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종황제가 서양인 주치의에게 하사한 족자, 문화재 등록

머니투데이

김유진 기자

문화재청이 11일 등록문화재로 제656호로 등록했다고 밝힌 '고종황제 하사 족자'. /사진제공=문화재청

문화재청은 '고종황제 하사 족자'를 등록문화재로 제656호로 등록했다고 11일 밝혔다.

이번에 문화재로 등록된 '고종황제 하사 족자'는 19세기 말기 대한제국이 고종의 주치의였던 에비슨(Oliver R. Avison, 1860~1956년)에게 하사한 족자다.

에비슨은 1893년 8월 말 의료 선교를 위해 서울에 온 캐나다 출신의 의사로, 고종의 피부병을 치료한 인연으로 10년간 왕실 주치의로 활동했다.

이 족자의 특이한 점은 가운데의 '투양제요제시무함(投良濟堯帝時巫咸)'과 오른쪽의 '의비신 대인 각하(宜丕信大人閣下)'라는 글귀 위에 각각 '투량뎨요뎨시무함' '의비신 대인 각하'와 같이 한글 음을 작은 글자로 적어놨다는 것이다.

'투양제요제시무함'은 '좋은 약을 지어 주는 것이 요나라 황제 때의 무함이다'라는 뜻이다. '무함'은 사람의 생사와 존망까지 알았다는 요나라 때의 전설상의 인물로, 황제는 이 사람을 공경하여 '신무(神巫)'라 하고 재상으로 삼았다고 전해진다.

'의비신 대인 각하'라는 문구의 '의비신(宜丕信)'은 에비슨의 한자명 표기 중 하나로, 족자를 하사받은 인물이 에비슨임을 알게 하는 문구다. 이 족자를 통해 에비슨이 고종의 시의(侍醫, 임금과 왕족의 진료를 보던 의사)였다는 사실이 확인된다.

족자의 아랫부분에도 가운데 글귀의 뜻을 아홉 줄에 걸쳐 한글로 작게 풀어 놓았는데, 이는 한자에 익숙하지 않은 서양인을 배려하여 적은 것으로 풀이된다. 마지막 10번째 줄은 가운데가 태극문양이고 그 외부를 '괘(卦)'와 글씨가 둘러싸고 있는 작은 인장이 찍혀 있다.

문화재청 관계자는 "국왕과 정부가 서양 의술의 탁월함을 인정한 기록물이며, 에비슨의 후손들이 기증한 문화재라는 점에서 더욱 가치가 있다"고 밝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