AI시대 알파이자 오메가…'파워 구글'

“바둑대결에서 누가 승자가 됐든 인류의 승리다. 인공지능(AI)이 더 좋은 세계를 만드는데 기여할 것이다.”(에릭 슈미트 구글회장) Vs “AI 개발은 결국 인류의 종말을 불러올 수 있다.”(스티븐 호킹 박사)


AI가 가져올 미래 사회를 두고 희망과 우려가 공존해왔다. 그러나 지난 10·11일 구글 인공지능 ‘알파고’가 천재 프로기사 이세돌 9단을 두 차례 연속 압승한 것을 지켜보면서 희망보다는 두려움을 느낀 이들이 적지 않다. 구글은 AI 찬가를 부르지만 호킹 박사 뿐 아니라 마이크로소프트 창업자 빌 게이츠, 전기차 제조사 테슬라의 창업자 엘론 머스크 등 다른 IT 거목들은 AI로 인한 디스토피아를 경고하고 있다. 머지않은 시대에 인류를 지배할 AI 빅브라더가 출현하고 그 중심에는 구글이 있을 것이라는 분석이다.


◇AI 핵심역량 ‘데이터’…‘로봇사피엔스’ 시대=구글은 한국과 중국, 러시아를 제외한 모든 국가의 검색 1위를 지키고 있다. 그만큼 세상에서 가장 많은 데이터를 확보하고 있다는 얘기다. 데이터는 AI의 경쟁력과 직결된다.

구글 알파고는 기보 분석 데이터와 셀프 대국을 스스로 능력치를 끌어올렸다. 이번 대국에서 알파고가 착점한 ‘신수’(新手)는 정상급 바둑기사들조차 의미를 파악하지 못했을 정도다. 알파고는 기보를 분석, 이를 모방하는 데 그치지 않고 새로운 수를 찾는 학습능력을 갖췄다는 방증이다.

구글이 머신러닝(기계학습) 기술로 자체 보유한 방대한 데이터를 분석·학습하면 인간 한계를 넘는 제2, 제3의 ‘알파고’를 더 많이 생산할 수 있다. ‘호모사피엔스’(생각하는 사람)를 넘어 ‘로봇사피엔스’ 시대를 열 수 있는 것이다.

구글은 바둑 대국 이후 다음 도전 종목으로 ‘스타크래프트’를 지목했다. 가로 세로 19줄, 361칸 안에서 펼쳐지는 바둑과 달리 스타크래프트는 전장이 다양하다. 바둑처럼 순서로 수를 주고받지 않고 실시간 공방이 펼쳐진다.

만약 구글이 승리하면 AI가 스스로 실시간 전략을 수립할 수 있다는 능력이 입증된다. 전장에서 잔뼈가 굵은 역전의 용사보다 더 냉철하고, 전략적인 지휘를 할 수 있다는 뜻이다.

비단 전투 뿐 아니라 주식투자, 기업의 경영판단, 국가운영 등 인간의 중요한 가치판단에 도움을 주거나, 이를 넘어 아예 의사결정 주체가 될 수도 있다.

구글 무인자동차. /사진제공= 구글

◇의료·로봇·VR 맹활약…‘융복합’ 구글 AI에 날개=구글의 AI가 더욱 파괴력이 있는 것은 ‘융복합’ 역량 때문이다. 시장조사기관 IDC에 따르면 지난해 기준 구글 ‘안드로이드’는 전 세계 스마트폰 OS(운영체제)의 81.2%를 점유하고 있다.

구글이 개발한 무인자동차도 지난 6년 간 330만Km를 주행했지만, 구글의 과실로 발생한 사고는 단 한 차례다. 과학계는 무인자동차 학습이 거듭될수록 사고률은 0%로 수렴될 것으로 예상하고 있다. 의료분야 AI의 약진도 두드러진다. 검진 실력이 인간 의사보다 낫다는 임상결과가 속속 나오고 있다. 구글 딥마인드는 영국 보건당국과 협력을 통해 진단 및 치료법 탐색에 AI를 활용한다.

구글 보스턴 다이내믹스의 인간형 로봇 '아틀라스'. /사진= 보스턴다이내믹스 홈페이지 캡쳐

영화 ‘터미네이터’처럼 인간의 형상을 한 로봇이 인간 이상의 물리적 활동을 수행하는 시대도 준비 중이다. 2013년 구글이 인수한 로봇 개발사 ‘보스턴다이내믹스’가 주인공. 이 회사의 휴모노이드(인간형 로봇) ‘아틀라스’는 두 다리로 균형을 잡고, 민첩한 동작을 취한다.

업계 관계자는 “미래 과학기술 및 IT 분야에서 구글이 손을 뻗지 않은 곳이 없을 정도”라며 “각 분야 별 역량이 하나로 묶이면 상상 이상의 파괴력을 갖게 될 것”이라고 말했다. 또 “구글이 검색·모바일에서 전 세계를 호령한 것은 예고편에 불과했다는 것을 모두가 알아차릴 날도 멀지 않았다”고 덧붙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