원·달러 환율, 추세적 하락세 장담 어렵다

연초 이후 중국발 리스크(중국의 주요 경제지표 부진과 위안화 절하 등)와 국제유가 하락으로 위험자산 심리가 강해졌다. 글로벌 증시 급락세가 가시화되면서 국내 원·달러 환율 역시 상승 압력을 받았다. 지난달에는 1240원선까지 근접하는 등 5년 8개월래 최고치까지 급등세를 연출했다.

3월 들어 원·달러 환율은 주요국 중앙은행의 경기 우호적인 스탠스에 따른 위험자산 선호 심리 재개 등의 영향으로 하락 압력을 받으며 1150원대까지 레벨을 낮추기도 했다.


ECB 통화정책회의에서 당초 시장이 예상했던 수준을 상회하는 추가 경기부양 패키지(기준금리 및 예치금금리, 한계대출금리 인하와 QE 규모 확대, 2차 TLTRO 시행 등) 발표한 데 이어, 미국 FOMC회의에서 기준금리를 동결했다. 향후 금리인상 행보가 지난해 12월에 비해 점진적으로 진행될 것이라는 예상은 글로벌 증시와 유가 반등을 견인했다. 이런 분위기는 위험자산 선호 심리를 지지해줬다. 같은 기간 국내 원화뿐 아니라 중국 위안화, 호주 달러화 등 신흥국 통화도 강세를 시현했다.

향후 환율 하락 추세가 지속될 것인가? 결론부터 말하자면 단기적으로 신흥국 자산가치 상승에 대한 기대감이 높아질 경우, 1150원대를 밑돌아 지난해 외환당국의 개입 경계심리가 커졌던 1130원대까지 하락할 가능성을 열어둬야 한다. 다만 6월 미 FOMC회의 등 주요 이벤트를 감안하면 환율은 5월 이후 재차 상승 압력을 받을 것으로 예상된다.

일단 6월 미 FOMC회의와 영국 EU 탈퇴 여부를 결정하는 투표 등 주요 이벤트에 대한 경계심리가 높아질 수 있기 때문이다. 3월 FOMC회의에서 미 연준은 연내 1~2차례 금리인상 가능성을 열어뒀다. 2분기 중 미국 경제지표의 회복세가 지속될 경우 6월 금리인상 가능성이 높을 것으로 예상하는 것이 합리적이라는 판단이다. 미 연준의 금리인상 시점이 지연된 것일뿐 금리인상 계획이 완전히 철회된 것은 아니기 때문에, 미 달러화의 약세 압력은 제한적일 것이다. 더욱이 영국이 실제로 EU를 탈퇴할 가능성은 낮다고 보지만, EU탈퇴를 결정하는 주민 투표일이 가까워지는 시점에서 유럽증시 하락 및 파운드화 하락 등이 위험자산 회피 심리를 자극할 수 있다는 점에 유의해야 한다.


또 3월 주요국 중앙은행의 정책 공조가 이뤄진 가운데, 상반기 중 국내 한은 금통위에서도 금리인하를 단행할 가능성이 높아지고 있다는 점도 환율의 하방경직성을 지지해줄 것으로 예상한다. 2~3월 국내 경제지표가 예상보다 부진한 흐름을 이어갈 경우, 시장에서의 금리인하 기대감은 더욱 높아질 것이다. 여기에 역쏠림현상을 제어하기 위한 외환당국의 개입 경계심리와 수입업체의 단기 저점인식에 따른 결제수요 등도 환율의 하락 속도를 제어하는 요인으로 작용할 것이다.

일각에서 제기하는 것처럼 환율이 1300원대까지 상승할 것이라는 전망에는 동의하지 않는다. 2분기 환율은 1분기(평균 1205원선) 대비 레벨이 낮은 수준(2분기 평균 1175원선 예상)을 유지할 것으로 예상한다. 다만 하반기로 갈수록 환율은 재차 상승 압력이 고조될 것이다. 올해 연간 환율 평균은 1180원 선에서 형성될 것으로 보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