건설업계 '이란특수' 성공하려면···

경제제재가 풀린 이란 시장이 국내 건설업계의 새로운 돌파구로 떠오르고 있다. 정부는 이란시장 진출 활성화를 공언하면서 앞다투어 대책을 내놓고 있고 건설사들도 조직개편을 통해 전열을 정비하는 중이다.

해외건설 수주액 추이 / 자료 = 국토교통부

하지만 건설사 움직임에 우려의 목소리도 나온다. 과거 중동지역에서 한국업체들 간 과도한 수주경쟁으로 후유증을 겪은 바 있고, 저유가로 대변되는 어려운 경제상황, 중국·일본 등과 치열한 경쟁이 예고돼 있기 때문이다.


7일 국토교통부와 해외건설협회에 따르면 올해 1월 해외건설 수주액은 29억3600만달러로 지난해 같은 기간(59억4900만달러)보다 50.6% 감소했다. 지난해 수주액은 461억달러로 7년만에 최저치를 기록했었다.

저유가에 따른 발주량 감소, 엔화·유로화 약세에 따른 경쟁국과의 경쟁 심화 등으로 수주성적이 크게 감소하고 있는 것이다. 지금과 같은 초유의 저유가가 계속될 경우 향후 몇년 사이에 중동발 대형 프로젝트 발주가 없어질 것이란 얘기도 나온다.

이란 정부는 수주의 전제 조건으로 투자 및 금융 조달, 기술 이전 등을 요구하고 있다. 고유가 시대와는 다른 수주전략이 필요하다는 것인데 '투자개발형사업'으로 진출해야 수익성을 높일 수 있다고 전문가들은 조언한다.


A 건설사 해외영업 전문가는 "투자개발형사업은 기업이 직접 사업개발, 지분투자, 제품구매, 설비운영 등 사업의 모든 과정에 참여해 고부가가치를 창출하는 사업으로 자금조달 역량이 절대적으로 필요하다"고 말했다.

과거 국내 건설사들이 원가에도 못 미치는 저가 수주로 출혈 경쟁을 벌이다 막대한 손실을 입은 경우가 비일비재했던 만큼 컨소시엄 구성 등 기업 간 협력을 통해 리스크를 줄여야 한다는 목소리도 있다.

일거리 가뭄에 시달리는 국내 건설사들이 저가 수주에 열을 올린다면 이번 호재가 또 다른 악재가 될 수 있다는 지적이다. 해외건설협회 관계자는 "한국 건설사간 과열 경쟁을 막기 위해 순번을 정해 입찰을 하거나 국내 건설사끼리 컨소시엄을 구성해 공동으로 일감을 따오는 방안이 필요하다"고 말했다.

장기적으로는 국내 건설사들이 단순 도급형 위주의 수주전략에서 벗어나 기술력을 건설 선진국 수준으로 높여야 한다는 목소리도 높다. 국내 업체들이 시공과 관련한 기술경쟁력은 갖추고 있지만, 기본 공정설계 등 원천기술이 선진국에 비해 취약한 것이 사실이다.

해외 선진 건설업체들은 양적 성장을 위해 M&A와 사업다각화, 시장 다변화 등의 노력을 했다. 질적 성장을 위해서는 통합시스템을 구축하고 고부가가치사업 분야로 진출해 차별화에 성공했다.

대한건설협회 관계자는 "국내 건설사간 출혈경쟁이 이뤄지는 근본적인 이유는 원천기술과 경쟁업체와 차별화되는 핵심기술이 부족하기 때문"이라며 " 해외 경쟁력을 강화할 수 있는 기술확보 방안을 다각도로 검토해야 한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