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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리 '송중기'가 '뚫리는 방탄복'을 입는다면…

[이승형의 세상만사] 잊을만 하면 터지는 '방산비리'…진정한 반성 있기는 한 것인가

이승형의 세상만사 머니투데이 이승형 건설부동산부부장 |입력 : 2016.03.25 05:21|조회 : 1253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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요즘 수요일과 목요일만 되면 대한민국 남성들이 급격히 외로워진다는 밑도 끝도 없는 얘기가 있다. 수목드라마 '태양의 후예'에 빠진 여성들이 '본방 사수'를 위해 남편이나 남친에게 시간을 내어주지 않기 때문이란다. 재방, 삼방까지 시청하고 분석하며 예측까지 하는 열혈 여성 시청자들을 주변에서 보는 건 어렵지 않은 일이 됐다.

이 드라마의 주인공은 배우 송중기. 극중에서 해외에 파병된 군 장교, 유시진 대위로 등장하는데 그 인기가 총선에 출마하면 압도적으로 당선될 기세에까지 이른다. 중국에서는 송 배우 때문에 중년 부부가 이혼했다는 확인되지 않은 언론 보도까지 있었으니 가히 뭇 남성들의 부러움을 받고도 남음이다.

특히 감정이입에 각별한 재능이 있는 일부 시청자들은 송 배우가 극중에서 위험한 전투를 치를 때마다 마음을 졸인다고 한다. 행여 다칠까(물론 극중에서다) 노심초사하는 어머니, 혹은 연인의 심정으로.

드라마 '태양의 후예'에서 선글라스를 낀 유시진 대위(송중기)가 강모연(송혜교)를 지나쳐 가는 모습.
드라마 '태양의 후예'에서 선글라스를 낀 유시진 대위(송중기)가 강모연(송혜교)를 지나쳐 가는 모습.
인생에서 이런 무한 사랑을 받은 적이 있었는지 개인적 경험 여부를 따져보는 건 일단 뒤로 미루자. 그보다도 더 슬프고 화가 나는 소식이 있기 때문이다. 엊그제 나온 감사원의 발표 말이다. 국방부가 28억원을 들여 철갑탄을 막을 수 있는 방탄복 개발에 성공하고도, 총알이 숭숭 뚫리는 일반 방탄복을 만드는 '삼양컴텍'이란 업체에 2700여억원에 이르는 독점사업권을 줬다는 것이다.

그러니까 우리 세금 28억원을 헛돈으로 만든 것도 모자라 더 많은 세금을 주고 특정 업체의 사업 발전을 도왔다는 얘기다. 이게 다 돈이나 일자리를 대가로 받고 그랬단다. 누가? 우리나라 군인들이. 국방부 1급 공무원은 이런 식으로 업체를 도와주고 부인을 위장 취업시켜 월급 받게 하고, 나중에는 자신도 취업하는 대담함을 보여줬다.

실제 국방부는 2014년부터 2년간 이 업체로부터 3만5200여벌의 일반 방탄복을 넘겨 받아 국외 파병부대에 지급했다. 감사원은 이 비리에 연루된 전직 장성 3명과 영관급 장교 5명, 공무원 2명과 삼양컴텍 임직원 3명 등에 대해 검찰에 수사를 의뢰하거나 수사 참고자료를 제공했다.

언론 보도에 따르면 삼양컴텍은 1980년대 최루탄 팔아 떼돈을 번 삼양화학그룹의 계열사다. 전두환·노태우 군사정권 때 데모 막기 위해 쓰였던 이 업체의 최루탄은 독하기로는 세계 최고였다.

삼양화학은 독점공급의 대가로 비자금을 만들어 전두환 전 대통령쪽으로 건네는 등 그동안 '군산복합체(軍産複合體) '를 거론할 때마다 심심치 않게 등장하던 업체였다. 최루탄에서 방탄복으로 화려하게 부활하는 과정에서 여러 군인들을 알뜰살뜰 챙기는 걸 잊지 않았다. 감사원은 삼양화학 관련 기업에 2008년 2월부터 2014년 5월까지 몸 담은 퇴역 장성 등 육군 전직 장교들은 모두 29명이라고 밝혔다.

어떤 여성 시청자는 '태양의 후예'를 가리켜“내 평생 이토록 정의로운 인물들만 등장하는 드라마는 처음”이라며 “송중기는 군인 정신에 투철한 인물로 등장한다”고 말했다. 김은숙 작가가 만들어낸 유 대위는 정의로운 군인의 표상이라는 말이다. '정의로운 군인', 이 얼마나 신선한 단어의 조합이란 말인가.

그래서인지 군대를 경험하지 못한 주변의 여성 시청자들중 상당수는 우리나라 모든 군인들이 송중기에 준하는 직업 정신을 갖고 있을 것이라는 생각을 하고 있던 터였다. 이쯤되면 국방부가 나서서 송중기에게 상이라도 줘야 할 판이었다. 우리 군인들의 위상을 드높였으니 표창 감도 이런 표창 감이 없다. 그런데 뚫리는 방탄복이 등장하면서 이 모든 것이 '판타지'에 불과하다는 게 또다시 증명됐다.

방산비리는 잊을 만하면 나오는 단골메뉴다. 그렇게 많은 장관과 장성들이 온갖 추잡한 비리로 군복을 벗고 옥살이를 했는데도 모자라지 않는가 보다. 지긋지긋하다.

국민 세금을 펑펑 쓰면서, 아군에게 해를 입히는 짓을 하는 건 매국노에 다름 아니다. 이적행위를 하는 군인이라니. 그들이 그토록 강조하는 애국심과는 거리가 멀어도 한참 멀다. 가뜩이나 북한이 핵실험을 하고, 미사일을 쏘고, 청와대를 공격하겠다고 하는 판에 군의 기둥이 돼야 할 장성과 장교들이 한 통속이 되어 이런 비리를 저질렀다니 허탈하다. 아들을 군에 보낸 어머니, 애인을 군에 보낸 '곰신들'의 한숨 소리가 들리지 않는가. 유 대위 같은 우리나라의 수많은 올바른 군인들을 생각하면 더욱 더 안타깝다.

이제 그만해야 한다. 혹시라도 지금도 방산업체와 어울려 청탁, 접대, 뇌물 등을 받거나 받을 예정이라면 이쯤에서 자수하고 광명 찾아야 한다. 그것이 정의로운 군인이 지켜야 할 최소한의 도리다.

그럴 일은 없겠지만 극중 송중기가 뚫리는 방탄복을 입고, 전투에 나섰다가 변이라도 당한다면 우리의 열혈 시청자들은 가만히 있지 않을 것이다. 진짜 그럴 일은 없겠지만, 있어서도 아니 되겠지만 뚫리는 방탄복을 입은 우리 군인들이 행여 다치기라도 한다면, 그땐 우리 어머니들이 가만히 있지 않을 것이다. 그런 일이 벌어진다면 우리 국방부, 우리 군에겐 최고의 악몽이 될 것이라고 감히 단언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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