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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맛있는 과학]중력파와 여의도

맛있는 과학 머니투데이 김상욱 부산대 물리교육학과 교수 |입력 : 2016.03.04 03:00|조회 : 693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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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왼쪽부터)알베르트 아인슈타인, 거대한 블랙홀 2개가 서로 충돌해 새로운 블랙홀로 거듭나는 과정에서 중력파가 생성되는 메커니즘을 미 항공우주국(NASA)이 3차원 영상으로 만들어낸 조감도, 은수미 더불어민주당 의원이 국회 본회의장에서 테러방지법의 본회의 의결을 막기 위한 필리버스터(무제한 토론을 통한 합법적 의사진행방해)를 마친 뒤 눈물을 훔치고 있다/사진=NASA, 뉴스1
(왼쪽부터)알베르트 아인슈타인, 거대한 블랙홀 2개가 서로 충돌해 새로운 블랙홀로 거듭나는 과정에서 중력파가 생성되는 메커니즘을 미 항공우주국(NASA)이 3차원 영상으로 만들어낸 조감도, 은수미 더불어민주당 의원이 국회 본회의장에서 테러방지법의 본회의 의결을 막기 위한 필리버스터(무제한 토론을 통한 합법적 의사진행방해)를 마친 뒤 눈물을 훔치고 있다/사진=NASA, 뉴스1


중력파에 대해서는 이미 많은 기사가 나간 터라 안 다루려한다고 말했다. 그러자 옆에 있던 아내가 투덜거렸다. "무슨 소리야, 나는 기사를 아무리 읽어도 무슨 말인지 뭐가 중요하다는 건지 모르겠는걸." 이 말에 용기를 얻어 아내도 이해하는 중력파 이야기를 써본다.

중력파는 이름 그대로 파동이다. 연못에 돌을 던지면 생기는 동심원의 파동이랑 같은 거다. 연못의 경우는 물이 진동한다. 물의 일부가 원래 높이보다 위로 올라가거나 아래로 내려간다는 말이다. 이것을 고상한 말로 '변형된다'고 한다.

중력파는 무엇이 변형된 걸까. 바로 시공간이다. 대부분의 사람들은 여기서 혼란을 일으킨다. 시공간이 변형된다고? 혹자는 한술 더 떠서 시공간이 뒤틀린다고 표현하기도 한다. 어떻게 표현하나 감이 잡히지 않기는 마찬가지다. 아지랑이가 피어오를 때 세상이 지글거리며 찌그러져 보인다. 세상 자체가 찌그러지는 것이 아니라 빛이 굴절하는 거다. 허나, 세상이 진짜 찌그러지는 거라고 생각하면 비슷하다고 할까.

사실 우리에게 익숙한 빛도 전자기장이 변형되는 거다. 핸드폰으로 주고받는 전파도 전자기장의 파동, 전자기파의 일종이다. 몸속을 들여다보는 엑스선, 피부를 검게 만드는 자외선, 텔레비전, 라디오가 수신하는 전파도 모두 전자기파다. 지금까지 우리는 전자기파를 이용하여 우주를 탐구해왔다.

전자기장은 전자기력의 다른 표현으로 중력파도 엄밀하게는 중력장의 파동이다. 자연에는 중력, 전자기력, 약력, 강력 등의 4가지 힘이 존재한다. 이 가운데 중력과 전자기력만이 공간을 전파하는 파동을 만들어낸다. 그동안 우리는 존재하는 파동의 절반만 본 것이다. 중력파 검출로 이제 세상을 보는 완전한 눈을 가지게 되었다고 말할 수 있다.

왜 그렇게 오랫동안 중력파를 보지 못한 걸까. 이유는 간단하다. 중력파의 신호가 너무 작아서 그렇다. 사실 당신이 있는 건물도 미세하게 진동하고 있다. 하지만 당신은 느끼지 못한다. 진동이 너무 작기 때문이다. 정밀한 측정 장비를 이용하면 건물의 진동을 감지할 수 있다. 양자역학에 따르면 이 세상의 어떤 물체도 결코 정지 상태에 있을 수 없다. 뭔가 정지해있는 것 같다면 그건 미세한 진동을 볼 수 있을 만한 능력이 되지 않을 뿐이다. 마찬가지로 중력파는 어디에나 있다. 그동안 이걸 검출할만한 능력이 없었을 뿐이다.

사실 우리에게 익숙한 전자기파도 오랫동안 우리 주위에 있었다. 우리 눈은 전자기파 가운데 가시광선이라 불리는 아주 작은 영역만을 감지할 수 있기에 몰랐던 거다. 전자기파의 이론은 1865년 물리학자 맥스웰에 의해 완성됐고, 20여년 후 헤르츠에 의해 검출됐다. 중력파는 1915년 아인슈타인에 의해 이론적으로 그 존재가 예측됐고, 100여년이 지나서 검출에 성공했다.

이번 중력파 검출은 두 가지 이유 때문에 가능했다. 엄청나게 큰 중력파가 발생했다. 이것은 순전히 우연한 일이다. 두 개의 블랙홀이 충돌하며 하나의 블랙홀이 되는 사건이 일어났다고 한다. 이런 일이 얼마나 자주 일어나는지는 아직 모르지만 흔한 일은 아닐 거 같다. 한마디로 운이 좋았다는 얘기다. 둘째로 검출기의 성능이 좋아졌다.

어찌 보면 중력파 이야기는 요즘의 정국과 비슷한 면이 있다. 국회의원은 국민을 대표해 권력을 견제한다. 사실상 힘을 가진 유일한 우리 편이다. 그들은 언제나 우리 주위에 있었다. 하지만 많은 이들이 국회의원에게 월급 주는 것을 아까워 한다.

이번 필리버스터(무제한 토론을 통한 합법적 의사진행방해)를 통해 우리는 새로운 사실을 알게 됐다. 제대로 된 국회의원도 많다는 것을. 이것은 너무나 당연한 이야기라 왜 그걸 몰랐는지 의아할 지경이다. 중력파를 측정하기 위해서는 적당한 검출기가 있어야 한다. 제대로 된 국회의원을 알아내기 위해서도 '적당한 장치'가 필요하다. 이번 필리버스터는 블랙홀 두 개가 충돌한 일회성 사건이었는지도 모른다. 국회의원과 국민이 소통할 상시적인 창구가 필요하다는 말이다.

필리버스터 해봤자 '테러방지법'이 원안대로 통과되는데 무슨 소용이냐고 물을지 모르겠다. 이것은 블랙홀 두 개가 충돌할 때 나오는 중력파 측정 장치를 가지고 대체 뭘 할 수 있느냐고 묻는 거랑 비슷하다. 맥스웰이 전자기파를 처음 예상했을 때에도 비슷한 질문이 나왔을 거다. 전파로 대체 뭘 할 수 있느냐고. 이런 모든 질문은 갓 태어나 제대로 걷지도 못하는 아기를 대체 어디에 쓸 수 있느냐고 묻는 거랑 비슷하다. 나는 이번 필리버스터에서 작지만 단단한 희망을 보았다. 시작은 미약하였으나 끝은 창대하리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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