현대硏 "소득불평등 높은 나라일수록 기부↑"

머니투데이

세종=박경담 기자

소득불평등도가 높은 나라일수록 기부가 많아진다는 분석이 나왔다.

장후석 현대경제연구원 연구위원은 14일 발표한 '나눔의 경제학: 영미와 비교한 한국 나눔 문화의 7대 특징 및 시사점' 보고서에서 소득불평등도를 나타내는 지니계수와 기부는 높은 비례 관계를 보인다고 밝혔다.

장 연구위원은 상대적으로 지니계수가 높은 미국은 기부금도 국내총생산(GDP) 대비 약 2%로 높은 수준을 기록한 반면, 지니계수가 낮은 스웨덴은 GDP 대비 기부금이 0.4%로 상대적으로 낮다고 했다.

그러면서 그는 "소득이 높은 나라일수록 기부가 많아지지만 소득불평등이 높아지면 기부라는 나눔 행위를 통해 소득불평등도를 줄이려는 행동이 늘어난다고 추정할 수 있다"고 말했다.

보고서에 따르면 우리나라 기부는 지속적으로 증가하고 있지만 경제협력개발기구(OECD) 주요국과 비교할 때 아직 선진국 수준에 도달하지 못했다.

국내 기부금은 2006년 8조1400억원→2010년 10조340억원→2013년 12조4859억원으로 꾸준히 증가세다. 하지만 GDP 대비 기부금은 2013년 0.87%를 기록해 미국(2%)의 절반에 못 미쳤다. 전체 기부참여율 역시 34.5%로 OECD 회원국 34개 나라 중 25위에 그쳤다.

장 연구위원은 미국과 영국 등 기부 선진국들과 비교해 우리나라는 고액기부 문화가 미흡하고 다양한 기부방법들이 제대로 정착되지 못했다고 분석했다.

그는 "우리나라도 고액기부자가 최근 늘어나는 추세에 있지만 아직 고액기부 문화가 완전하게 형성되지 못했다"고 했다. 1억 이상 기부자가 가입할 수 있는 '아너소사이어티'의 경우 2008년 이후 멤버가 증가세지만 총 누적기부액은 300억 수준에 머무르고 있다.

반면 미국과 영국에선 100만 달러(12억원) 이상 기부가 한 해 동안 각각 1064회, 300회 정도 이뤄지고 기부 총액 역시 141억 달러(17조328억원), 23억 달러(2조7800억원)에 이른다고 보고서는 분석했다.

장 연구위원은 또 현금기부, 물품기부, 재능기부, 권리기부 등 다양한 나눔 유형 중 우리나라에선 현금기부만 발달했다고 했다. 그는 다양한 나눔 유형을 개발하고 각 유형에 맞는 나눔기관을 만들어야 한다고 지적했다.

그는 나눔을 장려하는 세제 지원 등의 정책도 미흡하다고 했다. 그는 "최근 정부 세제계편과 맞물려 개인기부금 감소 현상을 우려하는 의견이 많아지고 있다"며 "미국과 일본은 개인기부에 대한 소득공제율을 각각 50%, 40%로 유지해 기부를 적극 장려하고 있다. 주요 선진국의 경우 기부 관련 세제를 지원해 나눔 문화를 확산하려고 노력 중이다"라고 했다.

장 연구위원은 이어 "경제 발전의 원천적인 경쟁력 제고 방안 중 하나로 나눔과 같은 사회자본 확충을 모색해야 한다"며 "정부 차원에서 기부관련 세제를 탄력 운용해 나눔 문화가 축소되는 것을 해소해야 한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