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먹는' 항암제, '한국형 신약' 새 먹거리 부상

한미약품 (308,500원 ▼7,500 -2.37%)이 '경구용'(입을 통해 몸으로 들어가도록 하는 방식) 항암 신약으로 글로벌 제약 시장에 도전장을 던진다. 차세대 항암 물질의 복용 방법을 '먹는' 방식으로 바꿔 주사제가 대부분인 글로벌 항암제 시장의 패러다임을 전환한다는 계획이다. 복용 편의성을 개선한 '랩스커버리' 기술로 천문학적 당뇨·비만치료제 기술수출 성과를 낸 것과 같은 세계시장 공략 전략이다.


14일 제약·바이오업계에 따르면 한미약품은 항암 신약 'HM95573'을 경구용으로 개발 중이다.

HM95573는 'RAF'라는 단백질을 차단해 암세포 증식을 막는 표적항암제다. 'RAF'는 정상 세포 안에서는 '세포를 증식하라'는 신호 전달 역할을 한다. 하지만 암세포 내에서 변형이 일어난 RAF'는 과도한 신호전달을 해 세포증식을 비정상적으로 활발하게 일으키고 암을 키운다. HM95573는 RAF 저해제인 셈이다.

기존 표적항암제의 부작용과 약물 내성을 극복한 RAF 저해제 계열의 약물은 '3세대' 표적항암제로 분류된다.

한미약품에 앞서 글로벌 시장에서 출시된 약물들이 없는 건 아니다. 바이엘과 로슈 등이 간암과 흑색종 등 적응증에서 RAF 저해제로서 시판되고 있다. RAF 저해제 자체만 놓고 보면 한미약품의 도전은 한 발 늦은 셈이지만 한미약품은 이를 경구용으로 극복한다는 복안이다.


먹는 표적항암제는 최근 등장한 RAF 저해제 계열은 물론 전통적 표적항암제에서도 찾아보기 힘들다. 한미약품 관계자는 "효과와 안전성 뿐 아니라 환자 복용 편의성까지 개선된 약물에 대한 기술 수요가 높은 것이 글로벌 시장 트렌드"라고 말했다.

한미약품은 대장암 표적항암제 시장도 HM95573로 대체될 가능성을 조심스럽게 내다본다. 현재 대장암 표적항암제로 아바스틴과 얼비툭스가 팔리고 있지만 일부 부작용과 함께 치료 효과가 높지 않다는 지적이 꾸준히 있어 왔다. 업계에 따르면 세계 대장암 치료제 시장 규모는 2017년 78억달러(약 9조5000억원)에 이를 전망이다.

한미약품은 이 시장 겨냥해 HM95573의 적응증을 고형암(혈액암을 제외한 간암, 폐암, 대장암, 위암 등)으로 설정했다. 세계 최대 제약·바이오 업계 행사인 'JP모건 헬스케어 콘퍼런스'가 올해 행사에서 HM95573에 주목한 이유다.

이와 관련해 손지웅 한미약품 R&D 부문 부사장은 머니투데이와 인터뷰에서 "HM95573의 연내 임상 2상을 계획 중"이라고 말했다.

한미약품에 앞서 대화제약 (10,310원 ▲110 +1.08%)도 최근 세계 최초 경구용 파클리탁셀 항암개량신약 'DHP107'의 판매허가를 식품의약품안전처에 신청했다. DHP107은 2013년 4월부터 2015년 8월까지 서울아산병원, 고려대학교구로병원을 포함한 국내 12개 기관에서 전이성 위암환자를 대상으로 임상을 진행해 무진행생존기간(PFS), 종양반응율(ORR) 등 유효성 평가변수과 안전성 측면에서 기존 파클리탁셀 주사제와 동등한 효능을 입증했다.

DHP107이 국내 시판될 경우 세계 최초의 경구용 파클리탁셀 항암제가 된다. 파클리탁셀은 가장 널리 알려진 항암물질로 폐암, 유방암과 난소암 등 다양한 암의 기본 치료제로 사용되고 있다.

종근당 (99,200원 ▼2,400 -2.36%)도 고형암 경구용 표적항암제(CKD-516) 국내 임상 1상을 진행 중이며 주사제형은 1상을 완료한 상태다.

제약업계 관계자는 "지난해 한미약품의 8조원대 기술 수출의 핵심은 복용 편의성이었다"며 "이 분야에서 시장성을 잘 살린다면 블록버스터급 신약 수출이 재연될 수 있다고 본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