삼성전자, 이사회 의장 '개방'…이재용의 새 시도

삼성전자 (78,100원 ▼1,500 -1.88%)가 대표이사가 아니더라도 이사회 의장을 맡을 수 있도록 정관을 바꿀 예정이어서 경영진이 아닌 의장이 탄생할지 관심이 쏠린다.


의장이 경영에 직접적 권한을 행사하지는 않지만 의사결정과 감독 기능을 수행하는 이사회 운영을 책임지는 자리가 외부 인사에게도 열렸다는 상징성이 적지 않다.

14일 삼성에 따르면 삼성전자가 3월 11일 주주총회에서 정관을 예정대로 변경하면 이사회 의장의 기본 요건이 '대표이사'에서 '이사'로 넓어진다.

그동안 통상 선임 대표이사(CEO, 최고경영자)가 겸임하던 이사회 의장을 사외이사 등 다른 이사들이 맡을 수 있게 됐다.

현재 삼성전자의 이사회는 모두 9명이다. 선임 대표이사로서 의장을 맡고 있는 권오현 부회장(DS부문 대표이사), 윤부근 소비자가전(CE)부문 대표이사, 신종균 IT·모바일부문 대표이사, 이상훈 경영지원실장(사장) 등 사내이사 4명과 사외이사 5명이다.


사외이사는 이인호 전 신한금융지주 대표이사 사장, 김한중 전 연세대 총장(의과대학 명예교수), 송광수 전 검찰총장(김&장 법률사무소 고문), 이병기 서울대 전기공학부 교수, 김은미 이화여대 국제대학원 원장 등이다.

이중 이인호 전 사장과 송광수 전 총장은 3월 주주총회에서 재선임되고 박재완 전 기획재정부 장관은 임기가 끝나는 김은미 원장 대신 신규 선임될 예정이다.

삼성전자 서울 서초사옥 전경/사진=머니투데이 자료사진

정관이 바뀌면 이사회의 결의에 따라 9명 중 누구라도 의장을 할 수 있다. 기존 경영진이 그대로 의장직을 계속 수행할 계획이면 굳이 정관까지 변경했을 이유가 없다는 점에서 사외이사가 새로 의장을 맡을 가능성이 적지 않다.

일각에서는 신임 삼성전자 이사회 의장으로 새로 영입되는 박 전 장관을 예상하기도 한다. 박 전 장관은 지난 정부에서 우리나라 경제 정책을 책임졌던 인사로서 학자와 관료 경험을 두루 갖춘 만큼 세계 최대 전자기업인 삼성전자의 경영을 감독하기에 무게감이 충분하다는 평가도 나온다.

이사회 의장은 말 그대로 이사회 운영을 책임지며 이사회 소집권한 등을 행사한다. 다만 사업계획 추진이나 M&A(인수합병) 등 일반적인 경영현안은 이사회 내에 사내이사(경영진)로 구성된 경영위원회에서 처리한다. 직접 경영에 관여하지는 않지만 독립성을 유지하며 경영진을 견제하는 셈이다.

이재용 삼성전자 부회장/사진=머니투데이 자료사진

삼성을 이끌고 있는 이재용 부회장이 주주 신뢰도 제고 차원에서 선도적 조치를 취한 것이라는 분석도 나온다.

한국기업지배구조원에 따르면 최근 10년간 S&P(스탠다드앤푸어스) 500 회사 CEO의 이사회 의장 겸직 비율은 71%에서 53%로 감소했다. 반면 사외이사가 의사회 의장을 맡은 비율은 9%에서 28%로 증가했다.

하지만 신속한 의사결정과 업무 집행의 효율성을 중시하는 국내 기업은 CEO의 이사회 의장 겸직 비율이 여전히 압도적으로 높았다. 2005년부터 2014년까지 코스피 상장사를 대상으로 현황을 조사한 결과 사내이사의 의장 겸직 비율이 97.8%로 나타났다. 사외이사가 의장을 맡은 비율은 평균 2.2%에 불과했다.

재계 관계자는 "이재용 부회장은 평소 '업의 본질'을 중심으로 모든 사업 영역에서 핵심 기능에 주력하는 방안을 추진하고 있다"며 "이번 조치 역시 경영진은 경영에 집중하고, 이사회는 주주를 대신해 건강한 경영을 감시하는, 각자 본연의 역할에 충실해야 한다는 취지로 풀이된다"고 밝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