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주열 “中 불안, 油 하락…국제금융시장 불안정성 확대”(종합)

이주열 한국은행 총재가 10일 오후 서울 중구 남대문로 한국은행에서 열린 금융ㆍ경제상황 점검회의에서 모두 발언을 하고 있다. /사진제공=뉴스1

이주열 한국은행 총재는 10일 “설 연휴기간 미국, 일본, 유로존 등 선진국 주가와 국채금리 하락현상은 중국 경제불안, 국제유가 추가하락, 글로벌 경기둔화 우려 등으로 금융시장 위험회피 성향이 고조된 데 기인한 것”이라고 말했다.

이 총재는 이날 오후 직접 주재한 금융·경제상황 점검회의에서 “이런 요인들이 단기간 해소되기 어렵고, 국제금융시장이 안정을 되찾기까지 어느 정도 시일이 걸릴 것”이라며 이같이 밝혔다.

실제로 지난 9일 5.4% 폭락한 일본 닛케이지수는 이날 장중 4% 하락해 장중 1만6000선이 1년4개월만에 무너졌다. 엔/달러 환율은 114엔대로 떨어지면서 강세를 나타냈다.

뉴욕증권거래소(NYSE)에서 다우존스 30 산업평균지수는 지난 5일(이하 현지시간) 1.29% 하락한데 이어 8일과 9일에도 1.10%, 0.08% 하락 마감했다. 프랑스, 독일 등 유럽 주요국 증시도 하락세를 나타냈다.

이 총재는 특히 “일본 엔화가 일본은행의 마이너스 정책금리 도입에도 불구하고 강세를 나타냈다”며 “유럽계 금융기관의 재무건전성 악화 우려와 주요국 통화정책의 불확실성 등으로 위험회피 성향이 확산됐다”고 강조했다.

일본은행의 마이너스 금리 도입이 오히려 일본 경기둔화 우려를 높여 시장 불안정성을 확대시킨 측면이 있다는 분석이다.

이 총재는 “지난 7일 북한 미사일 발사는 국제금융시장에 별다른 영향을 주지 않았다”고 강조했다.

한은이 연휴기간 역외시장 원화환율, 우리나라 CDS 프리미엄, 해외증시에 상장된 국내기업 주가 등을 점검한 결과 별다른 특이사항이 발견되지 않았다.

국제금융센터에 따르면 9일(현지시간) 원/달러 NDF(뉴욕 차액결제선물환)는 1200.72원으로 전거래일 대비 0.5% 절상됐다. 이는 설 연휴 전인 지난 5일 마감가(1197.4원)와 비슷한 수준이다.

국내은행의 외화차입여건 및 외환유동성도 양호한 수준으로 파악됐다.

이 총재는 “앞으로도 국내시장은 북한 문제보다는 글로벌 이슈의 영향을 더 크게 받을 것”이라고 평가했다.

이어 “내일 국내 금융·외환시장이 열리면 연휴 기간 중 국제금융시장 상황 변화가 반영되면서 가격변수의 변동성이 확대될 수 있다”며 “각별한 경계심을 가지고 시장 상황 변화를 예의 주시할 것”이라고 덧붙였다.

이 총재는 특히 “만약 시장변동성이 과도하게 확대될 경우에는 정부와 협력해 안정화 조치를 취하는 등 적극 대응하겠다”고 강조했다.

이날 회의에는 이 총재를 비롯해 장병화 부총재, 허재성 부총재보, 서영경 부총재보, 김민호 부총재보, 윤면식 부총재보, 허진호 통화정책국장, 장민 조사국장, 조정환 금융안정국장, 신호순 금융시장국장, 홍승제 국제국장, 서봉국 공보관, 김정관 자본시장부장 등이 참석했다.


한편 이날 금융·경제상황 점검회의는 이례적으로 이 총재가 직접 주재해 눈길을 끌었다. 통상 국제금융시장 점검회의는 대책회의 성격으로 부총재가 주재하는 통화금융대책반회의를 했지만 최근 선진국 금융시장 불안정성이 확대됐고 각국 통화정책 방향성이 상이한 데다가 북한 미사일 발사로 지정학적 리스크까지 불거지자 이 총재가 직접 회의를 주재한 것으로 알려졌다.

한은 관계자는 "총재가 직접 시장점검 회의를 주재한 것은 그만큼 현재 대내외 경제상황이 녹록치 않다는 사실을 반증하는 것"이라고 설명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