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의 브루클린 '성수동'…"월세, 2년새 2배 올라"

서울 성동구 성수동2가 대림창고는 1970년 초 정미소로 사용됐으나 최근 예술가들이 예술행사, 패션쇼 등을 개최하는 장소로 이용했다. '대림창고' 전경. /사진=신현우 기자

"회색빛 공장지대였던 서울 성동구 성수동에 독특한 모습의 커피숍, 스튜디오 등이 들어서고 있습니다. 사람들이 몰리다보니 월세가 2년 새 두배 정도 올랐습니다."


서울 성동구 성수동이 미국 뉴욕의 '브루클린'처럼 변화하고 있다. 지난 17일 찾은 성수동 곳곳에는 기존 폐공장과 창고 등을 리모델링해 만든 카페, 쇼룸, 스튜디오 등이 들어서 있었다.

성수동 F공인중개소 관계자는 "공장들만 즐비했던 성수동이 이제는 젊은이들이 많이 찾는 공간으로 탈바꿈했다"며 "성수역 인근에서 뚝섬역 일대까지 상권이 형성됐다"고 귀띔했다.

서울 성동구 성수동2가 '대림창고'. /사진=신현우 기자

◇폐공장·창고가 복합예술 문화공간으로…변화하는 '성수동'

@머니투데이 김지영 디자이너

성수동은 1960년대 공업단지로 조성돼 공장들이 하나둘 들어서기 시작했다. 1970년대부터는 수제화 관련 제조업체들이 몰려 국내 최대 수제화 산업지역으로 꼽혔다. 실제 1990년대에는 금강제화·에스콰이아·엘칸토 등 우리나라 3대 구두 브랜드 생산 공장이 위치했다.

2012년 서울시는 지역 산업 활성화 차원에서 성수동 일대를 '수제화 특화 산업지역'으로 지정했다.


하지만 최근 이 지역 공장과 창고가 서서히 모습을 감추고 있다. 대신 문화예술복합공간과 상점이 들어서고 있다. 다만 기존 공장을 허물기보다 본연의 모습을 최대한 살려 개성 있는 모습의 건물로 리모델링하는 게 대부분이다.

실제 성수동 일대에는 기존 공장의 내력벽 등을 유지한 스튜디오, 커피숍 등이 들어서 있다. 특히 기존 공장들과 함께 리모델링한 건물들이 뒤섞여 있는 모습이다. 이 같은 독특한 모습에 사람들이 몰리고 있다. 마치 미국 브루클린의 공장 등이 문화 공간으로 탈바꿈한 것과 유사하다.

성수동의 변화는 대림창고가 복합예술 문화공간으로 자리 잡으면서 시작됐다는 의견이다. 1970년 초 정미소로 사용된 대림창고는 1990년부터 공장 부자재창고 등으로 사용됐다. 최근에는 이곳에서 젊은 예술가들이 예술행사, 패션쇼 등을 자주 열면서 유명세를 탔다.

인근에서 2014년 문을 연 카페 '자그마치'는 인쇄소로 쓰던 공장을 리모델링해 카페 겸 조명 갤러리로 활용되고 있다. 이곳에서는 의류브랜드 행사, 예술강연 장소 등도 열린다. 유명 스튜디오인 '베란다 인더스트리얼'도 이 지역에 있다.

스튜디오로 활용되고 있는 서울 성동구 성수동2가 '베란다 인더스트리얼' 전경. /사진=신현우 기자

미국 브루클린 덤보의 이름을 딴 서울 성동구 성수1가2동 '러스티드 아이언 인 덤보'. /사진=신현우 기자

◇"매물 찾는 사람 많지만 물건 없어"…"뚝섬역 인근 1층 커피숍 월세, 부르는 게 값"

성수동에 커피숍 등으로 신규 진출하기 위해 매물을 찾는 사람은 많지만 정작 물건이 없는 상황이다.

성수동 F공인중개소 관계자는 "공장 등을 활용한 카페 등이 유명해지면서 비슷한 매물을 찾는 사람이 늘고 있다"며 "하지만 매물이 없어 우리도 난감하다"고 말했다.

이어 "공장 등의 매물이 부족한 만큼 앞으로는 기존에 운영하던 카페, 스튜디오 등을 그대로 인수하는 사람들이 늘 것으로 보인다"고 덧붙였다.

성수동 M공인중개소 관계자는 "커피숍 등이 많이 들어서고 있지만 아직 권리금이 없는 가게들이 있다"면서도 "문제는 상가 자체가 적은 데다 건물주가 상가를 직접 운영하는 경우가 많아 매물이 귀하다"고 귀띔했다.

지역 중개업계에 따르면 성수동 165㎡ 규모의 1층 공장의 경우 월임대료가 300만~350만원 수준이다.

성수동 D공인중개소 관계자는 "성수역 인근 공장 등의 경우 1~2년 새 월세가 100만원 가량 올랐다"며 "보증금을 대부분 월세의 10배로 계산하고 있다"고 설명했다.

이어 "뚝섬역 인근으로 커피숍들이 생겨나고 있는데 대부분 상가주택에 들어서 규모가 작다"면서도 "성수역 인근보다 월세 상승세가 더 가파른데 커피숍으로 활용할 1층 월세는 부르는 게 값"이라고 덧붙였다.

인쇄소로 쓰던 공장을 리모델링한 서울 성동구 성수동2가 카페 '자그마치'. /사진=신현우 기자

◇젠트리피케이션 우려에 지자체 나서…"임대료 상승으로 변신주도했던 사람 떠나기도"

성동구는 '젠트리피케이션'(gentrification) 현상을 막기 위해 '성동구 지역공동체 상호협력 및 지속가능 발전구역 지정에 관한 조례'를 제정·시행하고 있다. 젠트리피케이션은 구도심이 번성하는 과정에 중산층 이상의 사람들이 몰려 임대료가 오르고 원주민이 내몰리는 현상을 말한다.

조례는 성동구에 지속가능 발전구역을 지정해 도심재생사업을 펼쳐 지역상권 발전을 유도하는 내용을 담고 있다. 지속가능 발전구역에서는 주민들이 자치조직인 협의체를 구성해 외부에서 들어오는 입점업체를 선별할 수 있게 했다.

지역상권이 중대한 해를 입히거나 입힐 우려가 인정되는 업소는 사업을 시작할 때 주민협의체의 동의를 받아야 한다. 성동구는 동의를 얻지 못한 업체에 입점 지역과 시기, 규모 등의 조정을 권고할 수 있다.

정원오 성동구청장은 "당장 눈앞의 이익보다 지역 문화를 만들고 높아진 지역의 가치를 함께 공유하는 상생의 길을 걷기 위해 이 같은 조치를 취하는 것"이라고 말했다.

실제 성수동이 인기를 끌면서 임대료와 집값이 상승, 변신을 주도했던 사람들이 이를 견디지 못해 떠나기 시작했다.

서울 성동구 성수동2가에 상가주택 등이 위치해 있다. /사진=신현우 기자

◇"성수동 집값 상승 있지만 큰 폭 상승하기엔 기폭제 부족"

@머니투데이 유정수 디자이너

성수동 일대에는 10~20년 이상된 빌라와 아파트들이 들어서 있다. 하지만 최근 성수동 상권이 활발해 지면서 일대 집값이 상승하고 있다. KB국민은행에 따르면 성수동 아파트 3.3㎡당 평균 매매가는 지난해 1분기 1676만원에서 올해 1분기 1759만원으로 5%가량 상승했다.

실제 1994년 입주한 서울 성동구 성수동 '성수현대그린' 전용면적 56.97㎡ 평균 매매가는 지난해 1월 3억2500만원에서 올 1월 3억5500만원으로 3000만원 올랐다.

하지만 전문가들은 투자 주의를 요구했다. 김규정 NH투자증권 부동산연구위원은 "성수동의 경우 강남과 가깝다는 입지적 장점이 있다"면서도 "정비사업이 더디게 진행되는 데다 아직 상권도 다 형성되지 못했다"고 말했다.

이어 "단기적인 집값 상승을 기대하기보다 장기적인 관점에서 지켜봐야 할 곳"이라고 덧붙였다.

함영진 부동산114 센터장은 "성수동의 경우 집값 상승을 크게 유도할 기폭제가 부족하다"며 "주변 개발사업도 현재 답보상태로 성장에 한계가 있어 이 지역 시장을 냉정하게 바라봐야 한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