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일 커피점 찾던 손님, '1일 알바'로 손님 대해보니

"안녕하세요. 000입니다."
"안녕하세요. 주문 도와드리겠습니다."
"네, 감사합니다."
"감사합니다. 맛있게 드세요."
"감사합니다. 좋은 하루되세요."

지난 18일 서울 동작구 사당동의 한 커피 전문점. 매일 손님으로만 찾던 커피 전문점에 이날은 일일 점원으로 나섰다.


유니폼까지 갈아입고 나와 팔을 걷어붙였지만 가장 먼저 배운 건 설거지도 커피 내리기도 아니었다. 손님이 들어온 후 메뉴를 주문받고 음료를 받아 매장을 나갈 때까지 이어지는 인사 교육이 시작됐다.

"고객이 문을 열고 들어올 때 환영한다는 인상을 주는 게 중요해요."

"주문을 받을 때도 다시 한번 인사를 하고 주문을 받으면 돼요. 주문을 다 받은 다음에도 감사합니다라고 말하고요."


"음료를 가지러 온 손님에게 맛있게 드시라고 말하고 나가는 고객들에게까지 인사를 해요."

매장 관리자는 모든 직원들이 이렇게 '친절 교육'을 받는다고 했다. 고객들에게 인사를 하는 건 그리 어려운 일은 아니었다. 문을 열고 들어오는 고객에게 "안녕하세요", 주문을 받을 때도 "안녕하세요"하며 함박웃음을 지어보였다.

사진은 기사와 관련없음. /사진=뉴스1

호기롭게 시작한 인사는 곧 공허해졌다. 일방적인 인사가 무안했기 때문이다. 분명한 것은 이는 고객의 인성 문제는 아니라는 점이다. 최근에는 이용자가 '손님은 왕'으로 인식하기보다는 스스로 평범하다고 판단한다.

하지만 주문하는 고객들은 대체로 바빴다. 고객들의 손에는 대부분 휴대폰이 쥐어져 있었고 주문을 하면서도 눈과 손은 휴대폰을 향해 움직였다. 매장 직원과 눈을 마주치는 일은 거의 없었다.

이어폰을 빼지 않고 "아메리카노 1잔이요"라는 간단한 주문을 하기도 했는데 그래도 직원들은 "감사합니다"라고 인사했다. "아메리카노 1잔, 핫초코 1잔" 식으로 메뉴 이름만 말하는 고객도 적지 않았다. "음료에 크림 올려드릴까요?"라고 물으면 대답없이 고개를 가로저었다.

직원들이 준비된 멘트를 못하는 경우도 많다. "할인되는 카드 있으세요?', "현금영수증 해드릴까요?" 등 직원이 설명하는 도중에도 됐다고 하거나 고개를 젓는 바람에 "할인되는 카…", "현금 영수…" 등으로 말을 잇지 못했다.

친절하지도, 그렇다고 딱히 불친절하지도 않은 모습. 이는 평소 본인의 모습과도 다르지 않았다. 함께 일한 직원에게 이럴 때 마음이 상하지 않느냐고 물었다. 이 직원은 "일일이 신경쓰면 일 못하죠"라고 답했다.

일부러 이 같은 행동을 하는 이들은 없겠지만 굳이 말하자면 고객도 나름의 이유는 있다. "간단하게 할 말만 하면 서로 편하지 않겠냐"는 것이다. "왜 굳이 그렇게까지"라거나 "돈 받고 일하는 거 아닌가?"라고 말하기도 했다. 몇 마디 주고받으면 되는데 괜히 웃음이 헤퍼보이는 것이 싫다는 이들도 있었다.

직원들이 생각하는 친절한 손님은 사실 특별하지 않다. "안녕하세요", "~주세요", "감사합니다" 등 어쩌면 당연하고 자연스러운 말이 고마운 것이다. 물론 이런 손님들도 많다.

커피 전문점에서의 일일 점원 역할을 마치고 이제는 다시 손님으로 커피 전문점을 찾는다. 무심코 커피를 주문한 후 어떻게 행동했는지 떠올려보지만 역시나 무의식의 지배를 받은 탓에 방금 전의 일도 기억나지 않는다.

"고객도 친절한 직원이 좋듯 직원들도 친절한 고객에게 더 고마움을 느껴요." 한 직원의 말을 떠올리며 무의식이 친절했길 바랐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