2P대출)은 돈이 필요한 사람들에게 이자를 받고 돈을 빌려주는 것이다. P2P 대출업체들이 사이트를 통해 자금을 모아 대출자에게 빌려주고 이자와 원금을 받아 투자자들에게 돌려주는 방식이다. P2P 대출시장은 지난해 300억원 규모까지 성장했다. P2P 대출업체 가운데 8퍼센트가 지난 6일 기준으로 누적 133억원을 대출해 가장 규모가 크다. 이어 테라펀딩 106억원, 렌딧 86억원, 빌리 47억원 등의 순이다. 올해는 P2P 대출시장이 지난해보다 10배 규모로 성장할 수 있을 것으로 보인다. P2P대출 대상도 개인과 자영업자에서 소상공인으로 확대되고 대출 방식도 신용에서 부동산과 재고물품, 저작권 등 다양한 담보 대출로 넓어지고 있다.

◇인터넷전문은행 출격, 방패 준비하는 시중은행=올해 출범 예정인 인터넷전문은행 카카오뱅크와 K뱅크가 내놓을 새로운 금융 서비스도 주목된다. 우선 카카오뱅크는 예금이나 적금에 대한 이자를 다양한 카카오 서비스를 이용할 수 있는 포인트로도 사용할 수 있도록 이자와 포인트를 통합 관리할 예정이다.

예를 들어 카카오뱅크 고객이 8000원의 이자를 받을 수 있다면 현금으로 8000원을 받을지 1만원 상당의 멜론 스트리밍 쿠폰이나 넷마블게임즈 쿠폰으로 받을지 결정할 수 있다. 5000원은 현금으로, 나머지는 카카오 이모티콘으로 받을 수도 있다. 카카오뱅크는 고객이 원하는 곳에서 포인트를 사용할 수 있도록 포인트 사용처를 넓힐 예정이다.

인터넷전문은행 출범에 발맞춰 시중은행도 바삐 움직이고 있다. 기존 금융 서비스에 콘텐츠 플랫폼을 접목해 고객 유치에 나서고 있다. 우리은행은 모바일 앱 ‘위비뱅크’를 통해 은행업무 대부분을 처리할 수 있는 시스템을 구축했다. 간편송금, 신규 금융상품 가입, 대출, 환전, 여행자보험 가입까지 위비뱅크에서 가능하다. 모바일메신저, 게임, 음악, 쇼핑몰까지 위비뱅크에 담아내 고객들이 다른 곳으로 이동할 필요성을 느끼지 못하도록 만든다는 계획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