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신혜선의 쿨투라4.0

“참 ‘알파고스러워야’ 하는데 말입니다.”

<7> "대통령이 직접 챙기는 AI R&D? 기존 R&D 얼마나 줄이려고…"

신혜선의 쿨투라4.0 머니투데이 신혜선 문화부장 |입력 : 2016.03.21 07:1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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편집자주'쿨투라'(cultura)는 스페인어로 문화다. 영어 '컬처'(culture)나 '쿨투라' 모두 라틴어로 '경작하다'(cultus)에서 유래했다. 문화는 이처럼 일상을 가꾸고 만드는 자연적 행위였는데 언제부터 '문명화된 행동', '고급스러운, 교양있는'이란 수식어를 달고 다니게 됐을까. 여전히 문화는 인간의 모든 생활양식이 맞다. 21세기가 시작된지 15년. 30년, 50년 후의 우리 사회의 문화양식은 어떤 모습으로 진화할까. 특히 인공지능, 생체인식과 같은 과학IT기술 발달로 사람과 자연외에 공존하게 되는 또 다른 무엇이 다가온다. 그 시대의 문화는 어떻게 달라질까. 경계를 허물고 융합하면서 새롭게 진화하는 문화의 모든 모습을 함께 살피고 나누고자 한다.
“참 ‘알파고스러워야’ 하는데 말입니다.”
지난 17일 대통령 주재 ‘AI(인공지능)의 산업적 활용과 우리나라의 대응전략’ 간담회가 열렸다. 미래창조과학부는 민관이 함께 하는 기업형 연구소 설립을 골자로 한 ‘지능정보산업발전략’을 제시했다. 대통령은 ‘AI R&D(연구개발)를 직접 챙기겠다’는 의지를 나타냈다.

빈정거림이 이어진다. ‘그 정도 예산으로 어림없다’ ‘차라리 구글을 인수한다고 해라’‘공무원 자리 늘리기냐’ 등등. 가장 와 닿은 반응은 ‘기존 R&D(연구개발) 예산을 얼마나 줄이려고’였다. ‘보따리’가 한정되니 정부는 다른 기초과학에 지원하는 예산을 줄여 AI에 투자할 수밖에 없다. R&D 투자를 환영해야 할 연구계는 오히려 표정이 어둡다.

대통령까지 나서는, ‘관 주도 R&D 추진’에 대한 이같은 알레르기 반응은 그만한 이유가 있다.

불과 얼마 전까지 만해도 ‘가상현실’(VR)은 AI 못지 않은 이슈였다. 그전에는 ‘핀테크’, 그리고 그 앞엔 3D. 다른 나라나 글로벌 기업의 앞선 기술과 응용 기술(산업)이 나올 때마다 우리는 화들짝 놀라고, 우리 낙후된 수준을 얘기하면서 걱정한다. 혹자는 “자동으로 북 치고 춤추는 인형처럼 시끄럽다”고 말한다. 그리고 그런 이슈에는 늘 정부가 제일 먼저 나서 무엇을 하겠다고 요란하게 발표하는 모습이 있으니 “이번에도 또, 다음엔 또 뭘까”라는 냉소적인 반응이 나오는 것도 무리는 아니다.

물론 이번 미래부의 발표 계획까지 급조된 건 아니다. 미래부는 작년 중반 ‘기술역량 평가 시스템’을 도입했다. 새로운 과학기술의 발전이 국민 생활에 미치는 긍정적, 부정적 영향을 사전에 평가하고 그 결과를 정책에 반영하는 제도다.

그리고 그해 9월에는 ‘한국포스트휴먼학회’(회장 백종현 서울대 명예교수)도 발족했다.

“AI 기술이 발달하면서 드론과 사물인터넷(IoT), 웨어러블기기, 자율주행자동차, 각종 로봇 등이 등장했다. 과학기술 발달은 머지않아 생명 탄생과 유지 및 종결 방식에도 개입할 것으로 예상된다. 학회는 미래 기술이 미칠 수 있는 사회 등의 담론을 전문가들과 함께 이끌어 사회적·법적 대비를 이뤄내자는 취지에서 만들어졌다. 미래 사회 법·제도 논의뿐만 아니라 포스트 휴먼 사회의 모든 문제를 다룰 것이다.” 출범 당시 나온 학회의 일성이다.

정부를 비롯한 사회 각 층 전문가 그룹에서 AI 등장과 기술 성장이 미칠 영향에 대해 열린 맘으로 논의하기 위한, 사회문화적 제도를 만들기 위한 공론의 장을 막 만들어지고 있는 참이었다는 얘기다. 미래부 역시 소관 영역에서 해야 할 일을 중심으로 준비를 해왔다.

이세돌 9단이 15일 서울 종로구 포시즌스 호텔에서 열린 '구글 딥마인드 챌린지 매치' 인공지능(AI) 바둑 프로그램 알파고(AlphaGo)와의 5번기 제5국 기자회견을 마치고 데미스 하사비스 구글 딥마인드 대표와 악수를 하고 있다. 이세돌 9단은 이날 대국에서 끝내기 승부에 돌입했지만 280수 만에 패했다. 2016.3.15/뉴스1
이세돌 9단이 15일 서울 종로구 포시즌스 호텔에서 열린 '구글 딥마인드 챌린지 매치' 인공지능(AI) 바둑 프로그램 알파고(AlphaGo)와의 5번기 제5국 기자회견을 마치고 데미스 하사비스 구글 딥마인드 대표와 악수를 하고 있다. 이세돌 9단은 이날 대국에서 끝내기 승부에 돌입했지만 280수 만에 패했다. 2016.3.15/뉴스1


이런 움직임은 너무 당연한 일이다. AI를 잘 모르는 나조차 최소 2년 전부터 AI의 흐름이 심상치 않다고 느꼈다. 그 기간 정보미디어과학부장과 문화부장을 겸임한 덕이겠지만, 우선 출판 시장이 예사롭지 않았다. 그 기간 출판 흐름 중 하나는 단연 ‘과학’이었다. 그리고 AI나 로봇을 주제로 한 책은 다수를 차지했다. 과학계 역시 그랬다. 컴퓨터공학 외에도 물리학이나 생물학, 천문학 등 과학 여러 분야에서 일하는 분들과 만나면 로봇과 AI에 대한 소재가 대화에서 빠지지 않았다.

사회 각 분야에서 기계 시대를 대비한 여러 논의의 장을 만들자는 시도가 있다는 건 중요한 현상이다. 어쩌면 정부 주도의 R&D 투자, 그래서 몇 년까지 얼마 규모의 시장을 만든다는 내용보다 더 중요한 일이다.

무엇이든 해보려고 안간힘을 쓰는 정부의 노력을 폄하할 생각은 없다. 하지만, ‘무엇부터’, 혹은 ‘어떻게’라는 질문에 대한 답이 '구글을 넘는', '세계 수준의 기술을 확보한다'는 식이어선 곤란하다.

대국 5차전 해설을 맡았던 김성룡 9단은 “알파고로부터 자유를 배웠다”고 말했다. ‘정석’을 절대 명제처럼 외웠던 프로 기사들이 ‘알파고의 정석’과 알파고의 ‘괴수’를 인정할 수밖에 없다는 의미다. 바둑교실을 운영하는 프로 사범은 “학생들이 ‘알사범’의 정석, 아니 어떠한 수를 둬도 ‘정석이 아니니 틀렸다’고 훈계하지 않겠다”고까지 말했다.

바둑계는 정직하게, 솔직하게 반응하고 있다. 그렇다면 정부의 반응은 어때야 할까. 과학계는, 사회문화계는, 법조계는, 의료계는, 교육계는, 언론계는 어떻게 반응하고 준비하는 게 합리적일까.

‘알파고스럽다’가 욕이 아닌 칭찬으로 사용될 땐 승률을 향한 가장 최선의 판단을 하는 점을 높이 평가하기 때문일 것이다. 서두를 일이 아니다. 지금이야말로 우리는 ‘알파고스러워야’ 할 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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