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은행 ISA 투자일임 허용" 증권, 시장잠식 어쩌나 '비상'

일임형ISAㆍ신탁형ISA 비교/제공=금융위원회

금융당국이 내달 도입 예정인 개인종합자산관리계좌(ISA)에 한해 은행의 투자일임업을 허용키로 하자 증권업계는 비상이 걸렸다. 은행이 전국적인 지점망과 안정성을 무기로 ISA 시장을 잠식할 것으로 예상되기 때문이다. 일각에선 은행의 ISA 불완전판매에 따른 고객 피해 우려도 꾸준히 제기된다.


성인모 금융투자협회 WM서비스본부장은 14일 "증권사가 은행에 비해 상대적으로 점포 등이 영세해 영업에서 불리한 측면이 있다"며 "리스크가 높은 금융투자업이 고유업무여서 단기적으로 신뢰성 측면에서도 경쟁력에서 밀릴 수 있다"고 우려했다.

실제 현재 은행의 지점수는 7305개인 반면 증권사는 1217개에 불과하다. 펀드판매 인력수도 은행은 9만2920명이지만 증권사는 2만3005명으로 상대적으로 휠씬 적다. 여기에 증권사는 위험자산인 주식형펀드 등 금융투자상품에 투자하는 일임업이 고유업무인 반면 은행은 안전자산인 예금을 고유업무로 취급해 안정성 측면에서 경쟁력을 지닌다는 평가다.

증권업계에선 은행이 일임형 ISA의 판매를 확대하면서 상대적으로 설명의무를 위반해 불완전판매를 양산할 가능성이 높다는 지적이다. 안전자산이 고유업무여서 위험자산인 일임업 전문성이 떨어지는 데다 일임형 ISA의 위험자산 편입 비중을 늘릴 가능성이 크다는 이유에서다.

대형 증권사 관계자는 "은행은 투자일임의 경우 고유업무가 아니어서 증권사에 비해 전문지식은 물론 투자자문, 사후관리 노하우 등이 턱없이 떨어진다"며 "이런 상황에서 무작정 저금리로 인한 수익성 악화를 타개하기 위해 일임업 허용을 주장했다"고 말했다. 그는 이어 "결국 ISA의 금융투자상품 편입 비중을 대거 확대할 수 밖에 없어 부실판매가 늘어날 것"이라고 덧 붙였다.


그러면서도 증권업계는 만능통장이라 불리는 ISA 활성화 측면에서 은행의 ISA 투자일임업을 일단 수용하겠다는 입장이다. 은행이 일임형 ISA에 진입하면 시장 잠식이 불가피하지만 ISA 도입 초기 시장 활성화에 기여할수 있기 때문이다.

황영기 금융투자협회장은 지난 12일 기자간담회를 갖고 "일임업은 금융투자업 핵심영역이지만 정부의 국민재산 늘리기 프로젝트라는 ISA 제도의 취지를 고려해 ISA 내 은행의 일임업 허용을 대승적으로 수용하기로 했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금융당국과 은행의 투자일임 업무를 전면적 허용이 아닌 ISA에 한정하기로 합의했다고 못 박았다.

일각에선 금융투자업계가 은행 일임업 허용을 수용한 것을 계기로 증권사의 법인 지급결제 업무 허용을 검토해야 한다는 목소리도 나온다. 증권업계는 2006년부터 기업의 자금이체 편의성 제고 등을 이유로 법인 지급결제 업무 허용을 줄기차게 요구했지만 은행권의 반대로 계속 무산됐다.

자산운용사 한 대표는 "일임형 ISA를 은행에 양보한 만큼 은행권도 고유업무인 지급결제 업무 허용에 전향적으로 나서야 한다"며 "은행의 증권사 법인 지급결제 업무 허용에 따른 지급결제시스템 안전성 훼손 논리도 점차 설득력이 약화 될 것"이라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