ICT 융합 시대, 중소기업의 갈 길

오랜만에 디스코텍에 왔다. 바로 옆에서 매력적인 젊은 여자들이 매혹적으로 춤을 추고 있었다. 꿈인가 싶어 언뜻 정신을 차려보니 가상현실(VR)이었다.


지난달 미국 라스베가스에서 개최된 CES에서 경험한 일이다. 축구장 30개 정도에 해당하는 방대한 전시장에 관람객이 넘쳐나고 있었다. 계속해서 펼쳐지는 신기술의 향연에 사람들은 연신 감탄하고 있었다. ICT(정보통신기술)산업의 발전으로 새로운 세계가 펼쳐지고 있는 현장이었다.

세계 3대 가전 박람회 중 하나인 CES는 이제 가전을 넘어 ICT 산업 전반의 트렌드를 소개하는 장으로 자리매김하고 있다. 올해에는 첨단 ICT 기술들이 빠르게 실용화되고 사물인터넷(IoT)을 활용한 다양한 제품들과 비즈니스 모델이 선보였다는 점이 돋보였다.

영·유아의 심장박동 측정이 가능한 스마트 양말, 복부비만을 관리하는 스마트 벨트 등 IoT기술이 접목된 다양한 일상제품들이 전시됐다. 자율주행차, 드론, 3D 프린팅 등도 멀지 않은 미래에 우리 생활에 접목될 것임을 예고하고 있었다.

미래 산업을 주도할 것으로 전망되는 이러한 연결·융합 기술 중심에는 대기업 뿐만 아니라 시장변화에 기민하게 대응해 나가는 중소기업, 스타트업 등이 있다. 이번 CES 참가 기업의 3분의 1을 차지한 중국의 한 중소기업은 세계 최초로 최대 100kg의 사람을 싣고 23분간 목적지까지 자율주행이 가능한 드론 '이항184'를 출품해 그 기술력을 과시했다.


하이테크 분야를 적극 육성해온 프랑스는 미국에 이어 두번째로 많은 수의 스타트업이 참가해 향기 알람시계, 스마트 우산 등 기발한 제품들로 눈길을 끌었다. 우리 중소기업도 선전하기는 했으나 신기술 분야에서의 존재감이 미약한 것이 아쉬웠다.

이 분야에서 우리 중소기업이 기술변화의 속도와 흐름을 쫓아가고 나아가 시장 선도자로서의 경쟁력을 갖추기 위해서는 범국가적 차원의 ICT 융합산업 생태계 조성이 요구된다.

우선 관련 산업에 대한 최신 기술 동향과 정보를 파악해 중소기업에게 제공하는 것이 급선무다. 관련 규제와 장벽을 선제적으로 제거하고 현행 지원제도의 유연성을 높여 창조적 아이디어를 사업화하는 기회를 적극 확대해야 하며, 이를 통해 새로이 형성되는 시장을 선점해야 한다.

기업 활동에 있어 오픈 이노베이션도 활성화해야 한다. 개방과 참여를 확산시켜 조직 내부에 국한돼 있던 아이디어와 기술 공유 활동을 기업 외부로 확대하고 내·외부의 다양한 자원을 활용해야 한다. 그래야만 전통적인 기술과 산업 간의 경계가 허물어지면서 새로운 비즈니스가 창출되고 있는 현 상황에서 이겨 나갈 수 있다.

무엇보다도 혁신을 장려하는 사회 분위기가 조성돼야 한다. 끊임없는 혁신을 통해서만 창의적 아이디어가 생성되고 성공적인 비즈니스로 연결된다. 세계경제의 부진에도 미국이 나홀로 성장을 이룬 원동력은 지속적으로 혁신을 추구하는 실리콘밸리에서 나온다. 구글은 이력서가 아니라 오로지 지원자의 창의성과 잠재력에 기준을 두고 혁신 마인드가 철저한 인재를 선발해 상시 혁신을 추구한다. 구글과 애플이 세계 최대의 기업가치를 두고 다투는 모습이 부럽기만 하다.

ICT 산업은 과거 한국 경제 발전의 원동력이었다. 수출이 부진하고 경제가 어려운 현 시점에서 엄청난 시장이 형성될 것으로 기대되는 ICT 분야에서 새로운 돌파구를 찾을 수밖에 없다. 머지 않은 장래에 창조적 DNA를 가진 중소기업들이 한국판 구글과 애플로 성장해 우리 경제가 다시 한 번 도약하게 되기를 기대해 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