7년만에 문항바뀐 이랜드 자소서, 뭐가 달라졌나

이랜드도 영어 무스펙 전형에 합류했다. 공인영어 성적이 없어도 지원 가능해지면서, 토익뿐 아니라 대체재로 요구했던 오픽이나 토스까지도 원하지 않는다고 선포했다. 또한 이랜드그룹 본부, 이랜드월드(패션), 이랜드리테일(유통), 이랜드파크(건설) 총 4개 계열사에서 신입사원을 모집하는데, 건설 부분의 특수 직무를 빼놓고는 모든 직무가 전공무관이다. 본격적인 스펙초월 전형을 해보겠다는 의지를 표현한 셈이다.

2016년 이랜드 자소서 문항의 특징은 ‘드디어 바뀌었다’는 것이다. 사실 2015년 하반기 이랜드 자소서를 분석하는 칼럼 첫 구절을 “고집일까, 소신일까, 자신일까?”로 시작했었다. 2009년부터 무려 7년간 자소서 문항이 거의 그대로였다는 것을 살짝 비꼬며 시작한 것인데, 그 컬럼 때문은 아니겠지만 어쨌든 우연찮게 2016년 상반기 이랜드의 자소서 문항이 바뀐 것이다.



▷1번 문항 : 바뀌기 전에 이에 해당하는 질문은 “지원동기를 구체적으로 적어 주십시오.”이다. 그런데 이랜드 선택 이유와 입사 후 꿈이라는 구체적인 질문으로 바뀐 것은, 그만큼 추상적인 이야기를 늘어놓는 지원자들의 자소서는 이제 그만 읽고 싶다는 뜻으로 해석할 수 있다.

여기서 주의할 것은 ‘이랜드를 선택한 이유’인데, 이에 대해 지원자들은 잘못하면 이랜드의 사업성과나 매출 같은 퍼포먼스를 열거하기 쉽다. 그런 부분은 직원들이 더 잘 알고 있으니 숫자 나열은 그만해도 될 성 싶다. 또 어떤 지원자들은 이랜드의 가치와 인재상을 언급하며 ‘이랜드를 선택한 이유’를 채워나가곤 하는데 이 역시 올바른 방법이라고 할 수는 없다. 홈페이지에 명시된 내용을 굳이 자소서에 그대로 옮겨 적을 필요는 없다는 것이다.

‘당신이 이랜드를 선택한 이유?’에 대한 대답은 실제로는 '이랜드가 당신을 선택해야 하는 이유'가 되어야 한다. 이랜드라는 기업이 자신과 어떤 점에서 잘 맞으며, 자신의 능력과 포부를 펼치기에 어떤 점에서 이랜드가 적합한지에 대해서 써내려가야 한다는 것이다. 그래서 이 사람을 뽑았을 때 이랜드도 발전할 수 있겠다는 느낌을 주는 것이 중요하다. 그리고 이렇게 써야 입사 시 이루고 싶은 꿈과도 자연스럽게 연결될 수 있다.

▷2번 문항 : 이 문항은 이랜드의 정체성을 보여주는 문항이라고 할 수 있다. 바뀌기 전 문항도 '자신의 인생에 가장 영향을 끼친 사건 3가지를 든다면?'이었는데, 다른 기업에서는 절대로 찾아볼 수 없는 아주 유니크한 문항이었다. 사실 이런 자소서 문항은 대학 입시에서나 볼 수 있는데, 그런 의미에서 이랜드는 회사보다는 인생학교 같은 느낌을 준다.


이번에도 ‘인생 사건 3가지 선택하기’는 자소서 문항으로 나왔는데, 에전과 다른 점은 (성공경험/실패경험/단체경험)으로 그 사건의 폭을 제한했다는 점이다. 이 세 가지는 사건 자체의 내용이 아니라 그 사건이 자신에게 끼친 영향이 어떤 것인가가 훨씬 중요한 것이라는 것을 알 수 있다. 사실 이 2번 문항은 3번 문항을 위한 전초전 같은 느낌으로, 중요한 것은 3번 문항에서 구체적으로 속깊은 이야기를 풀어내는 것이라고 할 수 있다.

▷3번 문항 : 인생에 있어 영향을 미친 어떤 사건이기 때문에,그 사건 이후로 자신의 가치관이 변했다든가, 인생의 목표가 바뀌었다든가, 아니면 한 단계 성장했다든가 하는 식의 결론으로 이끌어낼 만한 사건이어야 한다. 당연히 긍정적인 방향으로의 변화여야 하겠고, 업무적으로 도움이 될 만한 능력이 향상된 계기면 좋겠다.

① 성공경험이라면 성공으로 이끌었던 긍정적인 요인들을 분석하고, 그런 것들이 앞으로 회사생활을 할 때 어떻게 도움이 될 것인가를 은근히 강조하는 것이 좋겠다.
② 단체경험을 쓸 때, 보통은 단체 생활을 하면서 배려와 이해가 어떻게 자신에게 도움이 되었나를 증명하는 식으로 전개하게 되는데, 회사 생활에 정말 필요한 덕목이긴 하지만 소재가 단체생활이 되면 교훈은 조금 뻔하게 흐르는 경향이 있는 것도 사실이다.
③ 실패경험을 언급하는 것은 위험하다고 생각들을 하는데, 이랜드에서는 지원자들의 성공의 퍼포먼스를 보고 뽑는 것이 아니다. 그러니까 실패한 경험들이 있다고 해서 안뽑는것도 아니라는 것을 알아야 한다. 오히려 실패한 사람은 그로 인해 배우고 변화하는 것들이 많기 때문에 사실 이런 식의 자소서 문항을 쓰는 데는 적절한 경험일 수도 있다. 실패를 통해 얻은 긍정적인 교훈을 쓰면 설득력도 상당하다. 다만 수능에 떨어졌다든가, 언어연수를 가서 처음에 외롭고 적응이 안 되었다든가 하는 사건은 굉장히 흔하게 언급되는 소재들이고 얻게 되는 교훈도 뻔하니 이런 부분은 후순위로 돌리고 생각하는 것이 좋겠다.

▷4번 문항 : ‘리더십’ 관련 문항으로 메인 질문이라고 봐도 좋을 것 같다. 이랜드가 전년도까지 고수했던 자소서 형식의 9가지 문항에 없었던 내용이라서 가장 특색있는 문항이다. 리더십의 경험이 있는 경우를 적으라고 했지만, 모든 지원자가 정말 리더십의 경험이 있을까 생각하면 꼭 그런 것은 아닐 것 같다. 결국 꾸며낸 리더십이 등장할 수밖에 없는데, 글자 수가 1500자나 되므로 꾸며낸 리더십은 아무래도 티가 날 것이다. 그러니 이 문항은 실제로 단체를 이끌었거나 프로젝트를 리딩한 경험이 있는 사람에게 유리할 수밖에 없다.

리더십에 대한 이야기면 이왕이면 큰 단체의 경험이 더 그럴듯할 것이라고 생각하는데, 작은 일이라도 실제로 리더로서의 경험을 한 것을 쓰는 것이 진솔하게 느껴진다. 큰 단체의 경험이 없다면 작은 사건의 리더였던 경험을 찾아 쓰도록 하자.

▷총정리 : 이랜드의 인재상은 ‘성숙한 인격’, ‘탁월한 능력’이다. 한 마디로 일 잘하는 착한 사람인 셈인데, 그 두 능력위에 ‘고객 섬김’이 놓여 있는 것을 보면 아무래도 소비재 기업으로서 B2C를 수행할 마인드를 가진 사람을 선호한다는 것을 알아야 한다. 풀어서 얘기하면 ‘희생과 섬김’의 봉사정신이 필요하다는 말이다. 여기에 이번 자소서 문항에서 보여지는 특징은 '리더십'이다. 결국 '섬김의 리더십'이 있는 인재를 최우선에 놓는다는 것을 알 수 있다.

◇ 이시한 교수는… 연세대학교 국문과 졸업, 동대학원 석사 졸, 박사 수료. 성신여대 겸임교수, 상명대 자문교수. PSAT, LEET등과 기업의 인적성 검사분야 스타강사로 위키백과에 등재. tv N '뇌섹시대-문제적남자'의 대표 패널이자 MBN 예능프로그램 '직장의 신' 전문가 MC. 신문 등 미디어에 취업/진로를 주제로 칼럼을 연재하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