증시 급락-엔화 급등… 日 "비상인데 실탄이 없다"

일본 금융시장이 혼란에서 헤어나지 못하고 있다. 닛케이증시는 1년 4개월만에 1만5000선이 붕괴됐고 엔화 가치는 장중 달러 대비 110엔까지 치솟았다. 불안감이 커지자 구로다 하루히코 일본은행(BOJ) 총재는 4개월 반만에 아베 신조 일본 총리를 찾아가 회담을 갖고 향후 대응을 논의했다.

12일 닛케이225지수는 전장대비 4.84% 하락한 1만4952.61로 장을 마치며 2014년 10월 21일 이후 처음으로 1만5000밑으로 내려갔다. 이날까지 3거래일째 하락한 닛케이지수는 총 12.07% 내려앉았다.


엔고도 지속됐다. 이날 외환시장에서 엔/달러는 장중 110.97엔까지 떨어지며 역시 2014년 10월 이후 처음으로 110엔대를 나타냈다. 재닛 옐런 미국 연방준비제도이사회(FRB)의 금리인상 속도 완화발언에 달러화 가치가 후퇴하고 글로벌 성장 우려에 안전자산을 찾는 자금이 늘어나면서다.

엔저를 노리고 지난달 마이너스금리 도입을 결정한 BOJ는 비상이 걸렸다. 구로다 BOJ 총재는 작년 9월 25일 이후 처음으로 아베 총리와 회담을 갖고 마이너스금리와 관련해 논의를 가졌다. 회담 후 기자회견에서 구로다 총재는 논의 내용에 대한 답변은 피했지만 "환율을 포함해 국제 금융시장의 움직임을 확실하게 주시하겠다"는 입장을 밝혔다.

구로다 총재는 마이너스금리로 "수익률 곡선 전체가 떨어져 소비와 투자에 긍정적인 영향을 미칠 것"이라고 언급하며 그 효과를 지켜보고 있다고 말했다. 또 총재는 여느 때와 마찬가지로 "항상 금융리스크를 점검하고 필요 시 주저없이 대응하겠다"는 입장을 재차 밝혔다. 회담에 앞서 출석한 중의원 재무 금융위원회 자리에서는 가파른 엔고와 주가하락이 "펀더멘털에 반하는 과도한 움직임"이라고 말했다. 시장 심리가 너무 비관적이라는 것이다.


일본 정부 역시 금융시장 안정을 위해 나섰다. 아소 다로 일본 재무상은 이날 국무회의 후 기자회견에서 "이달말 중국 상하이에서 열리는 주요 20개국(G20) 재무장관·중앙은행 총재 회의에서 최근 금융시장 상황을 감안한 정책 공조를 위한 검토를 진행할 것"이라고 밝혔다. 공조를 통해 마이너스금리가 효력을 발뤼하도록 하겠다는 셈법이다. 니혼게이자이신문 역시 공조를 통해 시장의 불안심리를 진정시킬 필요가 있다고 지적했다.

일각에서는 BOJ가 추가 완화책을 또다시 꺼낼 수 있다는 관측도 나온다. 아베 총리의 경제자문인 혼다 에츠로 시즈오카현립대 교수는 월스트리트저널(WSJ)과의 인터뷰에서 시장 혼란이 지속되면 BOJ가 추가 완화정책 실시를 위해 긴급 회의를 열 수 있다고 말했다.

BOJ의 다음 회의는 3월 중순에 열린다. 하지만 혼다 교수는 "물가상승률 2% 도달 목표가 위험해졌다고 판단하면 BOJ는 그전에 행동에 나설 것"이라고 전망했다. 혼다 교수는 또 내년 4월로 예정된 2차 소비세 인상(8%→10%)도 연기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하지만 이에 대한 비관적 입장도 있다. 메이지야스다자산운용의 고이즈미 오사무 CEO(최고경영자)는 "BOJ가 어떤 행동을 취하더라도 남은 실탄이 더 이상 없다"며 "추가 금리인하 및 자산매입 등을 위해 별도로 회의를 연다 하더라도 기대만큼 효과를 내지 못할 것"이라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