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부만 믿었는데" 개성공단 패션·섬유기업 '눈물'

머니투데이

박진영 기자

북한의 장거리 미사일 발사 등 연이은 군사 도발에 정부가 개성공단 운영을 전면중단에 따른 철수 첫날인 지난 11일 오전 경기 파주시 남북출입사무소에서 개성공단 입주 기업 차량들이 출경하고 있다.

12일 오전 서울 여의도 중소기업중앙회에서 열린 개성공단 전면중단 협회 비상총회에서 개성공단 입주기업 관계자들이 생각에 잠겨 있다.이날 정부는 남북협력기금에서 대출을 받은 입주기업들에게는 기존 대출원리금 상환을 유예하고 남북경협보험에 가입한 기업에 대해선 남북협력기금에서 보험금을 지급하는 절차에 즉시 착수하기로 하는 등의 지원 대책을 발표했다. 2016.2.12/뉴스1

정부의 개성공단 가동중단과 북한 폐쇄 선언으로 패션업계가 깊은 시름에 빠졌다. 개성공단 진출 기업 중 58%에 달하는 73개사가 패션·섬유기업인데 중소 납품업체들의 경우 운영이 어려울 정도로 큰 타격을 입은 것으로 알려졌다.

베스띠벨리, 씨, 비키 등 여성복을 생산하는 중견 패션기업 신원 (1,277원 ▼3 -0.23%)은 12일 개성공단 내 생산라인 가동이 전면 중단됐다고 밝혔다. 신원이 개성공단에서 생산하는 물량은 총 생산량의 12%여서 봄철 성수기를 앞두고 생산일정에 차질이 불가피한 상황이다.

시계 제조업체 로만손, 속옷기업 좋은사람들 등도 당혹감을 감추지 못했다. 지난해 메르스 사태, 소비 침체 장기화로 영업이익이 반토막 난 가운데 공단폐쇄라는 대형 악재를 만났기 때문이다.

패션업체 관계자는 "개성공단 상주 직원들이 정부로부터 어떠한 도움이나 디렉션(지시) 없이 쫓겨나 몹시 당혹스럽다"라며 "피해액을 추산하고 대체 공장을 물색하는 등 후속책을 마련 중인데 비용을 어떻게 감당해야 할지 난감하다"고 말했다.

북한의 장거리 미사일 발사 등 연이은 군사 도발에 정부가 개성공단 운영을 전면중단에 따른 철수 첫날인 지난 11일 오전 경기 파주시 남북출입사무소에서 개성공단 입주 기업 차량들이 출경하고 있다.

중소 납품 업체들의 사정은 더욱 나쁘다. 개성공단에 입주한 패션업체 대다수가 의류, 제화, 속옷 등을 생산·납품하는 OEM(주문자상표 부착생산) 업체다.

의류업체 관계자는 "정부의 일방적인 가동중단 결정에 억울하고 황당한 심경을 감출 수 없다"며 "패션업계 업황상 지금이 봄·여름 시즌 물량부터 가을·겨울 물량까지 생산하는 성수기인데 이런 시기를 놓치게 됐다"고 털어놨다. 그는 "개성공단에서 생산을 재개할 수 있을지 조차 불투명해 막막한 심정"이라고 말했다.

정부 지원방안에 대해서도 우려를 표명했다. 패션업체들이 입은 피해 수준이 정부 지원책만으로 복구되기는 어렵다는 것이다. 정부는 이날 대출원리금 상환 유예, 보험금 지급에 더해 '1:1 전담팀 구성' 등의 방안을 추가로 내놓았다. 하지만 개성공단기업협회는 "정부가 단순한 지원책이 아니라 보상방안을 제시해야 한다"는 입장을 밝혔다.

의류업체 관계자는 "정부 지원책을 기다려 봐야 하겠지만 2013년 공장 가동 중단 때도 대출 상환 유예 등 보조적 수준에 머물렀던 만큼 큰 기대를 하고 있지 않다"고 말했다. 그는 "북한에 묶인 생산시설과 완제품, 원재료 뿐만 아니라 납품이 끊긴 거래처와의 관계 회복 등을 생각해보면 정부 지원으로 감당되는 수준을 넘었다"고 호소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