허영인 회장이 매료된 남프랑스 루시옹 와인

남프랑스 루시옹 포도밭 전경과 도메인 고비(Domain Gauby) 와인/사진제공=고재윤 교수, 그래픽=유정수 디자이너

셰익스피어의 희곡 ‘헨리 8세’에 "우리의 삶 속에 빵과 와인이 없으면 사랑의 존재가치도 없다"는 말이 있듯이 빵과 와인은 늘 사람들에게 훌륭한 동반자로 따뜻한 분위기를 만들고 누구든 좋은 사람이 되게 하는 마력이 있다. 그리고 예수는 최후의 만찬에서 제자들과 함께 빵과 와인을 나누어 먹으며 "이 빵은 나의 살이요, 이 와인은 나의 피니다"라고 말씀하시며 사랑과 평화를 구현하고자 했다.


우리나라를 넘어 세계적인 ‘제빵왕’이자 ‘프랜차이즈 왕’으로, 그리고 2010년 KBS 인기 드라마 ‘제빵왕 김탁구’의 소재가 되기도 한 SPC 허영인 회장은 인생을 빵과 함께 해오면서 빵으로 행복한 세상을 만들어 왔다. 허 회장은 SPC그룹의 식음료 사업을 통해 우리 삶 속에 빵을 통해 행복을 주었다면 최근에 와인을 통해 사랑을 전파하는 전도사로 존경받고 있다.

우리나라의 제빵산업을 부흥시키고 제빵의 본고장 프랑스 파리에 진출해 프랑스인들의 입맛을 사로잡는데 성공했으며, 미국·중국·싱가포르 등에 진출해 큰 인기를 끌면서 세계적인 기업가로 발돋음한 허 회장은 식음료의 미식가이면서 남프랑스 와인 애호가로도 유명하다. 허 회장은 1990년 SPC그룹 계열사 타이거인터내셔날을 설립한 후 주로 남프랑스의 보석 같은 유기농과 바이오다이나믹 와인을 전문으로 수입해오고 있다.

최근에 파리바게뜨 매장에 가면 가격 대비 품질이 우수한 남프랑스 루시옹의 최고 와인 ‘도메인 라파주(Domaine LAFAGE) 와인’을 만날 수가 있다. 파리바께뜨의 유기농 제빵을 즐기는 소비자들에게 제빵과 어울리는 유기농 와인 한잔씩을 곁들이는 문화를 전파하고자 하는 허 회장의 의지를 엿 볼 수 있는 부분이다.

도메인 라파주의 CEO 장 마크 라파주는 어릴 때부터 와인양조에 관심을 갖고 프랑스는 물론 미국, 호주 등에서 양조를 공부했다. 그는 소비자의 마음을 움직이는 와인을 만드는 귀재로 명성이 높으며 떼루아(terrain)를 잘 반영한 와인을 생산하고 있다. 그가 만든 와인은 미래 와인 소비자들의 취향을 고려한 남프랑스의 개성을 반영하기 때문에 세계적으로 품질 높은 와인으로 인정받고 있다.

허 회장이 즐겨 마시는 남프랑스 루시옹 와인은 도메인 고비(Domaine Gauby) 와인으로 재밌게도 허 회장이 걸어온 길과 공통점이 많다. 도메인 고비에는 현재 ‘남프랑스 와인의 왕’으로 칭송받고 있는 농부 제라드 고비(Gérard Gauby)의 순수함과 열정이 담겼 있으며 누구도 흉내 낼 수 없는 한편의 드라마와 같은 자연을 수용하는 포도밭 재배법과 와인양조 철학이 녹아 있다.

제라드 고비는 조상대대로 포도밭에서 생산되는 포도를 지역 협동조합에 처분해 왔으나 1985년 조상으로부터 받은 5헥타르의 작은 포도밭으로 도메인 고비를 설립해 현재는 80헥타르로 확장했다. 도메인 고비의 역사는 매우 짧지만 프랑스 와인 양조의 신(新)지식인으로 칭송을 받으며, 프랑스 와인산업에 지대한 영향을 끼치고 있다.

제라드 고비는 2000년부터 포도밭의 체질을 바꾸고자 완벽한 바이오다이내믹 농업(biodynamic agriculture)과 유기농법(organic farming)을 적용해 화학비료나 제초제를 전혀 사용하지 않고, 말로 포도밭을 갈고 포도밭 골 사이로 포도나무 성장에 영향을 주면서 병충해를 예방하는 다양한 식물(고추냉이풀, 허브 등)을 심어 자연이 살아 숨 쉬는 와인을 만들고 있다. 제라드 고비의 와인철학은 ‘자연이 주는 천혜적인 환경을 수용하면서 자연 그대로를 와인 속에 담아내는 것으로 후대에도 지속가능한 포도밭을 보존하는 것’이다.

도메인 고비는 남프랑스의 특혜적인 떼루아(피레네 산맥이 병풍처럼 쌓여 있고, 지중해의 해풍, 풍부한 일조량과 큰 일교차, 석화암과 편암이 혼합된 자갈밭 언덕)를 그대로 수용하고 수령 80년 이상 되는 포도나무에서 손으로 선별해 수확한 포도로 최상의 품질을 가진 와인을 생산하고 있다. 이러한 특혜적인 산지의 자연적 균형을 살리고 뉴 오크통의 사용도 최대한 줄이면서 지극히 우아하고 섬세하면서 매혹적인 와인을 생산하고 있다.


세계적인 와인 평론가 로버트 파커는 도메인 고비 와인을 놓고 "21세기에 탄생한 와인으로 역사도 짧지만 최근에 자신이 평가한 와인 중에 보기 드문 완벽한 균형과 조화를 가진 믿기 어려운 와인으로 시음할 때마다 긴장을 준다"며 "제라드 고비 가족의 포도밭에 대한 사랑이 와인에 그대로 숨쉬고 있으며, 제라드 고비는 와인업계의 새로운 리더"라고 극찬한 바 있다.

제라드 고비의 소탈한 농부 품성과 고집스런 예술가의 영혼을 가진 부인과 아들이 만들어내는 최고 품질의 고비 와인은 남프랑스 루시옹 그랑크뤼 와인의 새 지평을 열고 와인전문가들에 의해 높은 평가를 받고 있지만 제라드 고비는 이를 겉으로 자랑하지 않고 늘 겸손하다.

허 회장은 부친 故 고당 허창성 전 회장이 1945년 황해도 옹진에 세운‘상미당(賞美堂)’이라는 동네빵집의 가업을 이어받아 세계적인 SPC그룹으로 성장시켰다. 허 회장은 경희대 재학시절 전국에서 빵을 잘 만드는 집이 있다면 어디든 달려가 벤치마킹을 했고, 1981년에는 미국제빵학교(AIB)에 유학을 가서 제빵 기술을 습득하고 돌아 왔다. 1986년 서울 강남구 반포동에 파리크라상을 열었고, 1988년 서울 광화문에 프랑스풍 정통 고급빵을 즉석에서 구워내 고객에게 제공하는 형식의 파리바게뜨를 개점한 이후 9년 만인 1997년 고려당·신라명과·크라운베이커리 등을 제치고 파리바게뜨를 독보적인 1위로 올려놓으면서 재계를 놀라게 만들었다.

그리고 부친이 남긴 경영철학 중 "회사는 수백만 개의 빵을 만들지만 고객은 단 한 개의 빵을 사는 것이기 때문에 모든 빵의 품질에 신경 써야 한다"는 교훈을 가슴에 묻고 SPC그룹의 모든 제품에 원료부터 차별화된 품질 경쟁력을 갖추는데 노력을 기울이고 있다. 최근에는 우리나라에 선진 프랑스 제빵 교육에 이어 와인스쿨을 도입해 외식사업장에 소믈리에를 양성하면서 빵과 와인으로 직원들뿐만 아니라 소비자들에게 사랑과 평화를 말없이 전해주고 있다.

허 회장은 짧은 역사 속에서 자연을 닮은 와인품질로 성공한 도메인 고비 와인을 한잔 마시면서 SPC그룹 전 제품에 유기농과 바이오다이내믹 농법으로 만든 식자재를 사용해 자연이 살아 숨 쉬는 제빵으로 2020년에는 SPC그룹을 세계 제과제빵 1위 기업에 올려놓겠다는 목표를 실천하면서 ‘빵과 와인으로 행복한 세상을 만들겠다’는 꿈을 저버리지 않고 있을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