종근당 '세상에 없던 신약' 도전, "세계로 나간다"

종근당효종연구소 연구원들이 약효가 좋은 신약 화합물을 도출하기 위해 합성을 진행하고 있다/사진제공=종근당

"세상에 없던 신약을 만들자" 종근당 (100,600원 ▼1,200 -1.18%)이 개량신약 개발에 주력하던 2000년대 중반, 최고 경영진으로부터 효종(曉鐘)연구소에 새로운 개발 목표가 전해졌다. 종근당 부설 연구소로 '새벽을 여는 종소리'라는 의미를 가진 효종연구소 연구원들의 고민도 시작됐다.

수개월 간 다국적 제약사들의 신약 임상 현황과 전략을 분석한 이들이 내린 결론은 "나무에 낮게 달린 과일은 모두 수확됐다"였다. 당뇨와 고혈압 등 누구나 알 만한 질환에 대한 신약 시장은 이미 오랜 역사를 지닌 다국적 제약사들의 독무대였다.


대신 다국적 제약사들이 손을 뻗지 못한 질환과 치료법에 주목했다. 이에 따라 고도비만과 유전성 희귀난치 질환 '프레더윌리 증후군'을 타깃으로 한 신약 'CKD-732' 개발이 시작됐고 이 신약은 미국 자프겐에 2009년 기술수출됐다. 종근당의 '세상에 없던 신약' 도전은 이렇게 시작됐다.

김성곤 효종연구소장은 "글로벌 신약 시장에서 '두 번째'는 의미가 없다"고 말했다. 신약 '미충족 수요'(Unmet needs)를 선점하지 못하면, 세계시장에서 시장성을 확보할 수 없다는 설명이다.

이 같은 개발 전략에 따라 'CKD-732' 후속타로 개발 중인 신약이 고형암(혈액암을 제외한, 덩어리로 이뤄진 모든 암) 항암제 'CKD-516'이다. 이미 많은 항암제가 출시됐고 현재 개발 중이지만 그동안 세계 시장에서 누구도 충족시키지 못한 기전을 개발해 차별성을 더했다.


'CKD-516'은 암에 영양분을 공급하는 혈관을 파괴하는 암 치료제다. 글로벌 항암제 시장에서 혈관의 생성을 억제하는 약품은 많지만 혈관 자체를 제거하는 신약은 없다는데 주목한 결과다. 기존 항암제 보다 직접적으로 암을 제거하는 신약인 셈이다.

'CKD-516'는 기존 항암제에 차별성을 하나 더했다. 이 신약은 현재 '경구용'(입으로 먹는 방식)으로 개발 중이다. 지속적으로 투여해야 하는 항암제 속성상 주사제를 사용할 경우 환자 거부감이 높다는 데 착안해 복용 편의성을 높인 것이다. 글로벌 항암제 시장에서 혈관 파괴 기전을 갖춘 경구용 항암제로 개발 중인 신약은 'CKD-516'이 유일하다.

종근당 관계자는 "CKD-516은 올 3분기에 국내 후기 임상 1상과 전기 임상 2상에 돌입한다"며 "이를 통해 가시적 성과가 나오면 내년에 기술수출을 생각할 수 있다"고 말했다.

'세상에 없던 신약' 도전의 시작과 현재가 'CKD-732'와 'CKD-516'이라면, '헌팅턴병' 치료제 'CKD-504'와 자가면역치료제 'CKD-506'은 '미래'다. 현재 전임상 단계인 두 신약은 올해와 내년에 걸쳐 유럽과 미국 등에서 임상 1상에 돌입할 예정이다.

'CKD-504' 적응증(치료가능 질환)인 '헌팅턴병'은 자율신경계에 문제가 생겨 근육 간 조정 능력 상실과 인지능력 저하가 발생하는 질환이다. 인구 10만 명당 5∼10명꼴로 발병하는 희귀난치성 질환으로 세계적으로 이 질환의 증상 모두를 완화시키는 치료제가 없다. 이 치료제에 적용된 기술을 바탕으로 신약 영역을 대폭 늘릴 수 있다는 장점도 있다. 'CKD-504'는 히스톤디아세틸라제6(HDAC6)를 억제해 신경섬유 내의 물질수송을 원활하게 하는 기전이다. 이 같은 기전을 바탕으로 치료할 수 있는 질환이 알츠하이머 치매, 파킨슨병, 루게릭병 등 치료제가 없는 희귀난치성 질환 들이다.

'CKD-506' 적응증인 류마티스 관절염과 염증성 장질환은 휴미라와 레미케이드 등 항체 바이오 의약품이 다수 출시된 상태다. 하지만 종근당은 'CKD-506'를 '합성신약'(화학 합성물 신약)으로 개발해 새로운 시장을 개척한다는 전략이다. 김 소장은 "항체 바이오 의약품이 종양괴사인자-알파(TNF-α) 하나만 억제하는 반면, CKD-506은 다양한 면역세포 활성화 신호를 억제한다"고 설명했다.

종근당은 '플랫폼 기술'(약물 전달 체계에 변화를 줘 약효 지속시간을 늘린 기술) '리퀴드크리스탈'도 개발 중이다. 종근당은 '리퀴드크리스탈'에도 차별성을 더했다. 약물이 혈액에서 서서히 분해되는 방식의 기존 플랫폼기술과 달리 피하지방에서 약물이 머물며 천천히 혈액에 스며드는 기전을 택했다.

김 소장은 "리퀴드크리스탈 임상 1상을 시작했다"며 "개발 중인 전임상 단계 약물과 결합할 예정으로 한 달, 석 달 제형으로 만들 수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