철도사고 조사받던 30대男 역무원 숨진 채 발견

머니투데이

김훈남 기자
권혜민 기자

철도사고로 경찰 조사를 받던 30대 남성이 숨진 채 발견됐다. 경찰이 자살로 결론 내린 가운데 유가족은 철도경찰의 강압수사를 의심하며 진상파악을 요구하고 나섰다.

서울 동대문경찰서는 지난 6일 낮 12시쯤 동대문구 신설동 한 오피스텔에서 청량리역 소속 역무원 백모씨(34)가 숨진 채 발견됐다고 7일 밝혔다. 백씨가 출근하지 않았다는 소식을 들은 백씨의 부모가 오피스텔에서 그를 발견한 뒤 신고했다. 발견 당시 백씨는 이미 숨진 것으로 전해졌고, 별도의 유서는 발견되지 않았다.

유족에 따르면 수송담당 역무원인 백씨는 지난해 8월1일 화차 사이를 잇는 연결 고리가 분리되는 사고로 코레일과 국토교통부 소속 철도특별사법경찰대(철도경찰)의 조사를 받았다.

내부 조사에서 코레일은 '사고의 책임을 백씨에게서 찾을 수 없다'고 결론을 내렸다. 백씨는 철도경찰에서도 별도의 통보를 받지않아 조사가 마무리됐다고 판단한 것으로 전해졌다.

그러던 중 백씨는 지난달 23일 철도경찰의 재조사를 받았다. 유족은 1차 조사에서 문제가 없다고 생각했으나, 재조사를 받으며 심적 고통을 받은 것으로 추정했다. 백씨의 유가족은 "사건 발생 6개월 뒤에 재조사를 받으면서 극심한 스트레스를 받았다"고 주장했다.

백씨는 재조사 다음날인 "태어나 처음으로 경찰 조사를 받았다"며 "시간이 빨리 지나갔으면 좋겠다"는 메모를 남겼다. 지난 3일에는 인터넷에 '교통방해죄', '철도경찰', '변호사사무소' 등 20여건을 검색했다고 유족 측은 전했다.

백씨의 유족은 "철도경찰 수사 과정 중 강압 수사가 있었던 것은 아닌지 의심된다"며 "수사 과정을 담은 CCTV(폐쇄회로화면)나 녹취 등 관련 자료를 공개해 달라"고 요구했다.

한편 경찰은 백씨의 유족들이 부검을 원치 않은 점을 들어 부검없이 자살로 사인을 결론짓고 사건을 종결할 방침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