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비워두기 아까워…' 집주인 몰래 빌린 방 세놨더니

#대학생 A씨는 졸업 전 마지막 학기를 남겨두고 단기 임대주택을 구했다. 한 학기동안 휴학하는 기존 세입자 B씨가 방을 비워둘 수 없어 다시 세를 놓은 집이었다. A씨는 시세보다 저렴한 보증금에 위치까지 좋아 B씨와 바로 계약을 했다. 하지만 곧 문제가 발생했다. A씨가 계약금 명목으로 30만원을 선입금했는데 B씨가 돈만 받은 채 연락을 받지 않는 것이다. 집주인에게 항의했지만 본인은 몰랐던 계약이기 때문에 책임질 수 없다고 했다.

#직장인 C씨는 업무때문에 6개월간 해외로 출장을 떠나게 됐다. 매달 50만원씩 나가는 월세가 아까워 이 기간동안 재임대를 하기로 했다. 평소에도 깐깐한 집주인에게 이런 사실을 알리기 곤란해 C씨 선에서 해결하려고 동의를 구하지는 않았다. 출장에서 돌아온 C씨는 기가 찼다. 그동안 2차 세입자가 월세를 내지 않고 자취를 감췄기 때문이다. 집주인은 B씨에게 밀린 월세를 달라고 했다.


기존 임차인이 다시 세를 놓는 임대 형태인 '전대'는 임차인이나 전차인(2차 세입자) 모두에게 유용할 수 있다.

기존 임차인의 경우 방학이나 출장으로 인해 일정기간 집을 비울 때 전대를 이용하면 월세 부담을 줄일 수 있고 전차인의 경우 기존 세입자의 침대나 일부 가전 등을 이용할 수 있어 장점으로 여겨진다. 통상 보증금 없이 월세만 내거나 보증금을 내도 소액인 경우가 많아 일부러 전대 물건을 찾는 이도 적지 않다.

18일 부동산 직거래 대표 카페인 '피터팬의 좋은 방 구하기'에선 전차인을 구하는 게시글을 쉽게 발견할 수 있었다. 이날 접촉한 회사원 김씨는 "출장때문에 집을 비워야하는데 월세가 나가는 게 아까워 임대를 놓으려고 한다"며 "이전에도 출장기간 동안 전대를 했었는데 큰 문제가 없었기 때문에 다시 집을 내놓으려고 한다"고 말했다.


두 사람간 계약이 성사됐다면 별 문제가 없어보이는 전대에도 위험이 도사린다. 집주인 동의가 없을 경우 세입자의 권리를 주장하기가 어렵기 때문이다. 현재 표준 부동산 임대차계약서 제3조(용도 변경 및 전대 등)에는 임차인은 임대인의 동의없이 전대·임차권양도 또는 담보제공을 하지 못하도록 돼 있다.

하지만 이날 접촉한 임차인 대부분이 집주인의 동의는 필요 없다고 설명했다. 대학생인 이씨는 "한학기 휴학을 하게 되면서 집을 내놓게 됐는데 현재 살고 있는 세입자가 저인 만큼 별도로 집주인에게 이야기할 필요가 없다"고 말했다. 계약을 망설이자 "정 마음에 걸린다면 집주인에게 말을 해보겠다"고 했다.

문제는 집주인 동의가 없을 경우 2차 세입자가 보증금을 떼일 위험이 높고 거주권을 보장받지 못하는 등 피해를 입을 수 있다는 점이다.

한 주택임대차 전문 변호사는 "집주인의 동의가 없었다면 임차인과 전차인간 계약이 무효가 된다"며 "한쪽이 일방적으로 계약 의무를 저버리거나 중간에 집주인이 알게 돼 계약을 인정하지 않을 경우 피해를 입을 수 있다"고 설명했다.

전대를 놓은 세입자 역시 피해를 입을 수 있다. 전차인이 월세를 내지 않고 잠적하는 일이 발생할 경우 해당 비용을 오롯이 세입자가 부담해야 하기 때문이다.

이 변호사는 "전대할 경우 최초 계약시 먼저 집주인 동의 여부를 확인하고 확실하게 권리 의무 관계를 형성해야 한다"며 "집주인 동의만 있으면 임차인과 전차인 모두 큰 문제는 없다"고 했다.

공공임대의 경우에는 전대 자체가 불법이다. SH공사 관계자는 "공공임대 아파트의 방 한 칸만 임대를 하는 것도 불법"이라며 "이 경우 세입자와 맺은 계약이 해지된다"고 말했다. 다만 직장이전 등의 이유로 거주지를 이전하는 경우 임차권의 양도·전대가 가능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