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500m 출점제한 근거 있나"…빵집 규제 연장 놓고 공방

CJ푸드빌 '뚜레쥬르'(왼쪽)와 SPC그룹 '파리바게뜨'(오른쪽) 매장 전경 /사진=머니투데이 DB

2월 말로 다가온 제과점업에 대한 중소기업적합업종 재지정 여부를 놓고 대기업과 중소 빵집의 공방이 뜨겁다. 특히 중소 빵집 500m 이내에 대기업 프랜차이즈 빵집 신규 출점을 금지한 거리 규제 조항에 대한 양측의 입장이 팽팽하게 맞선다.

14일 동반성장위원회에 따르면 이달 말 제과점업 중소기업적합업종 지정 만료를 앞두고 SPC그룹·CJ푸드빌 등 대기업과 중소 빵집 입장을 대변하는 대한제과협회, 동반위 공익위원 등이 참여하는 3자 협의를 수시로 진행하고 있다. 동반위 관계자는 "양측의 입장을 최대한 조율하는데 역량을 집중하고 있다"며 "중기적합업종 지정 일몰 시한은 이달말이지만 양측이 합의만 한다면 얼마든지 소급적용이 가능한 만큼 기한을 정해놓고 조급하게 밀어 붙이지는 않겠다"고 밝혔다.


◇"500m 거리규제 완화해야" vs "권고안 무조건 연장"=중기적합업종 지정제도는 중소기업과 골목상권 보호를 위해 특정 업종에 대해 3년간 대기업의 진출을 제한하는 것으로 1차례(3년)에 한해 연장할 수 있다. 제과점업은 2013년 2월 지정됐다. 이에 따르면 대기업은 점포 수를 전년 대비 2% 초과해 늘릴 수 없고 동네 빵집의 500m 이내에도 매장을 열 수 없다.

파리바게뜨, 뚜레쥬르 등을 운영하는 대기업측은 500m 거리 제한을 풀어달라는 입장이다. 빵집 영업이 가능한 주요 상권에는 이미 중소 빵집들이 포진해 있어 사실상 신규 출점이 불가능하다는 주장이다. 실제 SPC와 CJ푸드빌은 매년 2% 범위에서 매장을 늘릴 수 있지만 지난 3년간 출점 현황을 살펴보면 연 1%에도 못 미치는 저조한 실적을 기록하기도 했다.

한 대기업 빵집 프랜차이즈 업체 관계자는 "당초 동반위와 똑같이 500m 거리 규제를 도입했던 공정거래위원회가 가맹사업법을 개정하면서 모범기준에서 정했던 거리제한을 폐지한 것은 시장에서 문제가 많다고 판단했기 때문"이라며 "대기업 빵집 창업을 희망하는 자영업자 입장에선 직업선택의 자유를 침해하는 위헌적인 규제"라고 말했다.


반면 중소 빵집들은 제과점업의 중소기업적합업종 재지정을 기필코 관철해야 한다는 입장이다. 500m는 최소한의 상권보장을 위한 거리인 만큼 절대 물러설 수 없다는 것이다. 김서중 대한제과협회장은 "대기업 빵집 규제 후 감소하던 중소 빵집이 다시 늘어나기 시작했고 수익도 충분히 보장받는 등 실효성이 충분히 입증됐다"며 "일단 제과점업 중기적합업종 권고안을 연장하는 것이 최우선 과제이고 중장기적으로 법제화도 검토할 필요가 있다"고 강조했다.

그래픽=임종철 디자이너

◇정치 논리보다 실효성·부작용 검증이 우선=전문가들은 제과점업 중기적합업종 일몰 또는 재지정 여부를 정치 논리로 접근하기보다는 지난 3년간 제도 실효성과 시장 부작용 등을 꼼꼼히 검증하는 것이 우선이라고 지적한다.

우선 수천가구 대단지 입주아파트 상가나 종합병원, 대학교 등 골목상권과 관계없는 특수상권 등에도 대기업 빵집 입점이 불가능한 현실을 바로 잡을 필요가 있다는 목소리가 높다. 개인 빵집 매출이 늘기보다 영세한 중소 프랜차이즈 빵집 브랜드만 대거 증가한 것이 약인지, 독인지도 따져봐야 한다. 공정거래위원회 가맹정보사이트에 따르면 2013년 이후 새롭게 론칭한 프랜차이즈 빵집 브랜드는 총 64개에 달하지만 점포수가 10개 이상인 곳은 5곳에 불과하다.

익명을 요구한 한 중소 빵집 대표는 "대기업 프랜차이즈라고 해서 시장을 무조건 장악하는 것은 아니다"며 "중소 빵집이 경쟁력을 키울 수 있는 현실적인 지원책이나 동반성장 프로그램을 가동하는 것이 우선"이라고 꼬집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