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눈길끄는' 결혼박람회…"싸다고 무조건 좋은 건 아니다"

#직장인 김모(31)씨는 결혼을 앞두고 예비신부와 웨딩박람회를 방문할 계획을 세웠다. 하지만 주변 지인들은 이를 만류했다. 그들은 박람회 내에서 불쾌할 정도로 강압적인 업체의 호객행위가 있고 높은 가격의 상품을 강매하는 경우도 있다고 귀띔했다. 박람회를 찾는다고 해서 큰 비용절감 효과는 없을 것이라고 판단한 김씨는 결국 박람회 방문을 취소했다.


웨딩박람회는 한 장소에서 직접 가격과 서비스 품질을 비교할 수 있어 예비부부들에게 인기가 높다. 박람회를 통해 수많은 서비스 업체를 일일이 찾아가는데 드는 시간과 비용을 절약할 수 있다. 하지만 소비자들 사이에서 웨딩박람회에 관련 피해사례가 확산되면서 부정적인 의견도 늘고 있다.


소비자보호원이 발표한 '결혼준비대행서비스 표준약관 제정연구'에 따르면 웨딩플래너를 통한 소비자분쟁건수는 78건, 웨딩박람회를 통한 분쟁건수는 71건이다.

전체 소비자의 80%가 플래너를 통해 거래하는 상황을 감안하면 웨딩박람회를 통한 분쟁 빈도수가 상대적으로 더 높은 편이란 분석이다.

웨딩박람회의 가장 큰 문제는 허위 과장 광고다. 광고에선 대체로 일반상품보다 가격이 40~50% 낮다고 홍보한다. 하지만 실상은 그렇지 못하다는 지적이다. 실제 방문하면 웨딩플래너를 이용하는 것에 비에 큰 가격차이를 느끼지 못하는 경우가 많다.


지난해 결혼한 최모씨(32·여)는 "지난해 박람회에 가서 상품을 구매했지만 나중에 웨딩컨설팅업체에서 제시하는 가격과 크게 다르지 않았다"며 "오히려 서비스 질이나 상품에 포함되는 추가 서비스를 생각하면 컨설팅업체를 방문해 계약하는 게 더 저렴했다"며 불만을 토로했다.

검증되지 않은 업체들도 많다는 지적이다. 웨딩박람회에는 서비스 제공 경력이 짧은 업체들이 참여할 가능성도 높다. 이들은 검증되지 않은 저품질의 서비스를 제공해 소비자 분쟁을 일으킬 가능성이 크다.

문제는 단기간에 최대한의 수익을 내야하는 웨딩박람회 특성에서 비롯된다. 웨딩박람회 업체 중 상당수는 상설 박람회장을 가지지 않고 결혼 성수기에 일시적으로 장소를 빌려 행사를 개최한다.

이 시기를 놓치지 않기 위해 박람회 업체는 막대한 홍보비용을 투자한다. 빠듯한 일정으로 인해 박람회 참여업체도 철저한 검증없이 선정돼 전체적인 서비스 품질이 떨어질 수밖에 없다는 게 관련 전문가들의 의견이다.

한 컨설팅업체 관계자는 "박람회는 계약을 일단 성사시키는 게 목표이기 때문에 소비자들이 혹할 수 있는 상품을 내놓지만 정작 실속없는 경우가 적지 않다"며 "박람회에는 기존 대형 컨설팅업체보다 신생업체들이 홍보를 위해 참여하는 경우가 많다는 것도 염두에 둬야 한다"고 말했다.

이어 "박람회 상품이 저렴하게 나올 수 있는 것은 사실이지만 계약 후 관리, 상품의 안전성을 상품가에 포함시킨 후 경제성을 따져보는 것을 권한다"고 조언했다.


결국 부당한 피해없이 결혼식을 올리기 위해선 소비자들의 주의가 필요하다. 한 웨딩박람회 주최측 관계자는 "박람회장을 방문할 때 임시로 여는 곳보다는 상설인 곳을 찾는 것이 좋다"고 말했다. 단순히 장소를 임대해서 상호만을 붙이는 경우보다 서비스 품질이 안정적이고 사후 처리에도 장점이 있다는 설명이다.

결혼패키지 상품 가격을 사전에 공시하는 곳과 박람회장 내에 플래너를 배치한 곳을 우선 순위에 둬야 한다는 의견도 있다.

이 관계자는 "40~50% 할인과 같이 모호한 전체 수치를 내세우는 것이 아니라 사전에 참여 업체들의 서비스 가격을 공시해 소비자들이 스스로 비교할 수 있어야 한다"며 "웨딩플래너를 배치할 경우 가격 비교나 품질 비교에 도움이 될 수 있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