무늬만 '아울렛'?…미국 아울렛보다 왜 이렇게 비싸지?

한 대형 쇼핑몰에서 쇼핑객들이 분주하게 움직이고 있다./사진=뉴스1

프리미엄 아울렛이 국내에 속속 들어서고 있다. 아울렛을 찾는 소비자들은 꾸준히 늘고 있지만 정작 만족도는 그리 높지 않다는 평가다. 해외 프리미엄 아울렛과 비교할 때 할인폭이 낮고 백화점과의 가격차가 별로 없다는 이유에서다.

전문가들은 한국의 독특한 유통망 구조에서 원인을 찾는다. 백화점 업체가 프리미엄 아울렛까지 소유하고 있어 결과적으로 아울렛과 백화점간 '가격 차별화'를 꾀하기 어렵기 때문이란 지적이다.


1일 유통업계 한 관계자는 "기본적으로 아울렛 제품이 저렴한 이유는 이월상품 처분과 유통 마진 인하 때문이지만 한국의 경우 미국이나 유럽의 아울렛보다 할인폭이 낮은 게 사실"이라며 "한국의 독특한 유통구조를 잘 살펴야 한다"고 말했다.

아울렛 제품이 백화점 제품보다 저렴한 이유는 크게 두 가지다. 일단 재고상품을 싼값에 처분하기 위해 가격을 낮춘다. 백화점보다 매장 임대료 등 운영비용이 적은 이유도 있다. 유통업계는 아울렛 판매 제품의 할인폭이 최초 판매가의 40~60% 정도로 보고 있다.

하지만 국내 아울렛 할인폭이 해외 아울렛보다 저조하다는 게 소비자들의 의견이다. 최근 미국으로 여행을 다녀온 이모씨(32·여)는 "미국 아울렛을 가보면 제품이 다양하다는 장점도 있지만 기본적으로 가격이 한국 아울렛과 비교가 안될 만큼 싸다"며 "심지어 동일 제품임에도 절반 가격에 파는 경우도 많다"고 말했다.


한국과 미국의 아울렛이 다른 방식으로 운영되는 게 가장 큰 원인이란 분석이다. 해외 아울렛의 경우 유통업체가 직접 의류업체로부터 상품을 주문해 사들인 뒤 판매한다. 제품 판매책임이 유통업체에 있다보니 보다 더 적극적인 판촉활동을 통해 재고를 소진하기 위해 노력해야 한다는 것.


한국 아울렛은 백화점과 같이 방식으로 운영된다. 제조업체들이 아울렛 상점을 직접 임대하기 때문에 제품 소진의 책임이 스스로에 있는 것이다. 산업연구원 연구에 따르면 위탁매입과 직매입 비율이 한국은 95대 5인 반면 미국은 10대 90이다.

한 유력 의류제조업체 관계자는 "미국같은 경우 유통업체들이 재고 소진을 하는 것을 최우선 목표로 삼기 때문에 가격을 파격적으로 낮출 수 있다. 반면 한국의 경우 제조업체가 판매하는 구조여서 브랜드 프리미엄, 상품 가치 등을 고려해 가격을 책정하기 때문에 가격이 상대적으로 높다"고 설명했다.

백화점과 같은 유통회사에서 아울렛을 운영하기 때문에 가격할인 때도 백화점 가격을 염두에 둘 수밖에 없다는 설명이다. 이 관계자는 "같은 계열사에서 운영하다 보니 백화점이 경쟁력을 유지하는 선에서 가격 차별화를 할 수밖에 없다"고 밝혔다.

한 쇼핑 동호회 관계자는 "제품이 비교적 유행에 민감한 경우 할인폭이 큰 편"이라며 "자신이 이전에 백화점이나 대리점에서 봐뒀던 동일 상품을 염두에 두고 아울렛에서 구입하는 것이 좋다"고 말했다.

이 관계자는 "국내 아울렛 가격을 맹신하고 무조건 싸다고 생각하면 오히려 손해를 보거나 과소비할 수 있다"며 "필요한 제품과 사고 싶은 제품 목록을 적고 아울렛에서 꼼꼼히 비교한 후 구입해야 '아울렛의 함정'에 빠지지 않을 수 있다"고 덧붙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