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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반 도축보다 오래 걸리는 '할랄', 이태원 음식점엔…

[보니! 하니!] 서울 이슬람 사원 가보니<上> '할랄' 블로그 맛집부터 논란까지

머니투데이 구유나 기자 |입력 : 2016.04.12 15:1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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편집자주'보니! 하니!'는 기자들이 현장에서 직접 보고, 듣고, 해보는 코너입니다. 일상에서의 직접적인 경험을 가감없이 전달하고자 만든 것으로, 보니하니는 '~알아보니 ~찾아보니 ~해보니 ~가보니 ~먹어보니' 등을 뜻합니다. 최신 유행, 궁금하거나 해보고 싶은 것, 화제가 되는 것을 직접 경험한 뒤 독자들에게 최대한 자세히 알리기 위해 노력하겠습니다.
이태원 할랄푸드 식당. /사진=구유나 기자
이태원 할랄푸드 식당. /사진=구유나 기자

일반 도축보다 오래 걸리는 '할랄', 이태원 음식점엔…
한가로운 평일 오후 이태원역 3번 출구 앞 삼거리. 번화한 대로변을 따라 음식점 5곳 중 2~3곳에는 어김없이 '할랄'(halal) 인증마크가 붙어 있다. 목 좋은 곳에 간판이 크게 붙어있는 A음식점을 검색해보니 '이태원 맛집'으로 벌써 190여건이 넘는 소개글들이 올라와 있다. 이곳에서 점심을 먹기로 했다.

점심시간을 조금 넘긴 시간이라서 그런지 가게 안은 다소 한산했다. 에티오피아 출신인 무슬림(이슬람신도) 점원에게 "할랄 제품이 맞냐"고 물으니 "전부 할랄"이라며 자신감을 보였다. 식재료는 인근 할랄 마켓에서 공수한다며 대로가 아니라 골목 안쪽으로 들어가면 할랄 상점이 줄지어 있다고 말했다.

서울 용산구 우사단로에 밀집한 이슬람 관련 가게들. /사진=구유나 기자
서울 용산구 우사단로에 밀집한 이슬람 관련 가게들. /사진=구유나 기자
◇블로그 맛집부터 구멍가게까지 '할랄'

'할랄'(halal)은 아랍어로 '허용할 수 있는'이라는 뜻이다. 좁은 의미로는 이슬람 종교 의례에 따라 도축한 고기 등 무슬림이 먹고 쓸 수 있도록 허용된 제품을 뜻한다. 반대로 '하람'(haram)은 돼지고기와 술 등 이슬람 사회에서 금지하고 있는 것들을 말한다.

사람들이 북적거리는 이태원로를 지나 안쪽 우사단로로 들어가면 그야말로 할랄 일색이다. 아랍어 간판을 단 중소상가들 사이를 걷는 사람들의 대부분은 외국인이다.

그들과 발맞춰 골목길을 올라가다 보면 이국적인 건물에 다다른다. 하얗고 파란 타일과 아라베스크 문양으로 장식된 한국 이슬람교 서울 성원이다. 예배 시간까지는 아직 여유가 있어 입구에 들어서기 직전 인근에 위치한 할랄 식재료 판매점에 방문했다.

가게를 운영하는 김씨(76)는 마침 고기를 자르고 있었다. 토종 한국인이지만 벌써 45년 이상 이슬람교에 귀의한 김씨가 직접 이슬람 율법에 따라 도축한 고기다.

'할랄'의 핵심은 동물을 도살하기 전 외우는 기도문이다. '비스밀라 히르라 흐마 니르라 힘'(자비로우신 하느님의 이름으로)이라고 한 다음 '알라후 아크바르'(하느님은 위대하다)라는 말을 세 번 반복한다. 특별한 도구가 필요한 건 아니지만, 일반적인 도축 방식보다 오래 걸릴 수밖에 없다.

서울 용산구 한남동에 위치한 할랄 식재료 가게 내부 사진. /사진=구유나 기자
서울 용산구 한남동에 위치한 할랄 식재료 가게 내부 사진. /사진=구유나 기자
◇"할랄사업도 결국은 돈…'할랄'은 없고 '사업'만 남아선 안돼"

김씨는 한 달에 한번 남양주, 수원, 용인 등에 있는 도축장에 들러 고기를 도축한다고 말했다. 도축장이 많지 않아 일반 도축업자에 밀려 후순위가 되는 경우도 허다하다고 한다. 도축 시설이 부족하다고 말하는 김씨에게 최근 논란이 된 전북 익산 할랄식품 전용단지 조성 건에 대해 조심스레 물었다.

예상외로 김씨는 국내 할랄사업 확대에 대해 미온적인 입장을 보였다. 그는 "할랄사업을 추진하는 이유도 결국은 돈 때문"이라며 "우리나라의 '빨리빨리'식 경영 하에 할랄 도축 과정이 제대로 지켜질지 의문"이라고 의구심을 드러냈다. 이어 "전북 익산에 할랄단지가 들어서면 국내 이슬람 인구가 30만명으로 늘 것이란 예측도 터무니없다"고 덧붙였다.

동시에 김씨는 "사람들이 무슬림을 테러범으로 규정하며 사업에 반대하는 모습을 보고 있으면 괴롭다"고 말했다. 그는 "소수의 잘못을 일반화시키는 오류를 범해서는 안된다"고 조심스레 지적했다.

한국이슬람중앙회 측에서는 한국 국적을 가진 이슬람 성도를 3만5000명~4만명으로 추산했다. 2014년 문화관광부 통계에 따르면 국내 무슬림 인구는 약 13만5000명이다.

☞下편 에서 계속 -한남동 속 '작은 이슬람'…비무슬림 출입 못하는 이유는

구유나
구유나 yunak@mt.co.kr

안녕하세요 머니투데이 문화부 구유나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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