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준기의 반도체 집념, 18년만에 '첫 순이익'

김준기 동부그룹 회장인 지난 17일과 18일 열린 신년 임원 워크숍에서 특강을 통해 "내부역략을 강화해 위기를 극복하자"고 강조했다./사진제공=동부그룹

동부그룹의 반도체 계열사인 동부하이텍이 지난해 사상 최대 실적을 기록했다. 김준기 동부그룹 회장이 사재를 털어넣으며 키운 반도체 사업이 '벼랑 끝'에서 꽃을 피웠다.


동부하이텍 (40,950원 ▼1,000 -2.38%)은 지난해 매출 6666억원, 영업이익 1250억원을 기록했다고 11일 공시했다. 이는 전년 대비 각각 17.4%, 174.1% 늘어난 수치다. 연간 순이익은 1267억원으로 창사 이래 첫 흑자를 기록했다.

동부하이텍은 이같은 실적 개선 요인으로 △가동률 상승 △원가 절감 △신디케이티드론 이자율 인하 △환율 등을 꼽고 있다.

가동률은 지난 2014년 70% 중반대에서 2015년 연간 90%로 상승했고, 현재 90% 초반대를 유지하고 있다.

동부하이텍 관계자는 "스마트폰 전력반도체와 터치스크린칩, 보안카메라용 이미지센서, UHD TV용 디스플레이 구동칩 수주가 늘었다"며 "올해 웨어러블∙IoT∙AMOLED 등 새로이 등장하는 분야의 시장선점에 주력하고, 병목공정 해소 등 생산성향상 활동을 통해 매출확대에 총력을 기울일 것"이라고 밝혔다.


이같은 실적 개선을 놓고 업계는 김준기 그룹 회장의 오랜 노력이 뒤늦게 빛을 발했다는 평가를 내놓고 있다.

동부하이텍은 지난 2013년까지 창립 후 16년 동안 단 한번도 연간 영업이익 흑자를 기록하지 못했다. 김 회장은 1997년 동부전자를 설립하며 반도체 사업에 진출했으나, 외환위기 이후 시스템반도체 파운드리로 전환했다. 2002년에는 아남반도체를 인수했다.

김 회장은 약 3500억원 가량의 사재를 동부하이텍에 쏟아 부었지만 현실은 험난했다. 2013년 김 회장은 채권은행인 산업은행과 협의를 거쳐 동부그룹 자구계획의 일환으로 동부하이텍을 매물로 내놔야 했다. 2014년 10월 IA-에스크베리타스자산운용 컨소시엄이 우선협상대상자로 선정됐지만 막판에 협상이 무산된 이후 매각은 지지부진한 모습이다.

2014년 동부하이텍은 사상 처음 연간 영업이익을 기록했다. 중국 스마트폰 및 대만 IT기기향 시스템반도체에 대한 공급물량을 확대하고, 일본 시스템반도체 시장에 전력관리칩 등 다양한 아날로그반도체를 공급하는 등 고수익 특화제품 중심 비중을 높이는 전략이 먹혀들었다. 터치스크린칩 및 UHD TV칩 등 부가가치가 높은 제품의 물량을 늘린 것도 주효했다.

동부하이텍은 지난해 18.8%의 영업이익률을 기록했다. 사상 첫 영업이익 흑자를 기록했던 2014년 대비 10.8%포인트 급상승했다. 이에 시장은 삼성전자 출신(전 시스템LSI 제조센터장)인 최창식 사장의 부임 이후 동부하이텍이 체질 개선에 성공했다는 평가다. 업계는 오는 3월 말 임기가 만료되는 최 사장이 정기 주주총회에서 재선임될 것으로 보고 있다.

이같은 '턴어라운드'에 알짜 회사로 변신한 동부하이텍의 매각을 재검토할 필요가 있다는 목소리도 나오고 있다. 국내 유일의 순수 파운드리 업체인 동부하이텍이 중국 등 해외로 매각될 경우 기술유출에 대한 우려를 피할 수 없고, 매각을 통한 실익도 크지 않을 수 있다는 지적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