저커버그 '갤S7 깜짝쇼'… 이재용 3년 공들인 '파트너십'

삼성전자 무선사업부장 고동진 사장과 페이스북 CEO 마크 저커버그가 언팩 행사 무대에서 악수를 나누고 있다. /사진제공=삼성전자

마크 저커버그 페이스북 최고경영자(CEO)가 삼성전자의 전략 스마트폰 신제품 '갤럭시S7' 언팩에 등장했다. 삼성과 페이스북의 관계가 단순한 협력을 넘어 미래를 향해 함께 나아가는 '파트너십' 단계로 진입했음을 보여주는 대목이다.

저커버그의 '깜짝 쇼'가 있기까지는 첫 만남 이후 3년여에 걸친 이재용 삼성전자 부회장의 노력과 숨은 배려가 있었다.


저커버그 CEO는 21일(현지시간) 스페인 바르셀로나 컨벤션센터(CCIB)에서 열린 '삼성 갤럭시 언팩 2016'에 등장해 "삼성전자는 글로벌 넘버원 모바일 하드웨어 기업"이라며 "페이스북의 오큘러스와 결합해 최고의 VR(가상현실) 경험을 제공할 것"이라고 밝혔다.

그는 이 자리에서 "VR은 가장 사회적(social) 플랫폼"이라며 "VR이 바로 차세대 플랫폼(VR is the next platform)"이라고 강조했다.

삼성전자 (78,600원 ▲3,100 +4.11%)는 페이스북의 자회사 오큘러스와 손잡고 '기어 VR'를 내놓고 가상현실 부문을 적극 공략하고 있다. 앞서 페이스북은 2014년 오큘러스를 20억달러에 인수한 바 있다.


이번 MWC의 메인 기조연설을 맡은 '거물' 저커버그가 삼성의 신제품 발표회에 직접 참여했다는 점은 의미가 크다. 전세계 소셜 미디어 업계를 평정한 페이스북이 차세대 주력 사업의 '동반자'로 삼성을 공식화했다고 볼 수 있다.

세계 최대 소셜 네크워크인 페이스북의 플랫폼 및 소프트웨어와 세계 최고로 손꼽히는 삼성전자의 하드웨어 기술력 및 제조역량이 본격적으로 결합될 경우, 이들 동맹군이 제2의 '모바일 혁명'을 사실상 주도할 수 있다는 점에서 주목된다.

이재용 삼성전자 부회장은 일찌감치 페이스북과의 협업 필요성에 눈을 떴다. 이를 위해 2013년부터 공을 꾸준히 들였다.

지난 2013년 6월18일 저커버그 CEO는 삼성전자 서초사옥을 방문해 이 부회장을 만났다. 10시간에 걸친 긴 회동이 이뤄졌고 이후 두 회사간 첫 합작품인 '기어VR'이 탄생했다.

두 사람은 한 달 후인 같은해 7월 미국 아이다호주 선밸리에서 열린 '앨런앤코 미디어 컨퍼런스'에서 재회했다.

이로부터 약 1년 뒤인 2014년 10월14일 저커버그 CEO는 이 부회장과의 만찬을 위해 삼성전자 서초사옥을 다시 방문했다. 하버드대 동문인 두 사람은 2시간30분 동안 한 테이블에서 식사를 같이 하며 구체적인 제휴 방안 등을 논의했다.

그의 방문소식은 미디어의 뜨거운 관심을 불러 일으켰다. 삼성전자 사옥 로비는 수많은 취재진들로 북적였다. 2013년 첫 방문 당시 저커버그 CEO는 몰려든 취재진에 당황한 기색이 역력했다.

이 부회장은 이같은 점을 간과하지 않았다. 저커버그 CEO가 만찬 참석을 위해 삼성전자 사옥에 도착하기 직전, 이 부회장은 사옥 로비를 가로질러 만찬장으로 올라갔다. 취재진의 모든 카메라가 이 부회장을 향하고 있을 시점, 저커버그 CEO 일행이 탄 차량 3대는 조용히 지하주차장으로 들어갔다.

미디어와의 접촉을 부담스러워한 저커버그 CEO를 위해 '호스트'인 이 부회장이 세심하게 배려했다는 평가가 나왔다. 이 부회장은 평소 사진 촬영을 좋아하지 않는다.

업계 관계자는 "저커버그 같은 '상징성'이 큰 인물이 삼성전자의 신제품 발표회에 등장했다는 것은 미래 사업을 위해 두 기업이 사실상 한 배를 탔다는 의미로 읽힌다"며 "앞으로의 행보가 더욱 주목된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