은행권 일임형 ISA 허용 '환영'…상품 준비 '박차'

/자료제공=금융위원회

금융당국이 '만능통장' ISA(개인종합관리계좌) 관련한 은행들의 불만을 풀어줬다. ISA에 한해 투자일임업을 허용하면서 은행들은 환영한다는 입장을 나타냈다. 향후 은행에 전면적인 투자일임업 허용도 내심 기대하는 분위기다. 투자일임형 ISA 상품을 내놓기 위한 준비에 박차를 가하겠지만 시간이 촉박해 좀 더 빨리 결정했으면 하는 아쉬움도 드러냈다.


금융위원회는 ISA를 활성화하고 금융개혁 차원에서 은행에 ISA 업무를 위한 투자일임업을 허용하기로 했다고 14일 밝혔다. 이에 따라 은행들은 증권사와 마찬가지로 신탁형 ISA는 물론 일임형 ISA를 모두 판매할 수 있게 됐다.

일임형 ISA는 ISA 가입자가 일일이 편입 상품을 지시해 편입하는 신탁형 ISA와 달리 가입자가 일임한 금융회사가 알아서 편입 상품을 고를 수 있다. 일임형 ISA 가입자도 금융회사에 편입할 상품이나 상품별 투자비중 등을 바꿔달라고 요구할 수 있지만 전체 ISA 관리를 금융회사에 맡길 수 있어 편리하다.

그동안 은행들은 증권사만 일임형 ISA를 판매할 수 있다며 소비자 혼란과 차별을 없애고 건전한 경쟁을 위해 은행에 투자일임업을 허용해야 한다고 건의했다. 하영구 은행연합회 회장은 지난달 27일 신년 기자간담회에서 "은행에 투자일임업을 허용하면 고객의 선택의 폭이 넓어지고 각종 서비스를 원스톱으로 제공할 수 있다"며 은행에 투자일임업을 허용해야 한다고 촉구했다.

금융당국이 은행들의 요구에 화답하자 은행들은 일단 환영했다. 은행연합회 관계자는 "은행의 어려운 여건을 감안해 금융당국이 은행에 ISA업무를 위한 투자일임업을 허용했다"며 "상품 출시까지 시간이 촉박해 준비하는데 어려움이 많지만 열심히 준비할 것"이라고 말했다.


은행에 일임형 ISA가 허용됐지만 준비할 사항이 많다. 우선 관련 시스템 개발이 급선무다. 지금까지 은행은 신탁형 ISA에 맞춰 시스템을 개발했지만 앞으로는 일임형 ISA에 맞춘 시스템 개발을 병행해야 한다. 3월14일 예정인 출시일에 ISA 상품을 내놓기 위해서는 밤샘 작업도 불가피하다는 것이 은행권의 설명이다.

인력 충원도 시급하다. ISA 도입이 결정되면서 올해초 은행들은 주식 및 펀드 전문가 영입에 나섰지만 아직 충분한 인력을 확보하지 못했다.

특히 일임형 ISA는 신탁형과 달리 금융회사의 역량이 중요한 만큼 은행들은 증권사에서 랩어카운트 운용 경험이 있는 경력직원을 적극적으로 영입하고 있다. 그나마 증권사를 계열사나 관계회사로 가지고 있는 은행들은 빠른 시간에 노하우를 전수받을 수 있지만 그렇지 않은 은행들은 경쟁에서 뒤쳐질까 고민이 크다.

은행에 투자일임업이 그동안 허용되지 않았던 만큼 은행에 투자일임업을 담당한 조직이 없다는 것도 문제로 지적된다. 다만 금융당국이 ISA 한해 은행에 투자일임업을 허용한 것이 향후 은행에 투자일임업을 전면적으로 허용하는 첫 단계일 수 있어 은행들은 장기적인 관점에서 투자일임업을 담당할 조직을 신설할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다.

은행권 관계자는 "은행이 투자일임업을 한번도 해보지 않아 일임형 ISA를 위해서는 새로운 조직이 필요하고 신탁형 ISA와 이원화될 수 밖에 없다"며 "내부 이해상충은 없는지 등도 충분히 검토해야 한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