머니투데이

머니투데이 페이스북 머니투데이 트위터
통합검색

오늘의 증시

오늘의 증시
코스피 코스닥 원/달러
2080.44 670.82 1133.90
보합 5.65 보합 16.47 ▲5.6
-0.27% -2.40% +0.50%
메디슈머 배너 (7/6~)조 변호사의 가정상담소 (10/18)
블록체인 가상화폐
신혜선의 쿨투라 4.0

멋지게 지는 이세돌을 응원한다

<5> 구글의 인공지능 '빅쇼' 1200 군단과 싸우는 이세돌

신혜선의 쿨투라4.0 머니투데이 신혜선 문화부장 |입력 : 2016.03.11 07:00|조회 : 7854
폰트크기
기사공유
편집자주'쿨투라'(cultura)는 스페인어로 문화다. 영어 '컬처'(culture)나 '쿨투라' 모두 라틴어로 '경작하다'(cultus)에서 유래했다. 문화는 이처럼 일상을 가꾸고 만드는 자연적 행위였는데 언제부터 '문명화된 행동', '고급스러운, 교양있는'이란 수식어를 달고 다니게 됐을까. 여전히 문화는 인간의 모든 생활양식이 맞다. 21세기가 시작된지 15년. 30년, 50년 후의 우리 사회의 문화양식은 어떤 모습으로 진화할까. 특히 인공지능, 생체인식과 같은 과학IT기술 발달로 사람과 자연외에 공존하게 되는 또 다른 무엇이 다가온다. 그 시대의 문화는 어떻게 달라질까. 경계를 허물고 융합하면서 새롭게 진화하는 문화의 모든 모습을 함께 살피고 나누고자 한다.
멋지게 지는 이세돌을 응원한다
10일, 세기의 대결 2차전에서 백을 잡은 이세돌 9단의 초반 십여 수를 보면서 든 생각은 “이기겠다고 작정했구나”였다. 모든 게임에, 모든 승부에 임하는 선수가 이기겠다는 각오를 다지는 것은 너무 당연하니 좀 엉뚱할 수도 있겠다.

그런 생각이 든 이유는 하나다. 1대국에서 이세돌은 알파고를 시험해보려 했다. 자신감도 있었고, 실제 어떤 기풍인지 알 필요도 있었을 것이다. 하지만 2대국에서 이세돌은 자신의 기풍을 유보했다. 알파고가 만만하지 않다는 것을 인정하고 자신의 스타일을 버리고 신중하게 대응한다는 전략을 짰다는 평가다.

현장서 해설을 맡은 유창혁 9단은 알파고의 ‘괴수’에 ‘반발’하지 않는 이세돌에 대놓고 실망감을 나타냈다. “(이세돌이) 지나치게 알파고를 의식해 (알파고의) 이상한 수를 응징하지 못하네요.” 해설의 마지막 정리 멘트는 더 잔인했다. “안일함이 패착이었다.”

하지만 화면에 잡힌 이세돌을 보면서 ‘누가 이세돌을 나무랄 수 있나?’ 서글퍼지기 시작했다.

이세돌은 초읽기에 들어가 1초를 남겨두고 돌을 두었다. 손은 떨렸다. 알파고는 초읽기에서 평균 30초 만에 수를 정했다. 불리한 상황에서조차 ‘바꿔치기’하면서 반전을 만들었다. 알파고의 흔들리지 않는 수 앞에서 누구라고 평상심을 유지했을까. 그리고 알파고의 표정은 읽을 수조차 없다. 몸을 계속 움직이고 얼굴과 머리를 만지며 초조해 하는 이세돌에 유창혁 9단은 “진짜 괴로워하네요.”라며 한숨을 쉬었다.

대국을 선택하던 당시, 이세돌 말처럼 그 부담은 스스로 택한 일이고, 그가 감수해야 할 몫이다. 하지만 그러기엔 경기는 시작부터 불공평했다. 아니 자만했다. ‘1승만 패해도 지는 거’라니. 하지만 그 자만심은 이세돌만의 것이 아니었다. 많은 이들이 “언젠가는”이라고 하면서도 “이번엔 이세돌이 이길 것”이라고 믿었다. (지인 중 5패를 예상한 이도 있긴 했다.)

생각해보니 알파고가 생각보다 월등했다는 것 자체가 틀린 말이다. 알파고가 어떤 기력을 갖췄는지 엄밀히 말해 우리는 ‘몰랐다.’ 물론 지금도 모른다.

이번 대국 해설을 본지에 연재하는 손종수 시인은 “그의 악수, 괴수, 실수는 인간의 눈에서 본 것일 뿐”이라고 말했다. 알파고는 자신의 ‘뇌’에 들어가 있는 엄청난 기보와 그 데이터를 토대로 스스로 학습하면서 수를 읽는다. 어쩌면 인간의 두뇌로는 알파고의 수 읽기를 끝까지 따라갈 수 없을지 모른다.

그렇다면 이세돌은 적을 모른 채 싸움에 나선 셈이다. 병법의 기본인 ‘지피지기 백전불태’에서 가장 중요한 게 빠진 게 아닌가. 심지어 2차전에선 ‘자신의 강점’도 포기했다.

유창혁 9단은 이날 경기 시작 전 “상대를 모르는 게임”이라고 이번 이세돌과 알파고의 세기의 대국을 정의했다. 그는 “1차전 후, 자신들(기사) 모두 복기를 하면서 황당해 했다”며 “이세돌 9단도 혼자 복기를 하면서 힘들었을 것이다.”라고 설명했다.

이세돌의 남은 전략은 무엇일까. 감히 신 나게 잘 싸우고 잘 지는 거라 하면 돌 맞을까.

구글 딥마인드 데미스 하사비스 대표는 이날 2차전을 치른 후 “이번 대국을 치르는 가장 큰 이유는 (알파고의) 장단점을 파악하기 위함”이라고 설명했다. 내가 이세돌의 연패에 불편해서 그랬을지 모르지만, 구글이 이세돌을 알파고의 테스트 대상으로 지목했다는 점을 대놓고 한 말로 들렸다. 세계 정상이기 때문에 받은 도전장이라지만, 적을 모른 채 싸움을 승낙했다는 게 가장 큰 패착이었다는 생각에도 이른다.

2년 간 16만 개의 기보를 학습한 알파고의 하루는 35년 7개월이라고 한다. 이세돌과 두 번의 대국 기보는 이미 알파고 데이터에 추가됐다. 제3국을 앞둔 하루의 휴식, 이세돌이 고독하게 알파고의 기풍과 두 대전의 기보를 다시 들여다보는 게 의미 없다는 생각마저 든다.

그래서 든 생각이다. 이세돌, 자신의 기량을 보여달라. 변화무쌍하고 반발해야 할 때 반발하는, 이기려 하지 말고 자신의 기풍대로 대국에 임하는 모습.

세기의 대결 주인공이지만 어느 대국보다 가장 외로운 이세돌 9단에게 잘 지라고 응원해야겠다. 구글이 벌린 인공지능 빅쇼, 인간 한계 첫 시험대에 오른 당신을 응원한다.

  • 0%
  • 0%


오늘의 주요뉴스




종료된칼럼

베스트클릭

실시간 급상승

10.0초

5분간 수집된 조회수 기준

오늘의 운세

많이 본 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