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올핸 밸런타인데이 챙기시나요?" 그날까지 챙기기엔…

머니투데이

진경진 기자

"밸런타인데이요? 그거까지 다 챙기면 기념일이 너무 많은데…"

1월14일(다이어리데이)부터 12월14일(허그데이)까지 달력을 넘길 때마다 무엇인가를 기념하는 '데이'는 꼭 있다. 여기에 100일이나 처음 만난 날, 생일 등 각종 개인 이벤트까지 기념일 홍수 속에 언제부턴가 '밸렌타인데이' 문화도 바뀌고 있다.

2월14일 밸런타인데이는 여성이 좋아하는 상대에게 초콜릿을 선물하며 고백하는 날이다. 몇 년 전 만해도 이날을 전후로 각 판매대에는 초콜릿이 담긴 바구니들이 채워졌고 여성들은 초콜릿과 함께 기념할만한 선물이나 이벤트를 준비했다. 남성들도 마찬가지다.

하지만 매달 '00데이'를 기념할 수도 없고 최근 장기적인 경기 불황까지 겹치면서 밸렌타인데이 역시 아예 챙기지 않거나 간단한 초콜릿 정도로 선물을 대신하는 이들이 늘고 있다.

직장인 김 모씨(29)는 "예전에는 밸런타인데이에 초콜릿은 기본이고 지갑 선물 등을 함께 했는데 요즘엔 챙기지 않거나 간단한 초콜릿만 선물한다"며 "초콜릿이 사랑을 확인하는 척도는 아니다"라고 말했다.

강 모씨(31)는 "고등학교 졸업한 이후로 밸런타인데이나 어떤 기념일도 챙기지 않는 것 같다"며 "하나하나 신경쓰기엔 기념일이 너무 많다"고 했다.

물론 여전히 밸런타인데이를 챙기는 이들도 적지 않다. 일부는 초콜릿을 직접 만들어 선물하는 이들도 있다. 김 모씨(29)는 "초콜릿만 주면 정성이 부족해 보일 수 있어 직접 만든 초콜릿을 선물하려고 한다"며 "주변에선 직접 만들 시간이 없어 값이 비싼 초콜릿을 선물하기도 한다"고 말했다.

밸런타인데이는 연인보다는 오히려 회사 생활에서 더 많이 활용되는 모습도 보인다. 남자 직원들이 많은 회사에 다닌다는 조 모씨(29)는 "지난해 화이트데이 당시 남자 직원들이 부서에 사탕과 초콜릿을 돌렸는데 남자 직원이 많다 보니 적지 않게 받았다"며 "올 밸런타인데이엔 작은 초콜릿이라도 돌리려고 한다"고 했다.

이 모씨(33)는 "올해 밸런타인데이는 주말이길래 그냥 넘길까 했는데 다른 여직원이 쿠키를 돌리겠다고 해서 뭐라도 준비해야 할 것 같다"며 "회사 생활하기가 쉽지 않다"고 호소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