반도체 시장 '50년간 100배 성장', 올해만 버티면…

50년 만에 100배.

세계 반도체 시장의 성장세다. 반도체 시장은 시기별로 부침을 겪었지만 글로벌 경제의 규모 확대와 산업 고도화에 따라 꾸준히 성장해왔다.


올해는 누구도 장담할 수 없는 세계 경제의 불확실성과 경기 불안 속에 1%대의 저성장이 예상된다. 우리나라가 강점을 가진 메모리반도체는 그나마 마이너스 성장할 것이라는 예측이 나온다.

하지만 올해만 잘 이겨내면 내년부터는 수급이 안정화되면서 다시 시장이 회복세로 돌아설 것으로 예상된다.

10일 글로벌 시장조사업체 IHS에 따르면 올해 세계 반도체 시장 규모는 전년보다 1.7% 성장한 3586억 달러(약 429조4235억원)로 추산된다. IHS가 처음 집계를 시작한 1976년(34억 달러)과 비교하면 100배 이상 커진 규모다.


그동안 반도체 시장은 1980~1990년대 PC 시대 개막과 함께 폭발적으로 성장했다. 1980년 100억 달러, 1987년 300억 달러, 1990년 500억 달러, 1994년 1000억 달러를 차례로 돌파했다.

1983년 우리나라 최초로 64K D램을 개발한 삼성전자가 세계 최초로 64M D램을 개발(1992년)하고 세계 메모리시장 1위(1993년)에 오른 것도 이즈음이다.

2000년대는 휴대폰을 비롯한 모바일 기기가 성장을 이끌었다. 시장 규모는 2000년 2206억 달러에서 2010년 3114억 달러까지 확대됐다.

성장만 거듭하지는 않았다. 주기적인 경기변동에 영향을 받는 산업 특성상 급격한 시장 확대 직후에는 예외 없이 역성장이 뒤따랐다. 불과 2년만에 시장이 64% 급증했던 2000년의 경우 이듬해인 2001년에는 30% 가까이 시장이 쪼그라들었다.

또 글로벌 금융위기 여파로 2008~2009년에는 2년 연속 마이너스 성장을 기록하기도 했다.


올해는 작년(-0.8%)과 달리 역성장은 피할 것이란 분석이지만 안도할 수는 없다. 삼성전자와 SK하이닉스가 세계 1, 2위를 석권하고 있는 메모리반도체 분야에서는 6.4% 마이너스 성장이 예상되기 때문이다.

특히 우리나라 회사들이 점유율 70% 이상을 휩쓸고 있는 D램 시장은 9.6% 마이너스 성장이 점쳐진다.

삼성전자와 SK하이닉스는 미세공정 기술 확대 등 첨단 기술력으로 수익성을 지킨다는 전략이다. 삼성전자는 시장 위축에 따라 투자도 상당 부분 줄일 것으로 알려졌다. IHS는 올해 삼성전자의 메모리반도체 투자가 작년보다 23억 달러 줄어든 73억 달러에 그칠 것으로 예상했다.

일단 올해만 버티면 내년부터는 상황이 나아진다는 관측이다. 2017년에는 D램과 낸드플래시 반도체 시장이 각각 1.9%, 5.9% 늘어나는 등 메모리 시장이 3.2% 성장하고 전체 반도체 시장 성장률도 2.9%로 높아진다는 예상이다.

반도체 업계 관계자는 "올해 메모리 반도체 가격 하락 속도가 작년처럼 심하지는 않을 것"이라며 "업체들의 공급이 안정화되면서 내년부터는 상황이 나아질 것으로 기대한다"고 밝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