자동차, 이제는 빌려 타는 시대…장기렌터카 급성장

자동차도 빌려 타는 시대다. 자동차가 '소유'하는 것이 아니라 '사용'하는 것이라는 인식이 확산되면서 지난해 국내에서 판매된 신차 10대 중 1대가 장기렌터카인 것으로 나타났다. 장기렌터카 시장이 커지면서 경쟁도 점점 치열해지고 있다.


10일 여신전문금융업계에 따르면 현대·JB우리·하나·KB국민·아주캐피탈 등 5개 캐피탈사의 지난해 장기렌터카 신규 등록대수는 총 4만4000대다. 이는 전년도 2만5058대 대비 43% 증가한 규모다. 캐피탈사의 장기렌터카 등록대수는 연평균 40~50%대 성장하고 있다. 이밖에 우리·BNK·농협·메리츠캐피탈 등과 삼성카드와 신한카드를 합하면 지난해 여전업계에서 장기렌터카로 등록된 차량은 5만대가 넘는다.

여기에 전업 렌터카업체의 장기렌터카까지 합하면 지난해 장기렌터카로 새로 등록된 차량은 20만대 내외로 추정된다. 롯데렌터카, AJ렌터카, SK네트웍스 등 전업 렌터카 상위 3개사의 지난해 장기렌터카 등록대수는 8만여대다. 렌터카 전업사 3사의 점유율이 전체 렌터카 시장의 약 47%를 차지하고 있기 때문에 렌터카 회사가 지난해 신규등록한 장기렌터카는 총 15만대가 넘을 것으로 추정된다.

지난해 국내 신차 판매량이 183만대임을 고려하면 렌터카업체와 캐피탈사가 사서 장기렌터카로 빌려준 신차가 전체 신차의 10%가 넘는 셈이다.

법인고객 위주로 운용돼오던 장기렌터카 시장은 개인고객을 흡수하며 급격히 성장했다. 롯데렌터카 관계자는 "2012년 9월부터 시작한 TV광고를 계기로 개인사업자가 장기렌터카를 찾기 시작하면서 시장이 급증했다"며 "이전에는 개인 고객이 전체의 5%미만에 불과했다면 현재는 30% 이상"이라고 설명했다.


자동차에 대한 인식이 점차 변한 것도 개인 고객들을 장기렌터카 시장으로 이끌었다. 이전에는 자동차를 하나의 자산처럼 '소유'했지만 이제는 '사용'하고 있다. 젊은 층을 중심으로 짧은 교체주기로 신차를 바꿔 타 여러 자동차를 경험하고자 하는 욕구도 높아졌다.

KB캐피탈 관계자는 "예전에는 법인이난 개인사업자, 전문직종 장기렌터카 고객들이 많았다면 요즘에는 사회초년생 고객들이 늘어나고 있다"며 "초기비용에 대한 부담도 없고 평소 타보고 싶었던 자동차를 탈 수 있기 때문"이라고 말했다.

비용처리와 차량 유지도 편리한 점도 장기렌터카를 이용하는 이유다. 장기렌터카는 취등록세와 보험료, 자동차세 등이 모두 렌트료에 포함돼 있다. 또 캐피탈사 등 렌트업체에서 차량 정비 서비스를 제공해 차량 정비와 보험가입 등을 직접 해야 하는 리스보다 편리하다.

캐피탈사에 이어 카드사까지 장기렌터카 시장에 뛰어들면서 경쟁은 더욱 치열해지고 있다. 장기렌터카 사업은 차량 50대 이상을 보유한 뒤 사업 신고만 하면 돼 진입 장벽도 높지 않다. 한 캐피탈사 관계자는 "장기렌터카 시장 전망은 좋지만 점차 참여하는 업체들이 증가하며 레드오션이 되고 있다"며 "장기렌터카의 정해진 파이를 나누는 형태가 아니라 늘어난 사업자수 만큼 시장의 규모를 키워야 하는게 남겨진 과제"라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