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도시 남남이 산골 이웃이 되기까지

[웰빙에세이] 내 마음의 공동체 -2 / ‘개울하늘’만들기

김영권의웰빙에세이 머니투데이 김영권 작은경제연구소 소장 |입력 : 2016.03.21 06:1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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도시 남남이 산골 이웃이 되기까지
내가 사는 '개울하늘'도 공동체다. '산위의 마을'처럼 신앙이 하나는 아니다. 철학이나 이념이 같지도 않다. 오히려 저마다 자기만의 색깔대로 산다. 그렇지만 제각각은 아니다. 다들 사이 좋은 이웃으로 지낸다. 서로 아끼고 정을 나눈다. 부대끼고 부닥친다. 보듬고 보살핀다. 함께 마을을 돌보고 가꾼다. 그러니까 개울하늘은 아주 편하고 느슨한 마을 공동체다.

2009년 2월 이곳에 터를 잡았다. 토보산을 애돌아 흐르는 지촌천이 눈부셨다. 산과 하늘과 물만 보였다. 그런 산골의 비탈밭에 만드는 귀촌 마을에 낯선 도시민들이 모여 지금은 17가구가 산다. 정말로 없던 마을이 하나 생긴 것이다.

17가구가 마을이라고? 물론이다. 사연 많은 마을이다. 도시에서야 아파트 한두 동이면 바로 100가구고, 한두 단지면 1000 가구다. 나도 그런 데서 살았다. 그러나 그곳은 마을이 아니었다. 공동체가 아니었다. 그냥 아파트였다. 주거 밀집 지역이었다. 다들 문 닫고 들어가면 남남이었다. 위아래 옆에 누가 사는지 몰랐다. 마주치면 어색하고 마주하면 불편했다.

일터 또한 공동체가 아니었다. 회사였다. 더 많이 팔고 더 많이 벌기 위해 효율적으로 뭉친 조직이었다. 성장과 성공 신화에 사로잡힌 전장이었다. 끝없이 견주고 겨루고 물리치는 싸움터였다. 언론사라고 예외는 아니었다. 언론 또한 삿된 기사를 파는 장사꾼 같지 않은가. 자본 권력에 영혼을 팔아 탁하고 물렁하고 영악해지지 않았는가.

터를 다지고 마을을 만들기 시작한 지 7년이 흘렀다. 귀촌한 지는 만 4년이다. 나에게는 이 기간 전부가 공동체 훈련이었다. 이웃들도 마찬가지다. 우리 모두 애 좀 먹고 속 좀 썩었다. 없던 마을을 만드는 일이 생각만큼 쉽지 않았다. 지자체에서 부지 조성을 지원했지만 예상치 않던 문제들이 자꾸 튀어나왔다.

돌출한 문제에 의견이 다르고 해법이 갈라지면 그것이 또 문제가 됐다. 바쁜 마당에 섣불리 앞장설 수도 없고, 그렇다고 나 몰라라 뒷짐질 수도 없는 상황이 많았다. 앞장서면 뒤에서 군말이 나오고, 뒷짐 지면 앞에서 그럴 수 있냐고 했다. 그럼에도 우리는 같이 가야 했다. 어쩔 수 없이 한 배를 탔던 것이다. 그래서 배운 것이 많다. 예컨대 이런 것들이다.

도시 남남이 산골 이웃이 되기까지


1. 나만 빠지면 안 된다. 빠지는 사람도 봐줘야 한다. 나도 빠질 때가 있으니까.
2. 무임승차하면 안 된다. 무임승차하는 사람도 봐줘야 한다. 나도 그러곤 하니까.
3. 반대를 위한 반대를 하면 안 된다. 반대를 위한 반대를 하는 사람도 봐줘야 한다. 나도 그런 억지를 부리곤 하니까.
4. 혼자 튀면 안 된다. 혼자 튀는 사람도 봐줘야 한다. 나도 튈 때가 있으니까.
5. 단점보다는 장점을 보아야 한다. 흠만 보는 사람도 봐줘야 한다. 나도 흠이 많으니까.
6. 패를 가르면 안 된다. 패를 가르는 사람도 봐줘야 한다. 나도 이 패 저 패에 끼곤 하니까.
7. 다수결에 승복해야 한다. 승복하지 않는 사람도 봐줘야 한다. 다수결이 능사는 아니니까.
8. 결정되면 따라야 한다. 결정에 따르지 않는 사람도 봐줘야 한다. 나도 그런 심술을 부리곤 하니까.
9. 절대불가를 고집하면 안 된다. 절대불가를 외치는 사람도 봐줘야 한다. 그래야 판이 깨지지 않으니까.
10. 판을 깨면 안 된다. 판을 깨는 사람도 봐줘야 한다. 때로는 새 판이 더 좋으니까.

요약해서 나는 그러지 않는다. 그러나 남이 그러면 봐준다! 왜? 사실은 나도 그러니까. 나도 그럴 때가 있고, 그런 편이고, 그러곤 하니까. 우리는 서로 다르면서도 같으니까. 내가 남과 다른 이유는 나만의 꽃을 피우라는 뜻이다. 내가 남과 같은 이유는 하나로 어울리고 어우러지라는 뜻이다. 공동체에서 이 두 가지 뜻이 맞물려 자란다. 공동체는 작은 나를 키워 더 큰 우리로 하나 되는 법을 배우는 삶의 학교다.

아파트에만 살던 남남들이 어찌어찌 깊은 산골에 모여 마을을 이뤘다. 처음에는 집만 잘 지으면 될 줄 알았다. 그런데 그게 아니었다. 우리는 마을을 만들면서 깨달았다. 우리가 하는 일이 바로 공동체를 향해 가고 있다는 것을. 우리가 원하는 정겨운 마을이 곧 모두가 이웃되는 공동체라는 것을.

그리고 또 깨달았다. 우리 모두 뿔뿔이 따로 노는 개인주의 문화에 물들어 공동체를 잊었다는 것을. 냉혹한 도시에 넋이 빠져 공동체를 잃었다는 것을. 너와 나의 '오래된 미래'를 다시 기억하고 되찾아야 한다는 것을. 그러기 위해 우리 모두 공동체 훈련이 필요하다는 것을.

그리고 마침내 깨달았다. 공동체는 제일 먼저 내 마음에서 시작한다는 것을. 있는 그대로 너를 받아들이는 마음가짐에서 출발한다는 것을. 조건부 이해와 용서에서 조건을 떼어내야 한다는 것을. 내 안에 '우리'라는 공동체가 없으면 내 밖에 어떤 공동체도 있을 수 없다는 것을.

※ 이 기사는 빠르고 깊이있는 분석정보를 전하는 VIP 머니투데이(vip.mt.co.kr)에 2016년 3월 20일 (17:14)에 게재된 기사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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